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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선 끝, 환호ㆍ허탈감 느끼시나요
[헤럴드경제=김태열ㆍ신상윤 기자] 주부 남모(57) 씨는 제19대 대통령 선거일이었던 지난 9일 밤 평소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같은 날 오후 8시 TV를 통해 출구조사를 본 뒤 원하지 않던 결과가 현실로 다가오자 정신적 허탈감에 빠진 것이다. 밤늦게 걸려온 절친은 자신이 지지하던 후보의 당선소식을 기쁜에 찬 목소리로 알려온터라 남씨의 허탈감은 더했다. 하지만 허탈감도 잠시. 시간이 지나자 자신과 정치적인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몰려왔던 상실감은 이내 자신이 지지했던 후보의 결과인정과 시간이 지면서 마음이 누그러졌다. 한 정신과 전문의는 “ 물론 당장은 자신이 투표했던 후보가 당선이 안된 결과가 나오면 허탈한 감정이 격렬하게 들 수 있지만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방송 등을 통해 현실과 마주하다보면 마음이 누그러지면서 평정심이 자연스럽게 찾아온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끝났지만 자신이 지지하던 후보에게 너무 정신적인 결속감을 보인 사람들은 우울증과 화병도 간혹 생길 수 있다. 특히 이번 대선은 현직 대통령이 스캔들로 낙마하고 임기를 못채운채 치뤄진 보궐선거였다. 국민들의 정치적인 견해는 양분됐고 그 어느때보다 국민들간에 갈등의 골이 깊어진채로 숨가뿐 몇 개월을 건너왔다. 어떤 사람은 환호에 찬 승리감을 느낄 것이고 반대편의 정치적 견해를 가진 사람들은 상실감과 허탈감에 빠질 것이다 . 대다수의 정신건강의학 전문가들은 “누구나 만족하는 결과란 있을 수 없다”라며 “이번 대선 결과로 쌓인 스트레스를 주변 사람들과 적극적인 대화와 상대방을 이해할려는 배려심을 가지고 소통에 임한다면 충분히 극복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상실감과 절망에서 비롯되는 우울증 화병은 최근 증가하는 추세이다. 최근에는 주로 중년 여성에게 발병했던 화병도 20~30대 젊은 층에서까지 나타나고있다. . 최근 6년 새 무려 53%나 환자가 증가했을 정도다. 경쟁적인 사회 분위기, 물질만능주의, 빈부 격차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 분노 등이 ‘청년 화병’ 확산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화병으로 한방병원을 찾은 20~30대 환자가 2011년보다 무려 53%나 증가했다. 특히 같은 기간 20~30대 남성 환자가 387명에서 846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이 같은 ‘청년 화병’의 주요 발병 원인은 취업, 결혼, 직장 생활 등으로 인한 과도한 스트레스로 분석된다. 김종우 강동경희대한방병원 화병스트레스클리닉 교수는 “최근 취업, 결혼, 출산, 내 집 마련, 인간관계를 포기하는 ‘5포 세대’도 모자라 이제는 꿈과 희망까지 포기하는 ‘N포 세대’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며 “20~30대의 화병 증가는 취업난, 빈부 격차, 극심한 경쟁 문화 등에 따른 현대 사회의 청년 문제와 맞닿아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이어 “젊은 환자들은 주로 직장이나 학업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화병이 발병한다”며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상대적 박탈감에서 오는 마음의 갈등을 많이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우울증이나 화병, 상실감은 마음속의 응어리을 풀어야 해결이 가능하다. 정석훈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이번 대선에 국민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여론을 형성하면서 마무리되기는 했지만, 대선 결과를 증오로 받아들이면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문제점을 해결하는 정도 선에서 받아들여야지 누군가를 처벌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이면 분노만 커지게되며 잘못된 일을 해결하는 선에서 다소 객관적으로 사건을 바라보면 좋겠다”라며“특히 우울증 등 정신질환이 있는 경우 본 사안을 너무 크게 받아들여서 화병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너무 주관적으로 받아들여서 동일시하는 것은 좋지 않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차분하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며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안석균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이번 대선으로 인해 자신의 대리인이라 생각했던 후보가 당선이 못된 경우 상실감이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상실감은 그리 길게 걸리지는 않는다. 우선 현실을 받아들이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또 이런 상실감을 다른 사람이랑 얘기하며 푸는 것이 좋다. 어떤 후보를 뽑았던 사람이든 역지사지가 필요. 화해가 될 수 있고 치유도 가능하다. 잠은 도움이 될 수 있다. 술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정선용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신경정신과 교수는 “ 우리나라 사람은 대통령을 왕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언로는 열려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평소에 지방선거나 각종 선거에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잔하다보면 상실감이 줄어든다“라며 ”머릿속에 상실감이 생기면 자꾸 우울해지고 나쁜 생각에 빠진다. 식욕이 떨어지고 불면증이 생기면서 건강도 무너진다. 평소 건강 관리에 집중하고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이 키워야한다. 건강해야 의견도 개진하고 다음 선거도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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