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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 광장-강태은 프렌닥터연세내과 비만클리닉 부원장] 가정의 달, 길라잡이
가정의 달이라는 5월도 벌써 절반가량 지나갔다. 바쁘고 힘들다는 핑계로 쉼 없이 살아왔다면, 잠시나마 가정을 챙길 수 있는 시기가 5월이다. 가정의 달을 잘 활용할 수 있는 ‘1등급 팁’을 알려주고자 한다.

첫째, 교집합의 지혜를 활용하라. 아들이 초등학생이었을 때 이야기다. 의무감으로 다녔던 놀이공원 중 한 곳에서 ‘바이킹’을 타기 위해 2시간 정도 기다렸다. 지친 나머지 남편과 아이디어를 냈다. “사람이 많지 않은 놀이공원에서 지루한 놀이기구를 타면 지쳐서 오래 버틸 수 없을 거야.”

그러던 어느 날 우리 부부는 아들과 놀이공원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저것 먼저 타 볼래?” 안정된 레일에서 다리를 저어야만 작동하는 열차였다. 완주에만 15분이 걸린다. 첫 바퀴를 돌던 아들은 손을 흔들며 좋아했다. 하지만 두 번째에는 하품을 하며 졸았고, 세 번째에는 “그만 탄다”며 울어 댔다.

이후 다리 힘이 빠진 아들을 위해 ‘범퍼카’를 함께 타 주며 달랬지만, 아들의 대답은 차가웠다. “놀이공원 재미없어요.” 당시 내공이 없던 햇병아리 부부는 철없던 ‘맞장구’를 반성했다. 이후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에는 서로 즐거울 수 있는 교집합을 찾기로 마음먹었다. 남편은 아들과 ‘건담’을, 필자는 스도쿠, 사격, 영화를 즐겼다. 다행히 세 명 모두 지구본을 돌리며 여행지를 꿈꾸는 취미가 있었다. 우리 가족이 가장 좋아하는 안창살도 많은 추억을 이끌어 준 행복의 일등공신이었다.

둘째, 유치하게 살아라. 아빠의 권위, 엄마의 완벽함을 다 잊고, 갓난아이의 순수한 미소로 유치함을 과시하기 바란다. 필자는 어린 시절 공주 인형을 갖고 싶었다. 하지만 부모님은 “복 없어 보인다”며 통통한 곰 인형만 사 주셨다.

결혼 뒤 가족들에게 이 같은 ‘사정’을 털어놓은 적이 있었다. 그해 어린이날, 남편과 아들이 ‘바비인형’을 사 줬다. 빗질을 하고 옷을 입히는 중년의 엄마를 본 아들은 “못 말려”라며 고개를 젓다가,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워즈’의 역사를 논하며 소박한 행복을 공유했다. 이런 유치함을 놓치지 않고 살기에 아들과 당구를 치고 함께 배달 음식도 불러 먹을 수 있는 것 아닐까.

셋째, ‘행복 리스트’를 만들어라. 자신만이 경험한 행복을 태양계의 중심에 두고 주변을 맴도는 행성처럼 행복했던 순간들을 글로 적어 보기를 바란다. 이렇게 적은 ‘행복 리스트’ 한 장은 힘든 일상 속에서 건강을 지켜 주고 스트레스도 조절해 줄 것이다.

필자는 아직도 결혼식을 마친 승용차 앞 좌석에서 남몰래 받은 남편의 윙크, 피로함에 찌들었을 때 “엄마는 서울시장보다 소중한 사명이 있는 사람”이라며 손을 닦아주던 아들의 체온을 잊지 못한다. ‘세상적 성취’보다 따스한 심장이 필자의 행복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넷째,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할 음악을 준비하라. 무심코 흘러나온 음악, 이 음악을 함께했던 시간으로 빠져들었던 경험을 느껴 본 적이 있는가. 음악은 과학 문명의 도움 없이도 추억 속으로 생생한 이동을 가능하게 해 주는 최고의 ‘발명품’이다. “그땐 그랬지” 하고 분주한 삶 속에서 잠시 미소를 짓게 해 줄 감성의 매개체도 될 것이다.

다섯째, 스스로를 분석하라. 사람은 자신만의 경험과 프레임 안에서 세상을 판단하고 행동을 결정한다. 함께하는 시간이 많은 소중한 가족에게 짜증과 상처를 입히는 일도 늘어날 수 있다. 필자는 가끔 삶에서 한걸음 빠져나와 스스로를 TV 드라마 속 여주인공으로 치환한 뒤 지금의 행동이 어떤 스토리를 이끌지 상상해 본다. 그런 방식으로 상자에 갇힌 스스로에게 큰 그림을 볼 줄 아는 현명함을 훈련시켜 왔다.

올해에도 앞만 보고 달렸던 삶. 필자도 다섯가지 원칙을 지키며 ‘1등급 가정의 달’을 만들고자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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