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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황기엔 가성비 제품이 쏟아진다고?
독일 실물경제 전문가 군터 뒤크
‘돼지 사이클’ 통해 경기변동 쉽게 서술
불황탈출 경제흐름 읽기 등 필수지식 담아
‘죄수 딜레마’ 탈출법 절제·중용 제시 눈길


경기변동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예로 ‘돼지 사이클’이란 게 있다.

언젠가 알 수 없는 이유로 돼지고기 가격이 상승, 축산 농가는 기뻐하고 소득이 올라가 더 많은 돼지를 기르게 된다. 평소보다 더 많은 새끼 돼지를 구입하고, 그 결과 새끼 돼지의 가격은 가파르게 뛴다. 그리고 그들은 이제 암퇘지를 팔지 않는다. 따라서 암퇘지 공급이 줄어들고 도축할 돼지 가격은 계속 상승해 물류업체 냉동창고는 텅텅 비기 시작한다, 이 때 판매상인이 사재기에 나서고 결국 가격은 더 뛴다. 소비자들은 비싼 돼지고기 대신 닭고기를 구매하기 시작한다. 그동안 더 많은 새끼돼지가 태어난다. 당연히 사료값이 상승하고 이에 따라 돼지 사육비용도 오른다.그런 사이, 이전보다 소비가 줄어들자 돼지고기가 시장에 넘쳐나게 된다. 비싸진 사료값 때문에 손해를 본 농가의 매도가 늘어나면서 돼지고기는 헐값에 거래되고 소비자들은 이제 기뻐하며 돼지고기를 먹기 시작하지만 농가는 울상이 된다.


어려운 시기가 오면 사람들은 점점 더 경제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게 되는데 그런 대응이 오히려 더 큰 변동을 불러오게 된다는 경기변동의 역설이다.

독일 빌레펠트 대에서 수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IBM최고기술경영자를 지낸 군터 뒤크는 ‘호황 vs 불황’(윈더박스)에서 경기변동을 더 극심하게 만드는 인간의 심리와 대응을 ‘국면적 본능’으로 표현한다. 경제가 좋아지느냐 나빠지느냐에 따라 관심을 보이는 중점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즉 경기가 좋아질 때는 걱정이 없고 미래에 대한 믿음을 가지며 규율을 어기는 한 두 명에 대해서도 비교적 관대하다. 반면 경기 하강기에는 두려움을 느끼고 조심스러워진다. 외부로부터 압박과 스트레스가 강요되고 노동은 생존투쟁과 같은 것이 된다. 사람들은 자신을 위해서 무엇이 최선인가를 생각한다. 이런 스트레스 상황에서 작동하는게 죄수의 딜레마다. 대부분의 사람이 배신이나 불공정, 개인의 이익을 무자비하게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의 뇌가 생화학적으로 그렇게 변한다는 말이다.

저자는 이런 상황을 기업활동의 제반 영역에 걸쳐 하나씩 거론하며 호황기와 불황기에 기업들이 각각 어떻게 변화하는지 보여준다.

예를들어, 제품 품질이라는 측면에서 호황 초기에는 신기술이 적용된 신제품 개발에 모두 매진한다. 호황 후기에는 품질 개선은 한계에 이르고 외형과 디자인을 강조한 사치스러운 제품을 만들지만 경기가 정점을 지나 불황이 찾아오면 상품이 안 팔리기 때문에 가격 대비 가장 합리적인 제품에 매달린다. 시장이 얼어붙는 불황 후기에는 품질도 포기하고 싸구려 제품과 저가 덤핑공세 등 소위 레몬시장(불량 경쟁시장)이 형성된다.

불황기를 벗어나려는 대부분의 이런 경영방식은 돼지 사이클의 진폭을 더 악화시킬 뿐이란게 저자의 주장이다.

이는 조직경영에서도 마찬가지다. 업계 최고를 지향하며 모든 직원에게 최고가 되라고 스트레스를 주거나 순위를 매겨 직원들의 심리적 압박수단으로 쓴다든지, 모든 경제적 객체를 독립적인 단위로 나눠 각자가 이윤을 내도록 만드는 상황은 크게 도움이 되지않는다. 저자에 따르면 기업을 성장시키려는 의도에서 행해지는 이런 경영기법들은 결국 돼지 사이클의 진폭을 더욱 크게 만들 뿐이란 얘기다.

끝없는 비교와 맹목적 벤치마킹은 도움이 될까?


벤치마킹의 목적은 분명하다 업계 최고 기업의 핵심성과지표를 수집, 분석, 비교해 차이를 메워나가는 것이다.

그러나 성과가 나쁜 곳을 개선하려는 행동은 ‘보트에 난 구멍을 메울 만한 충분한 시간을 얻을 때까지 열심히 물을 퍼내는 짓’이나 다름없다는 게 저자의 견해다. 결국 계속되는 비상사태에 직원들은 지쳐가고 스트레스로 포기하고 만다는 것이다. 침몰 직전에 대부분 남을 비난하면서 죄수의 딜레마에 빠지면서 서로 배신하며 아무도 믿지 않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저자는 이런 경우 가장 강력한 곳부터 강화하고 그 능력을 더 키워서 계속 발전시키는게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기업에서 여러 변수 중 하나를 변화시켜 기대효과를 얻으려는 방식, 이를테면 임금을 삭감해 이윤을 증가시키려한다든지, 가격을 내려 고객을 끌어들이려한다든지 하는 방식도 ‘국면적 본능’을 일깨우고 죽음의 투쟁을 불러일으켜 모두에게 심각한 타격을 입힐 수 있다.

그렇다면 필연적으로 제기되는 경기변동에 휘둘리지 않을 방도가 있을까. 저자가 제시하는 해법은 고리타분하다고 느낄 법한 바로 절제와 중용이다.

극단적인 상황, 즉 행복과 비참의 시기나 풍년과 흉년의 시기에 냉정한 피를 유지하고 자신의 길을 꾸준히 가는 것이다. 전과 똑같은 강도로 협력적이고 윤리적인 문화를 가꾸어가며 스트레스와 공격적인 경향을 강력하게 방어해야만 한다. 언제나 일정한 이성이 중요하다. 이런 공동체가 가능할까. 저자는 모든 것의 기준이 인간이 될 때, 경쟁을 넘어 협력의 공동체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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