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혈압관리 못하는 한국인 ①] “환자께선 고혈압 입니다”…30세 이상 10명중 3명
-대한고혈압학회 혈압측정 실태조사
-가정혈압 실제 측정률 33%에 불과
-가정에서도 수시로 혈압 측정해야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5년째 매일 고혈압 약을 먹고 있는 60대 농부 정모씨는 가끔 집 근처에 있는 군청을 방문할 때마다 비치된 혈압계로 혈압을 잰다. 다행히 매번 혈압 수치가 잘 조절되는 것으로 나오는 정씨는 방심하는 날도 생겨 약 먹는 것을 거르는 날도 생겼다. 그러다 며칠 전 과음을 한 다음 날 아침 머리가 띵 하는 증상을 경험했고 겁이 덜컥 난 정씨는 혈압을 재는 것과 약 먹는 것을 거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30세 성인 10명 중 3명이 고혈압 환자일만큼 고혈압 환자가 많아졌지만 혈압 변화를 관찰하는데 가장 좋은 가정혈압을 측정하는 환자는 3명 중 1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다 적극적인 혈압 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고혈압학회(회장 임천규, 이사장 김철호)는 5월 17일 ‘세계 고혈압의 날’을 맞아 전국의 고혈압환자 1000명을 대상으로 혈압측정 실태를 조사한 결과 31.4%만이 집에서도 혈압을 잰다고 답했다. 고혈압 환자는 인구 고령화, 서구화된 식생활,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그 수가 늘고 있다. 특히 고혈압은 증상이 뚜렷하지 않지만 심뇌혈관계 합병증을 일으켜 생명을 위협하는 무서운 질병으로 ‘침묵의 살인자’라고도 불린다. 

[사진설명=대한고혈압학회는 올바른 가정 혈압 측정법을 알리고자 포스터를 통해 홍보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고혈압학회]

하지만 관리는 부실한 것이 현실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고혈압 치료자 10명 중 3명이 적정 혈압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환자들이 고혈압 관리를 위해 기울이는 노력으로는 ▷정기적인 진료(60.8%) ▷술ㆍ담배 조절(59.4%) ▷매일 치료제 복용(57%) 순이었지만 규칙적인 혈압측정(43.3%)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하지만 혈압측정은 고혈압 관리와 치료의 척도가 되므로 놓쳐서는 안 되는 항목이다. 특히 집에서 혈압계로 직접 측정하는 ‘가정혈압’ 측정은 혈압 관리에 있어 중요하다. 하지만 환자 중 가정혈압 측정에 대해 알거나 들어본 적이 있다고 한 응답자는 60.6%에 그쳤다. 더 큰 문제는 실제로 가정에서 혈압을 측정하는 환자는 그 절반 수준인 31.4%뿐이었다.

가정혈압은 재현성이 높고 동일 시간대의 혈압 모니터링이 가능하며 진료실 혈압만으로 쉽게 진단할 수 없는 ‘가면 고혈압’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진료실에서 혈압이 더 낮게 나오고 집에서는 높으면 ‘가면 고혈압’이라고 한다.

가정혈압을 측정한다고 답한 환자의 측정 이유는 ‘혈압 변화를 살펴볼 수 있기 때문’(70.4%)이었다. 그 다음으로 ▷혈압 조절 목표를 세우는 데 도움이 돼서(32.2%) ▷치료제 복용 효과를 확인할 수 있어서(26.4%) ▷의료진의 권유(22.9%) 등이 꼽혔다.

반면 가정혈압을 측정하지 않는 이유로는 ‘가정용 혈압계가 없어서’(65.5%)가 가장 많이 꼽혔고 ▷병원에서 진료 시 측정하는 것으로 충분해서(35.1%) ▷가정에서 측정한 혈압이 정확하지 않은 것 같아서(24.5%) 등으로 나타났다.

대한고혈압학회 혈압모니터연구회 신진호 교수(한양대병원 심장내과)는 “효과적인 고혈압 관리를 위해서는 진료실 혈압뿐만 아니라 규칙적인 가정혈압 측정이 필수적”이라며 “더 많은 환자들이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가정혈압 보급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ikso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