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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자, 아는가? 어느 여인의 못잊을 붉은 그리움을…
-전남 신안 ‘임자도·증도’ 의 여름맞이
낮엔 자연갯벌 사이에서 카약 즐기고
저녁엔 일몰의 해변을 말타고 달리고
물 빠져야 만나는 신비의 용난굴까지
증도의 랜드마크 거대 소금밭도 압권

봄꽃이 지자, 성급한 여행자들이 벌써 여름을 좇는다. 물놀이 하기엔 조금 이르지만, 생태 탐방을 즐기는 사람들, 초여름 더위를 물리치려는 레포츠족들이 조금씩 바다 곁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오뉴월 여행자들이 전남 신안 임자도(荏子島)에 이르러, 초여름 정취에 젖게 해줄 임자를 제대로 만났다. 걸어다니는 물고기 짱뚱어가 사람도 무서워 하지 않은 채 드넓은 갯벌을 활보하고, 유럽의 강에서 흔히 보는 카약이 갯벌 계곡에서 노닐며, 낭만의 요트가 섬 주위를 맴도는 임자도는 이미 컬러풀 여름을 준비하고 있었다.

2020년 임자대교가 완공되면 임자도와 한 몸이 될 지도읍의 3ㆍ8 오일장에는 싱싱한 신안의 수산물과 모래밭에서 자란 임자의 대파, 양파가 기다리고, 지도읍에서 남쪽으로 연결된 유네스코 생태보전 지역이자 신안 보물섬 증도(曾島)에는 드넓은 태평염전이 지상 최고의 석양을 뽐낸다.

260㏊ 넓이의 태평염전은 1953년 피란왔다 정착한 사람들의 생계유지를 위해 만들어졌다. 유네스코 생태보전 지역이자 신안 보물섬 증도에는 드넓은 태평염전이 지상 최고의 석양을 뽐낸다.

자연그대로의 생태와 세련된 레포츠, 건강한 로컬푸드, 명사삼십리 대광해변 등 해수욕장 4개를 거느린 임자도가 신안에 또 하나의 보물을 안긴다.

지도읍 점암선착장에서 출발한 배는 20분만에 임자면 진리포구에 닿는다. ‘아름답고 풍요로운 섬 荏子面’ 표석이 반기는 임자도는 신안의 1004 섬 중 두번째로 크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가르침에 따라, 선착장에서 가까운 거의 유일한 밥집 황금식당에 갔다. 낙지 볶음은 굵지만 부드럽게 씹히는 육질이 목넘길 때까지 해물육즙을 쏟아낸다. 미나리와 함께 버무린 간재미 무침, 황석어 조림은 주 메뉴 만큼 맛있어 ”더 달라“는 주문이 쏟아지고 주인장은 즉각 대령이다.

배가 호강한뒤 1~2인승 배, 카약 체험장으로 옮겼다. 갯벌을 감상할 수 있고 둘레길을 연결하는 100m 길이 나무 다리 밑에 있다. 임자 카약은 자연 갯벌이 만들어 놓은 계곡, 즉 갯골 사이 잔잔한 바닷물 위로 노닌다. 여대생은 물론 아이도 노인도 쉽게 노를 저어 즐겼다. 이곳의 짱뚱어는 겁도 없다. 감히 육상에서 지느러미를 펴며 위세를 떤다.

카약 아이디어는 귀촌한 3040세대 삼총사가 이뤄냈다. 진리 등 3개 마을 협동조합인 ’임자 만났네‘ 추진위원장 정창일(44)씨는 “가끔 고향을 찾았을때 이 좋은 곳을 왜 그냥 두는지 안타까워하다, 결국 낙향했다”면서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유지하되, 손님들에게 재미있는 경험을 드리려 갯골 카약을 고안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더 신선한 천일염 ‘비온뒤 첫 소금’, 더 위생적인 ‘토판염’ 소금치약 등 다양한 생산활동도 벌인다. 이곳 소금은 6월 것이 최고다.

카약체험장에서 5분만 걸으면 요트체험장이 나온다. 진리를 떠나 용난굴, 어머리해변, 은동해변 등 섬을 시계방향으로 돌고 귀환한다. 요트에서 본 섬은 거제 해금강의 축소판이다. 해송 모자를 쓴 절벽 곳곳에 해식동굴이 뚫려 있고, 큰 섬, 작은 섬, 큰 곶, 작은 곶이 요트의 운행 각도에 따라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한다. 요트에서 어머리 해변 동쪽끝 용난굴의 출구도 보인다.

용난골 입구로 가려면 요트에서 내려 어머리-대머리 교차점까지 차로 이동한다. 이곳에서 1.5㎞를 걸어가야 하지만, ‘임자 만났네’ 조합은 트랙터를 개조한 버스를 만들었다. 피란민 수송차 같지만 덩컬거림이 좋다. 어머리 해변은 활주로 같은 평지위에 엽낭게가 집주변에 만들어 놓은 콩알만한 모래뭉치와 작은 파도들이 만들어 놓은 수만개 요철자국들이 조화롭게 섞여 있다.

