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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스포츠 칼럼-김학수 한체대 스포츠언론연구소장] ‘No side’ 정신이 진짜 민주주의
대한민국의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당선된 대통령에게 축하의 박수를, 패한 후보들에게 격려의 말을 각각 보낸다. 대통령 선거 때마다 자주 볼 수 있는 장면이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그 의미가 각별하다.

이번 대통령 선거가 갖는 중요성이 다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몰락으로 좌, 우의 운동장이 크게 기울면서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보궐선거를 치렀다. 후보들은 눈에 보이는 상황을 놓고도 다르게 인식하며 적폐 청산, 친북 저지, 패권 교체, 노동 존중 등 다양한 공약을 내놓았다.

국민들은 TV토론과 거리유세, 벽보 등을 통해 자신과 심정적으로 동일화할 수 있는 후보들을 선택했다. 대통령 선거전은 유례가 없을 정도로 뜨거웠다. 후보자들은 상대 비방에 열을 올렸으며 선거 후유증은 심대할 수 밖에 없다.

새 대통령은 분열보다는 화합, 대립보다는 협치를 강조하며 정치공학적인 해법을 제시하고 있지만 선거가 끝난 뒤는 ‘내 편’, ‘니 편’이 아닌 ‘우리 편’이라는 진정성있는 목소리를 내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이런 때, 기존의 가치척도나 개념을 넘어서며 세상을 하나로 묶는 럭비의 ‘No Side‘ 정신에 주목할만하다.

럭비는 공동체 정신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스포츠종목이다. 영국이 발상지인 럭비는 사회적 가치와 개인적 가치를 고루 갖고 있다. 운동 종목에서 가장 많은 선수(15인제)가 한 팀씩을 이루고, 경기를 시작할 때 절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먼저 뒤로 볼을 패스한다.

어떤 종목보다 격렬하게 경기를 펼치지만 일단 경기가 끝나면 ‘No Side’라는 심판 선언과 함께 선수들이 서로를 격려하고 위로한다. 사회적인 연대와 페어플레이를 배우고 인간의 소중함을 알게 하는 도덕적인 가치가 내재된 종목이다.

크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영화 ‘인빅터스’는 지난 1995년 남아공의 기적을 일으키며 역사를 뒤바꾼 남아공 럭비대표팀의 실화를 감동적으로 보여주었다. 남아공 첫 흑인 대통령으로 당선된 넬슨 만델라는 거의 백인으로 이뤄진 자국팀 ‘스프링복스’와 영국의 경기에서 흑인들이 상대팀 영국을 응원하는 것을 목격했다.

인종과 국경을 초월하는 스포츠를 통해 모두의 마음을 하나로 연결할 것을 결심한 만델라 대통령은 ‘스프링복스’ 주장을 초대해 1년 뒤 자국에서 열리는 럭비 월드컵에서 우승해 달라고 제안했다. 그 누구도 믿지 않았던 남아공의 우승은 흑과 백이 하나되는 역사적인 사건으로 기록됐다. 럭비가 갖고있는 숭고한 가치를 세상에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경기에서 상대에게 이겨서 좋아하고, 져서 분하다고 생각할 때에는 ‘자신’을 ‘팀’과 동일화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럭비 ‘No Side‘ 정신처럼 상대에게 이기고, 진 것이 중요한게 아니라 서로 팀을 구별하지 않고 경기를 잘 한 것을 격려하는 자세가 진정한 민주주의 정신이다.

새 대통령은 특정 지지층만을 안고 가는 것에서 벗어나 폭넓은 사고와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고 ’공존의 시대‘를 이끌어나간다면 역사적으로 평가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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