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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반 와해’ 승강기산업 되살릴 방법 없나

환란 때 외국사 매각·안전부처 규제양산 이중 타격
부품·완제품 85% 수입…업계 “경제부처 이관” 호소



한 때 자급률 98%에서 15%로 위축된 산업이 있다. 승강기다. 유망 수출산업에서 1999년 이후 18년만에 급속히 수입업종으로 바뀐 것이다.

26일 엘리베이터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승강기(에스컬레이터 등) 부품·완제품 자급률은 15% 남짓한 수준으로 파악된다.

1990년대 말까지 자급률 100%에 육박하고 주요 수출산업이던 승강기가 이처럼 몰락한 것은 정부 정책 탓이 크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1차적으로는 1998년 외환위기와 산업구조조정이 꼽힌다.

당시 현대엘리베이터, LG산전(엘리베이터부문), 동양엘리베이터, 중앙엘리베이터 등 4대 업체 중 현대만 남고 각각 오티스엘리베이터, 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 쉰들러엘리베이터에 매각됐다. 외국계 매각은 역외분업을 초래, 연구개발 및 부품산업 기반을 약화시켰다.

이어진 자충수는 소관부처의 안전부처 이관. 산업자원부, 지식경제부 관할이던 승강기산업은 2010년 행정안전부(현재 국민안전처)로 이관됐다. 이후 많은 안전규제가 양산됐다.

대표적 사례가 승강기 자동구출운전수단(ARD). ARD는 정전으로 인해 승강기가 정지됐을 때 이를 가장 가까운 층으로 보내 문을 열어주는 일종의 보조전원장치다.

엘리베이터업계는 우리나라는 정전이 거의 일어나지 않고, 또 주요 건물마다 비상발전장치가 있어 ARD가 따로 필요치 않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올해부터 국내 60여만대의 엘리베이터에 이 장치가 의무화됐다.

한국엘리베이터협회 장주성 전무는 “구조조정과 규제 강화 등으로 승강기산업 국내 제조기반이 고사됐다. 다국적 기업 4사(미쯔비시 포함)와 국내 대기업 1개 사가 국내 승강기 시장의 85% 이상 장악했으나 성급한 구조조정이 R&D 감소로 이어지고 생산시설 축소 및 해외이전으로 부품산업마저 무너졌다”며 “이후 시장구조는 수입 지향형으로 변모돼 산업공동화 현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오티스는 2013년 1월 창원공장을 매각했다. 이어 티센크루프도 시화·안산·천안 3개 공장을 천안으로 통폐합했다.

엘리베이터업계는 이에 따라 승강기산업 소관부처를 원래처럼 경제부처로 이관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안전부처 이관 후 산업와해가 가속화되고 사고율도 오히려 늘었다는 것이다.

사고는 산업/지식경제부였던 2003∼2009년 총 579건에서 2010년 행안/안전처 이후 총 621건에 달해 사고율이 4.8%(58건) 증가했다. 사고유형은 안전과 무관한 이용자과실이 26.5%에서 40.0%로 13.5% 증가했다.

엘리베이터협회는 저속엘리베이터에 대해선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달라고 지난해 11월 동반성장위원회에 신청했다. 최근 심의 대상으로 수용돼 5월 조정협의체에서 논의가 시작된다.

중소 엘리베이터업계는 2조원 규모인 국내 승강기시장에서 70%에 달하는 저속엘리베이터 중 3000억원 규모인 소형만이라도 중소업체가 맡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김기영 엘리베이터협회장은 “그동안 승강기산업에 대한 안전규제를 양산했지만 사고율은 오히려 증가하고, 국내 승강기산업만 무너졌다”며 “차기정부는 정부조직 개편시 승강기산업 주관부처를 경제부처로 환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문술 기자/freihei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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