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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0만 시골소년 마음 헤집은 ‘소나기‘ 그 곳
황순원문학촌과 산음휴양림의 힐링
한국관광공사 6월 가볼만한 곳 선정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이 바보!”

‘소년은 개울가에서 물장난을 하는 소녀가 윤초시네 증손녀임을 안다. 서울서 온 이 소녀는 며칠째 물장난을 하고 있다. 어느날 건너편에서 구경하고 있는 소년에게 소녀가 “이 바보” 하고 돌을 던지고 달아난다. (중략) 그 조약돌을 간직한 소년과 그 소녀는 들길을 달리고 칡꽃도 따며 놀다가 갑자기 소나기를 만난다. (중략) 소녀가 이사를 가기 전날 밤, 소년은 부모의 대화를 듣는데….’

“이 바보”라며 서울 소녀가 시골 소년에게 던진 한마디는 황순원의 ‘소나기’ 스토리 전체를 이끌어 간다. 같이 놀자는 뜻인데 그것도 모르냐, 나 니를 좋아하는 마음이 생겼는데 그것도 모르냐, 내가 지금 얼마나 슬픈데 그것도 모르냐, 슬프지만 너를 통해 이겨 보려고 하는데 그것도 모르냐, 나 니랑 오래오래 벗하고 싶은데 그것도 모르냐. 숱한 생각을 들게 한다. 이 말은 2000만 시골 남자들에게 지워지지 않는 ‘로망’을 안긴다. 마치 내 경험인양 착각하게 만든다.

소나기로 대표되는 황순원 문학촌이 경기도 양평에 있는 것은 소설 속 내용 때문이다. 부모의 대화를 우연히 듣는 소년. 내일 소녀네가 양평읍으로 이사 간다는 것이었다. 거기서 조그만한 가겟방을 보게 되리라는 것이었다.

소설 ‘소나기’를 떠올리는 순간, 2000만 시골 남자들은 양평으로 달려가고 싶다. ”아마 아직 있을 거야“라고 여기며.

양평은 문학 콘텐츠를 체험하는 감정의 정화 장소요, 식물학-환경학-관광학적으로 제대로 힐링이 되는 휴양림을 갖고 있어, 신록의 계절 6월에 여행하기 좋은 곳이다.

여행작가 길지혜는 양평의 매력을 이렇게 표현한다.

‘숲은 듣는다. 밤사이 피운 꽃망울의 열림, 바람 따라 여행을 시작하는 씨앗의 떨림, 서걱서걱 풀잎을 꿰는 애벌레의 움츠림 하나하나에 귀 기울인다. 나무는 땅속 깊이 뿌리내려 울창한 그늘을 만들고, 한 걸음 비켜서서 물길을 틔운다. 생을 다하는 순간까지 살아 있다는 증거로 싹을 틔우고, 때가 되면 스스로 거름이 된다. 숲은 인내하고, 생명을 보듬고, 마지막에 길을 낸다. 숲을 찾는 사람에게 내미는 손길과 발길이다. 양평에 자리한 산음자연휴양림의 숲길이 그렇다. (중략) 맑고 순수한 소년과 소녀의 사랑 이야기가 펼쳐진 배경이 바로 양평. 학의 숲, 송아지 들판, 수숫단 오솔길을 걸으며 동심과 마주할 시간….” 

양평 산음휴양림 자락 소나기마을

▶양평, 매력덩어리= 한국관광공사는 6월에 가볼만한 곳으로 휴양림 숲길 체험을 정했는데, 양평이나 양양, 완도, 남해에 가면 다른 매력들도 많다. 양평의 또다른 매력은 물이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는 중부지방 사람들이 1~2시간만에 가서 감정을 정화할 수 있는 ’급속 힐링지‘이다.

신입생 첫 MT를 왔다가 아직 말도 걸어보지 못한 친구에게 “조각배 같이 타보지 않을래?”라며 서툰 노젓기에 배는 제대로 타지 못하고 썸을 탔던 추억도 돋는 곳이다.

오는 6월18일까지 일정으로 세미원봄빛정원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용문사, 구둔역, 양평레일바이크, 양평군립미술관, 민물고기생태학습관 등 매력이 많은 곳이다.

남해군 편백휴양림 근처 상주은모래비치

▶바닷가 편백 바다, 남해 삼동= 파독 간호사들의 귀국 정착지 독일마을에서 남쪽으로 20리 가량 떨어진 남해편백자연휴양림은 227㏊에 이르는 편백과 삼나무 숲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톤치드가 힐링을 약속하는 곳이다.

피톤치드는 특유의 살균 효과 덕분에 아토피를 비롯한 피부 질환에 좋고, 신경계를 안정시켜 스트레스를 해소하며 정신을 맑게 해준다. 편백은 피톤치드를 가장 많이 방출하는 나무로 알려졌다.

