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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 을(乙)이 된 갑(甲)…産銀과 새 대통령
공휴일과 선거일이 겹치며 열흘에 가까운 황금연휴가 이어지고 있다. 코앞으로 다가온 대선에 세간의 시선은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될 지에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유독 이를 애타게 지켜보는 곳이 있다. 다름 아닌 KDB산업은행이다. 산은의 미래가 새 대통령에 달려있을 수 있어서다.

지난 두 달 사이 산은은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신규 자금지원을 위한 구조조정을 사실상 진두지휘했다. 최근에는 금호타이어 구조조정의 마지막 결실 단계인 매각 과정을 마무리 중이다. 하지만, 두번의 대형 구조조정 이벤트를 거치며 산은은 줄곧 무기력한 모습을 드러냈다. 쉽게 말해 만신창이다. 정책금융기관의 맏형. 한국경제의 소방수 역할을 자처하며 금융권에서 ‘절대 갑(甲)’으로 군림하던 위엄은 사라졌다. 심지어 대우조선해양 대주주로서 회계 부정과 부실 경영을 제때 감시 못 해 수조원의 국민 ‘혈세’를 축낸 비효율의 공공금융기관으로 낙인 찍혔다.

금호타이어 매각 잔뜩 꼬였다. 중국의 더블스타와 1조원에 육박하는 가격으로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했지만, 절차에서 각종 헛점이 노출되며 자칫 매각이 무산될 위기다.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천문학적 자금을 거저 빌려주다시피 하고도 정작 주도권을 잡지 못한 채 박삼구 회장에게 끌려다니는 모양새다.

산은 임직원들의 상실감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잔뜩 억울하다. 반강제적으로 떠안은 부실 회사들에 대한 책임을 모두 국책은행이 지는 것이 옳으냐는 하소연이다. 위험을 정책금융기관들에 떠넘긴 채 실적잔치를 벌이는 시중은행을 바라보면 얼핏 공감이 된다.

하지만 국책은행의 존재 이유와 정체성을 떠올려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산은은 원래부터 부실을 다룰 수 밖에 없다. 그 때문에 ‘잘해야 본전’일 수 있다. 그나마 고액연봉을 받으니, ‘애국 패이(pay)’ 상황은 아닌셈이다. 심지어 강만수 전 행장은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비리를 눈감아 주는 대가로 지인이 운영하는 업체에 투자를 요구한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산은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들이 대우조선 CFO를 맡아온 것도 이미 드러난 사실이다. 억울함을 호소함에 앞서 철저한 자기반성이 필요해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얼마전 시장 주도의 구조조정을 위한 청사진을 내놓았다. 현재 정부와 은행이 주도하는 기업구조조정을 자본시장 과 PEF(사모투자펀드)가 맡도록 유도하겠다는 복안이다. 장기적으로는 현재 산은이 주도적으로 수행 중인 구조조정의 역할 또한 뒤안길로 사라질 것이란 얘기다. 과거 개발시대를 거치며 주요 대기업에 중장기 정책 자금을 공급하며 몸집을 키워온 틀에 박힌 사고로는 더는 시장에서 존재의 의미를 찾기 어렵다.

시중은행들은 비대면거래와 인공지능의 대중화로 급격히 점포를 줄이며 미래 경쟁에 대비하고 있다. 산은을 비롯한 국책은행들또한 현재의 공공금융기관의 틀 안에 안주할 시간이 없다. 조선과 해운 구조조정의 큰 고비를 넘어 곧 새 정부가 출범할 지금이 바로 국책은행들에 던져진 질문에 답해야 할 적기다. 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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