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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세대전쟁
미국인 안나 자비스가 한국 사회를 보면 ‘이거 실화냐’고 깜짝 놀랄 수 있다. 어버이날 카네이션을 선물하는 전통을 만든 사람으로서 한국의 아들ㆍ딸들이 부모에게 이 꽃을 달아주는 걸 꺼린다는 사실이 거짓말같이 느껴질 거다. ‘꽃값이 비싸고, 중국산이 많으며, 상품권 같은 걸로 대체할 수 있으니…’. 이유가 갖가지라는 건 변명할 구실을 찾는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팍팍한 삶이 인심까지 매마르게 했다고 실토하는 게 낫다. 인심의 범주에 효(孝)까지 욱여 넣어야 하는 게 고역이다.

뒷 켠으로 물러난 카네이션보다 더 심각한 건 대화의 단절이다. 정치의 계절이라 더 도드라진다. 누굴 뽑을 것이냐의 문제에 다다르면 ‘핏줄의 힘’은 와해된다. 후보 얘기만 하면 집안이 냉랭해진다는 얘기가 적지 않다. 그래서 아예 선거는 ‘금기어’가 된 가정도 있다. 부모와 자식 세대간 좁혀지지 않는 간극. 이젠 나랏님의 ‘제1 미션’은 빈곤구제가 아니라 세대갈등 치유다. 



우리나라만의 문제도 아니다. 오늘 프랑스 대통령에 당선된 에마뉴엘 마크롱도 극도의 분열을 봉합하는 지도자가 되겠다고 했다. 그는 파리 루브르 박물관 앞에서 열린 대선 승리 행사에서 연단에 오를 때 ‘환희의 송가(Ode to joy)’를 배경음악으로 택했다. 대충 가사가 이렇다. ‘분열된 가혹한 현실을/그의 신비로운 힘이 재결합시키고/그의 인자한 날개 아래서/모든 인류는 형제…’

우리도 내일 늦은 밤이면 새 대통령의 윤곽을 짚을 수 있다. 누가 되든 고생길이 훤하다. 사상적으론 좌우로 나뉘고, 세대간 불신의 골도 깊어서다. 당선자가 통합의 메시지를 발신하더라도 유권자의 상당수가 ‘수취인불명’이 돼 돌아올 가능성이 작지 않다. 그럼에도 통합의 퍼즐을 맞추길 포기해선 안 된다. 뚜껑을 여니 사표를 던진 게 된 유권자도 마음의 문을 닫지 말아야 한다. 끝까지 당선자가 고깝다면 부모ㆍ자식의 그 마음이 어땠을까를 가늠해보자.

홍성원 기자/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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