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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베니스비엔날레] 비엔날레 이중성 꼬집은 한국관…결과는? “성공적”
카지노 캐피털리즘에 빠진 국제미술계 비판

英 아트뉴스페이퍼 톱 10전시에 선정되기도






[헤럴드경제 (베니스)=이한빛 기자] 카지노 한복판인듯 요란한 네온사인은 베니스 카스텔로 공원을 찾은 관람객의 시선을 끌기 충분했다. 그러나 네온사인에 담긴 의미는 관람객의 마음 한 구석을 ‘뜨끔’하게 한다. 순수예술의 힘을 보여준다는 베니스비엔날레, 하지만 이곳에 참여하는 작가는 순식간에 ‘뜨는’ 작가 반열에 오른다. 유래없는 저금리시대 대안투자처로 부상한 미술시장에 대한 관심은 그렇게 뜨겁다. 세계적 갤러리들과 큐레이터들이 이곳에 몰려드는 이유는 하나다. 다음에 뜰 작가는 누구인가. 그리고 이곳에 온 당신, 당신도 사실은 이 명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질문을 던진다. 제 57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작가로 참여한 코디최의 ‘베네치아 랩소디’다. 
2017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을 찾은 관객들. 마카오와 라스베이거스의 네온사인을 차용한 코디최 작가의 베네치아 랩소디가 전면에 걸렸다. 사진=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박명진ㆍ예술위)은 세계 최고 권위의 미술제인 베니스비엔날레 57회 국제미술전 한국관 전시를 10일 개막했다. ‘Counterbalance: The Stone and the Mountain(균형추: 돌과 산)’를 주제로 펼쳐지는 한국관 전시는 예술위가 커미셔너를 맡고 이대형 아트디렉터가 예술감독으로 전시를 총괄하며, 코디최ㆍ이완 작가가 참여한다.

개막 당일 찾은 한국관은 입장하려는 관람객의 행렬로 극심하게 붐볐다. 관람객은 물론 평론가와 외신의 호평도 쏟아졌다. 전시장을 찾은 서진석 백남준아트센터 관장은 “타자에 의한 근대화를 겪은 한국은 세계화의 시각에서 보면 무척이나 흥미로운 주제다. 신자유주의 자본의 움직임 속에 개인의 삶이 영향 받는 것을 단적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영국의 예술전문지인 아트뉴스페이퍼는 한국관을 올해 국가관 톱 10전시에 선정했으며, 한국관을 가장 먼저 소개했다. 


 
'생각하는 사람'앞에서 포즈를 취한 코디최 작가. 사진=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관람객의 발길이 가장 오래 머무른 곳은 이완 작가의 ‘고유시’다. 작은 방 사방을 가득 채운 668개의 시계는 제각각의 속도로 돌아간다. 제각각 속도로 돌아가는 시계는 “당신이 사랑하는 가족의 아침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오늘 몇 시간을 일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에 대한 668명의 답을 토대로 제작했다. 선진국의 전문직 노동자 일수록 초침이 천천히 움직이고, 후진국의 일용직 노동자일수록 그리고 나이가 어릴수록 초침은 빠르게 돌아간다. 이대형 예술감독은 “부정확한 시계야말로 신자유주의가 개인의 삶을 어떻게 지배하고 있는지 가장 정확하게 보여주는 아이러니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방 가운데에는 행복한 미래를 향해 나가자고 다짐하는 듯한 가족의 흉상 ‘더 나은 내일을 위해’가 세워졌다. 이완 작가는 “1970년대 포스터나 이미지로 장미빛 미래를 위해 지금은 희생하자는 구호가 넘쳐났다. 지금은(2010년대) 그때 바라보던 미래일텐데, 당시 강조했던 행복한 미래가 온 것 같지 않다”며 “효율성과 몰개성화가 오히려 행복과 멀어지게 하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고유시' 앞에 선 이완 작가와 이대형 예술감독. 사진=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코디최의 ‘생각하는 사람’도 관객의 이목을 끌었다. 작가는 몇 년간 소화제(펩토비즈몰)를 달고 살아야 할 정도로 극심한 문화충격을 겪었던 이민 초기시절의 기억을 작품화했다. 서양철학의 상징인 ‘생각하는 사람’을 펩토비즈몰 3만병과 두루마리 화장지로 제작한 것이다. 코디최 작가는 “이종결합 문화충돌에 의한 상처를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서양철학은 사실 우리에겐 너무 생소한 것이나, 근대화 이후 너무나 당연하게 알아야하고 심지어 ‘우리 것’인양 여겨진다”고 꼬집었다.
한국관 앞에 나란히 선 코디최 작가, 이대형 예술감독, 이완 작가. 사진=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한편, 2017년 베니스비엔날레 총감독 크리스틴 마셀이 큐레이팅하는 본전시에는 51개국 120명의 아티스트가 참여하는데 한국작가는 김성환, 이수경이 초청됐다. 김성환은 흑인의 이야기를 담은 영상작품을, 이수경은 버려진 도자기 파편을 이어붙인 높이 5미터의 ‘번역된 도자기:신기한 나라의 아홉 용’을 선보인다.

2017 베니스비엔날레는 10일부터 12일까지 프리뷰기간을 거쳐 5월 13일 공식 개막하며 11월 26일까지 약 6개월간 전시가 이어진다.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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