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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치찌개에 토마토 넣으면 어떨까?…10대들의 발칙한(?) 발상
실험하며 배우는 요리교실 화제

검정색 앞치마를 두른 10대들이 뭔가를 만들고 있다. 둘씩 짝지은 아이들 앞엔 가스버너, 묵은지, 토마토, 꽁치 같은 게 보인다. “토마토를 그냥 잘라서 넣을까, 아님 데치고 껍질을 벗길까”, “고추장하고 된장을 반반씩 섞을래”하며 얘길 주고받는다. 요리 경연대회를 연상시키는 풍경. 그런데 뭔가 잘 안 풀리는지, 한 팀이 누군가를 향해 고개를 돌린다. “좀 도와주세요”하는 듯한 눈빛이다.

지난 13일 오전, 서울 송파구 마천 1동에 있는 쿠킹 스튜디오를 찾았다. 50㎡쯤 되는 공간은 스테인리스 조리대와 작은 부엌, 각종 식기와 부재료 등으로 잘 꾸며졌다. 

이날 수업의 막내들인 홍근-규호 군이 의견을 나누면서 김치찌개를 만들고 있다.

이날 중고등학생 6명이 이곳에서 요리를 배웠다. 아이들이 도움을 원하는 눈빛을 보냈던 사람은 윤경훈(57) 사단법인 일촌공동체 송파센터장이다. 윤 센터장은 주미영 원장과 함께 이 작은 스튜디오를 이끌면서 요리를 가르친다.

이날 미션은 묵은지를 활용한 김치찌개 만들기였다. 묵은지는 공통적으로 사용하되, 다른 부재료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었다. 두 팀에선 햄과 꽁치를 선택했고 손승옥 군 팀은 토마토를 골라잡았다. 김치찌개 재료로는 과감한 선택.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했는데, “그냥 한 번 시도해 보려고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호기롭게 토마토 김치찌개에 도전한 승옥 군 팀이 “물이 너무 많아 불어난다”며 SOS를 쳤다. 윤 센터장은 “토마토 자체에 수분이 많아서 무턱대고 하면 홍수가 나는거야”하며 물을 덜어내고 다른 재료를 써서 맛을 살려보라고 조언했다. 아이들은 두반장(콩으로 만든 중국식 장)을 조금씩 넣어서 맛을 냈다. 이런 시행착오 덕분에 아이들은 하나를 더 배우게 된다.

이날 수업의 막내들은 중학교 2학년 동갑내기 홍근-규호 군이었다. 두 친구의 집은 경기도 파주와 일산이다. 쿠킹 스튜디오까지는 지하철로 왕복 3시간 거리. 요리가 재밌어서 별로 힘들다는 느낌은 없다고 한다.

한규호 군은 “1학년 자유학기제에 학교에서 요리를 배우기도 했지만 2학년부터는 학교에선 배울 기회가 없다”면서 “친구들도 학원 다니느라 바쁘고 요리에 별로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주미영 원장은 “요리는 단순히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친구들과 같이 하면서 자연스럽게 분업과 양보심, 배려심, 협동심을 키우고 매사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자세를 갖게 된다”며 “인성교육에 아주 좋은 데 당장 성적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엄마들은 이걸 이해 못하죠”라고 아쉬워했다.

50분만에 모든 조리를 마치고 세 팀의 김치찌개를 두고 둘러앉았다. 윤 센터장이 “뭐가 제일 맛있는지 얘기해보자”고 했다. 의외로 토마토 김치찌개를 꼽는 의견이 많았다.

주 원장은 몇몇 아이들에게 어떤 재료들을 사용했는지, 조리 순서는 어땠는지 물었다. ‘복습’을 시키는 것인데, “이렇게 되짚어야 다음에 아이들이 직접 해볼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긴다”고 했다.

이곳 쿠킹스튜디오에선 40명 정도가 요리를 배운다. 가끔은 지역 청소년수련원이나 사회복지기관 등에서 수업 요청을 해오기도 한다. 수업 콘셉트는 그날그날 다르다.

이곳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배우다가 우연히 적성을 발견하는 친구들도 있다. 지난해 서울시가 주최한 ‘올본 요리대회’ 입상자까지 배출했다.

박준규 기자/n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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