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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인으로 잉태된 ‘狂炎 소나타’…붉은조명·빠른 전개로 몰입도 ‘최고’
-공연리뷰 뮤지컬 ‘광염소나타’

창작을 위해서는 뼈를 깎는 고통이 수반돼야 한다는 말이 있다.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내는 것이 그만큼 힘든 것임을 비유한 것이다. 그러나 잘 창작된 콘텐츠는 영원한 사랑을 받는다. 몇백 년 전에 만들어졌지만 여전히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몇 작품들처럼 말이다.

최근 개막한 뮤지컬‘광염 소나타’ 속 비운의 천재 작곡가 역시 영원히 남을 음악을 만들기 위해 끝없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


작품은 작가 김동인(1900~1951)의 동명 소설에서 모티브를 얻어 창작된 뮤지컬이다. 소설가이자 친일파로 불린 김동인은 아름다움을 위한 예술, 예술을 위한 예술에 몰두했다. 1930년 발표된 대표작 ‘광염 소나타’는 작가의 예술관을 가장 잘 담아낸 소설이다.

소설이 세상에 나온 지 70여 년 만에 뮤지컬로 재탄생한 작품은 아름다운 클래식 선율 뒤에 숨겨진 범죄의 이야기를 통해 도덕을 넘어선 예술의 진정한 의미를 묻는다. 지난 2월 진행한 트라이아웃 공연 당시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신선한 소재의 스릴러 뮤지컬’이라는 호평을 받으며, 단 2주간의 공연이 모두 매진 되는 등 대학로 소극장 뮤지컬의 저력을 입증한 바 있다.

극에서는 세 명의 인물이 이야기를 끌어간다.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고 싶지만 타고난 재능이 부족한 작곡가‘J’와 천재적 능력을 타고난 작곡가‘S’, 그리고 클래식계 저명한 교수인‘K’. S와 J는 음악을 함께 하던 친구였다. 그러나 감탄할만한 음악을 순식간에 만드는 S의 능력에 J가 질투를 느끼면서 두 사람과 관계는 위태로워진다. 수상 경력을 보고 J에게 관심이 생긴 K는 그를 자신의 제자로 맞는다. 그러나 J는 계속 K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다. 밤새 노력해도 곡이 만들어지지 않자 심리적 압박에 못 이긴 J는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하다 실수로 사람을 치게 되고 붉은 피를 보면서 영감을 떠올린다. 이 사실을 알게 된 K는 J가 곡을 완성할 때까지 수차례 살인을 반복하게 부추긴다. 그렇게 ‘죽음의 소나타’는 완성되지만 J는 파멸하고 만다.

J의 파멸 후 S가 K를 찾아가 화를 내면서 과거를 회상하는 방식으로 관객은 진실과 마주한다. 세상에 없던 음악을 만들고 싶어 했던 욕망은 짐작되지만 J와 K의 극단적 행동들에 대한 동기까지 이해하기는 다소 어렵기도 하다. J가 S의 곡으로 상을 받게 되기까지의 과정이나 K가 왜 성공에 집착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붉은 조명 아래서 순식간에 벌어지는 살인 행위와 빠른 전개는 한시도 무대에서 눈을 뗄 수 없게 했다. 비도덕적인 행동을 하면서도 멈추지 못했던 J의 혼란스러운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강렬한 조명과 웅장한 사운드가 관객의 긴장을 늦추지 않게 한다. 아름다운 선율과 절묘한 호흡을 보여주는 넘버들은 공연의 백미였다. 고조되는 인물들의 감정과 함께하는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현악 3중주의 라이브 연주가 특히 빛을 발한다.

예술의 영역을 넘어 모든 분야에서 갈수록 결과만이 중요해지고 있다. 좋은 결과물을 내기 위해 어떤 과정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작품이다. J가 남긴 소나타는 아름다웠다. 그렇다고 J의 죄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그도 이를 알았기에 악마를 죽이기로 한 것이다. 많은 이의 희생으로 만들어진 ‘죽음의 소나타’가 실제 존재한다면 우리는 이 소나타를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박한근, 문태유, 유승현, 김지철, 김수용, 이선근 출연. 오는 7월 16일까지 서울 대학로 JTN 아트홀 1관. 관람료 전석 5만 5천원

뉴스컬처=허다민 기자/heo@newsculture.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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