남해는 아름다운 자연과 멋진 예술 작품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어우러진다. 오래전에 문 닫은 폐교를 예술 공간으로 바꾼 해오름예술촌, 이름처럼 은빛 모래사장이 아름다운 상주은모래비치, 바닷길이 갈라지는 장관을 볼 수 있는 문항어촌체험마을, 이순신 장군의 가묘가 있는 남해 충렬사 등도 이 지역의 보물이다. 

양양 미천골 인근 남대천 연어생태공원

▶자연산 수간모옥, 양양 미천골= 청정한 계곡이 펼쳐진 강원도 첩첩 산골은 어떨까. 백두대간 구룡령 아래 자리한 미천골자연휴양림은 은둔하기 좋은 곳이다. 수간모옥(數間茅屋)을 따로 지을 필요가 없다. 울창한 숲길을 지나 신비로운 불바라기약수터에서 목을 축이고, 얼음처럼 차가운 계곡에 발 담그면 정극인의 ‘상춘곡’에서 노래했듯이 흣튼 헤음(속세의 걱정) 아니하게 된다.

휴양림에서 묵은 다음 날에는 양양의 바다를 찾아간다. 가는 길에 해담마을에서 수륙양용자동차 타고 스릴을 즐기고, 송천떡마을에서 전통 방식으로 만든 떡도 맛보자. 갈대가 흐드러진 남대천연어생태공원을 거닐고, 푸른 바다가 펼쳐진 낙산사에서 여행의 대미를 장식한다.

보성 제암산자연휴양림 공공 펜션

▶힐링과 모험이 공존 보성 제암산= 제암산자연휴양림은 자연 속 힐링과 짜릿한 모험이 공존한다. 더늠길은 능선을 넘나들며 울창한 숲길을 걷는 무장애 산악 트레킹 코스로, 5.8㎞ 전 구간이 평평한 데크로 만들어졌다. 초록빛 세상을 따라 바람과 새소리가 흐르는 힐링 로드다. 스릴 넘치는 짚라인과 모험심을 길러주는 에코어드벤처도 어른, 아이에게 모두 인기 있는 숲 속 체험 시설이다.

보성의 새로운 랜드마크인 봇재에서 차 한잔 마시며 여유를 즐겨보자. 득량역 추억의 거리는 시골 간이역과 1970년대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곳이다. 광주 이씨 집성촌인 강골마을은 황토 돌담을 따라 느긋하게 산책하기 좋다. 최근에 문을 연 비봉공룡공원과 홍암나철기념관도 먼저 가보자. 

홍성 용봉산의 아름다운 여하정

▶한용운의 홍성 용봉산=용봉산은 해발 381m로 야트막하고, 기슭에 자연휴양림이 있어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 인기다. 아이들이 숲에서 마음껏 뛰고 만지고 보고 체험하며 자연과 교감할 수 있도록 자연 체험 공간도 갖췄다. 숲해설가가 동행하는 체험 프로 그램은 늘 예약이 꽉 찰 만큼 반응이 좋다. 등산로는 2시간 코스부터 3시간 30분이 걸리는 종주 코스까지 3개가 있고, 가볍게 산책하고 싶다면 산림휴양관과 숲속의집을 둘러싼 숲길이 좋다.

‘지리한 장마끝에 검은 구름의 터진틈으로 보이는 푸른하늘….’ 한용운 선생 생가터도 홍성에 있다. 조선 시대에 축성한 홍성 홍주읍성, 한국 현대미술의 거목 이응노 선생의 예술 세계를 만날 수 있는 고암이응노생가기념관을 함께 둘러보고, 서해안을 따라 조성된 천수만 권역의 속동전망대와 일몰이 아름다운 궁리포구도 빼놓지 말자. 

완도 수목원

▶한국에 난대림이? 완도수목원= 한국을 온대지방이라고 배웠는데, 완도수목원엔 난대림이 가득하다. 이곳은 1991년에 문을 연 우리나라 최대의 난대림 자생지이자, 국내 유일한 난대 수목원이다. 사시사철 녹음을 자랑하는 붉가시나무와 구실잣밤나무 등 상록수가 주를 이루고, 완도를 대표하는 완도호랑가시가 자라는 곳이다. 울창한 난대림을 바라보고 거닐면 몸과 마음이 자연스럽게 정화된다.

완도의 상징인 완도타워에는 최근 모노레일이 개통했다. 48인승 대형 모노레일로 사방이 커다란 유리창이라, 완도 읍내와 다도해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완도는 해상왕 장보고의 섬이다. 약 1200년 전 동아시아의 바다를 주름잡은 신라인의 위풍당당한 모습이 고스란히 남았다. 올해 신지도와 고금도를 잇는 장보고대교가 개통하면 고금도와 약산도(조약도)는 물론, 고금대교를 건너 전남 강진이나 장흥으로 향하는 여정이 더욱 쉬워진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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