물이 빠져야, 용이 나서 승천했다는 전설의 용난굴에 들어갈 수 있다. 입구는 방 2개 크기쯤 되지만 안으로 들어갈수록 두 사람이 겨우 교차할 정도로 좁아진다. 전체 길이 150m 중에서 50m가량 들어가면 멀리 푸른 빛이 선명하다. 요트에서 본 바로 그 출구인데, 한발 한발 옮길 때 마다 바닷빛 서광이 신비롭게 다가온다.

어머리, 은동, 용난골 해변과 전장포 초승달 모래해변도 좋지만, 대광 명사삼십리에 비할 바가 아니다. 백사장 길이 12㎞, 넓이 300m. 신안의 으뜸이다. 해변에 들어서면 말 조각상들과 짚과 풀로 엮은 남태평양식 파라솔이 낭만적으로 도열해있다. 18세기 초부터 한동안 말목장이 운영된 곳이기에 국제해변승마장의 기능도 한다. 말을 타고 맞는 일몰은 가히 영화의 한 장면이다.

3만평(13만㎡) 규모의 신안튤립공원, 해변승마공원과 함께 해변가에 들어선 신안청소년수련관 발코니에서 해뜰무렵 바다를 보면, 북동쪽 전장포와 솔개산에 가려진 태양이 붉게 햇살을 대광 쪽으로 내뿜으며 바람막이섬, 어유미섬, 고깔섬, 혈도, 육타리도를 비추고, 그 순정의 때깔 아래로 파도가 줄지어 밀려오는 환상적 풍경을 볼 수 있다. 수련관은 학생 체험여행단이 주로 쓰지만, 중소 규모 단체 손님도 맞는다.

북쪽 전장포는 수산물 판매장에서의 싱싱한 쇼핑이 즐겁다. 솔개산과 암벽지대를 가르는 지점, 젓갈 숙성용으로 만든 토굴은 흥미로운 볼거리이다. 길이 102m, 높이 2.4m, 넓이 3.5m의 말굽모양을 한 토굴들이다. 전장포 새우의 품질은 국민 대다수가 안다. 1980년대까지 파시로 떠들썩했다가 지금은 쇠퇴했지만, 주민들은 임자대교가 완공되면 다시 파시가 열겠다고 벼른다. 최고 중 최고라고 하는 전장포 육젓 시기 6~7월을 전장포 어민과 눈치 빠른 뭍사람들이 학수고대한다.


지도읍으로 다시 배로 건너가 증도대교를 차로 넘으면 ‘신안 보물섬’ 증도를 만난다. 섬 이름 한자어를 더할 증(曾)으로 바꾼 것은 물이 잘빠진다는 뜻의 시루 증(甑)자 증도와 남쪽 대조도 두 섬을 합쳐 커졌기 때문이고, 두 섬 사이에 사람이 조성한 거대한 태평염전은 커진 증도의 랜드마크일 수 밖에 없다. 260㏊ 넓이의 태평염전은 1953년 피란왔다 정착한 사람들의 생계유지를 위해 만들어졌다. 지금은 박물관, 산책로, 전망대, 아이스크림 가게, 소금도매점 등이 모인 관광지이기도 하다.

도로에서 7분만 오르면 당도하는 ‘소금밭 전망대’의 일몰을 보니 가슴과 눈에 불이 붙는다. 태양주변 진홍색 물감을 코 앞의 드넓은 염전에 그대로 끌어다 놓았으니, 외지 여행자들이 얼마나 놀랐겠는가. 말로 차마 표현하기 어렵다.

우리나라 지도를 닮은 ‘한반도 해송숲’ 입구는 갯벌 위 470m를 나무로 연결한 짱뚱어 다리와 이어진다. 여름에도 강한 바람이 불어오는 짱뚱어 다리에선 희귀 염생생물 등 생태 감상과 이마의 땀을 식히는 쾌적함을 모두 얻는다. 늦봄 여행자 중 팔순의 어르신이 바람에 힘겨워하자 한 20대 여성 주민이 부축해서 400여m를 안전하게 모신다. 알고보니 신안군 새내기 공무원이었다. 신안군 보건소 직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인 이곳의 보호를 위해 여행자들에게 금연을 권하고 캠페인에 화답한 이방인에게 선물을 줬다. 여전히 초분(草墳:먼저 가신 어르신을 그리워하며 지상에 1~3년 풀로 감싸두는 것) 풍습이 남아있는 신안군은 공동체 구성원들의 따스한 마음도 매력적이다.

함영훈 여행전문기자/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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