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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금연의 날 ①] 금연하면 살찐다? 낭설입니다
-5월 31일은 제30회 ‘세계 금연의 날’
-우리나라 흡연율, 선진국보다 높아
-흡연의 스트레스 해소 효과, 일시적
-순한 담배도 폐암 사망률은 비슷해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회사원 문모(29) 씨는 올해 목표를 금연으로 삼았지만, 반년 가까이 지난 현재도 아직 지키지 못하고 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10년 넘게 담배를 피운 문 씨는 최근 직장에 들어가며 흡연량이 평소의 2배인 하루 두 갑까지 늘었다. 잦은 술자리도 문제였지만, 담배 한 개피면 ‘막내’로서 받는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듯한 기분도 금연을 방해했다. 하지만 그는 몸에 안 좋은 것은 빨리 끊어야 한다는 생각에 조만간 병원을 찾아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로 결심했다.

매년 5월 31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제30회 ‘세계 금연의 날’이다. 담뱃값 인상, 담뱃갑 흡연 경고 그림 부착 등 흡연율을 낮추려는 정부의 다양한 시도가 효과를 보면서, 2015년 우리나라 성인 남성(19세 이상)의 흡연율은 39.3%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하지만 20%대인 선진국의 평균 흡연율보다 여전히 높은 수치다. 

담배를 끊을 때에는 서서히 흡연량을 줄이는 것보다 한 번에 끊는 것이 좋다. 사진은 관련 이미지. [헤럴드경제DB]

지난해 한 설문조사에서 서울 거주 성인 흡연자 중 거의 절반이(47.1%) 최근 1년 내에 금연을 시도한 적이 있지만 ▷스트레스(55.3%) ▷기존에 담배를 피우던 습관(30.4%) ▷금단 증세가 심해서(9.0%) 등의 이유로 금연하기 어려웠다고 고백했다. 이에 대해 담배를 피우면 스트레스가 사라진다는 등의 오해가 금연을 망설이고 방해하는 요소라고 전문의들은 지적한다.

흡연,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X)…오히려 가중시켜=흡연을 하면 스트레스가 감소된다고 믿지만, 담배는 오히려 스트레스를 가중시킨다. 니코틴은 흡연 시 7초 이내에 뇌에 도달해 쾌감이 드는 도파민 분비를 활성화시켜 순간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느낌을 들게 한다.

하지만 이 같은 효과는 20~40분 후면 사라진다. 니코틴 수치가 감소하면 금단 증상으로 불안과 스트레스 정도가 높아지게 되고 흡연자는 다시 담배를 찾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된다. 하루 한 갑 이상 흡연하는 국내 성인 흡연자와 비흡연자를 비교 연구한 결과, 흡연자는 스트레스 인지 정도가 비흡연자에 비해 1.9배 이상 높고, 2주 이상의 지속된 우울 상태와 자살 생각도 각각 1.7배, 2.0배 많아지는 것으로 보고된다.

순한 담배, 덜 해롭다(X)…암으로 인한 사망률 큰 차이 없어=금연 실패의 또 다른 주요인은 흡연 습관이다. 흡연자 중 몸에 순하다는 담배나 전자담배, 향이 있는 가향담배를 피우면 몸에 덜 해롭고 중독성도 적어 금연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종종 있지만, 이 또한 오해다. 오히려 순한 담배를 피우게 되면 니코틴 보충을 위해 더 깊이, 더 많이 담배 연기를 빨아들일 수 있다.

미국의 한 연구에서도 타르가 적은 담배는 폐암 사망률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 조사에서도 전자담배에 들어있는 니코틴, 포름알데히드 등 특정 발암 물질이 기화를 통해 최대 19배 함량이 높아지는 것으로 밝혀, 전자담배도 금연 대체재로 고려되기는 어렵다. 미국식품의약국(FDA)도 가향담배가 향 중독성이 강해 일반 담배보다 더 위험하고 끊기도 훨씬 어렵다고 경고했다.

천은미 이화여대 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오랜 시간 피운 담배를 단번에 끊기란 쉽지 않아, 금연 시작 후 첫 1주일은 흡연 충동이 심하게 나타나는 시기”라며 “흡연은 단순한 습관이 아닌 중독성 질환으로 본인의 의지만으로 금연을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우며 성공적인 금연을 위해서는 반드시 약물치료를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2015년부터 금연 약물치료에 건강보험이 지원되면서 흡연자는 누구나 보건소를 비롯한 병ㆍ의원에서 의료비 부담 없이 금연 전문 의료진에게 약물치료와 상담을 통해 효과적인 금연 치료를 받을 수 있다”며 “니코틴 중독이 심해 외래를 통한 치료만으로 금연이 어려운 중증 흡연자는 병원의 입원 캠프 프로그램을 통해 효과적인 금연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금연하면 살찐다(X)…각종 성인병 발생 위험 낮춰=특히 여성 흡연자의 경우 체중 증가를 걱정해 금연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 니코틴은 식욕을 억제하고 체내 에너지 소비를 늘리는 작용을 해 금연하면 흡연할 때와 같은 양의 음식을 먹어도 에너지를 덜 소비하게 돼 몸무게가 늘어나는 경우가 있다. 또 금단 증상을 보상하기 위해 과자나 사탕을 즐기고, 식욕도 커져 체중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금연하면 평균 2~3kg 정도 체중이 늘어나는데, 한 달 정도 지나면 식욕도 원래 상태로 돌아오고 운동 능력도 향상되어 금연 뒤 운동을 하면 살이 빠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몸무게를 핑계로 흡연을 지속하면 체중은 유지될 지 몰라도 폐암을 비롯해 심장 질환, 뇌졸중, 성인병 등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흡연을 오래 해서 금연 늦었다(X)…바로 끊으면 이득=나이가 많은 흡연자의 경우 흡연 기간이 길었던 탓에 금연을 처음부터 포기하거나 흡연을 해도 장수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애써 위로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시작이 반이라는 말처럼 담배는 끊는 순간부터 이득이다.

천 교수는 “국내 남성 폐암의 90%는 흡연에 의한 것이며, 흡연은 방광암, 췌장암, 인ㆍ후두암, 자궁경부암, 식도암 등 각종 암의 발생에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실제 금연을 하고 10년만 지나도 폐암으로 인한 사망률은 10% 이하로 감소하는 것으로 보고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흡연 남성은 비흡연 남성보다 암으로 사망할 위험도가 암에 따라 폐암은 4.6배, 후두암은 6.5배, 식도암은 3.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천 교수는 “금연에 성공하려면 최소 3개월 이상 의료진의 치료를 받아야 하고, 이후 1년 이상 금연을 지속해야 한다”며 “장기적인 금연 계획을 위해서는 흡연량을 서서히 줄이기보다는 한 번에 끊고, 껌이나 은단 복용, 산책 등 흡연을 대체할 만한 습관을 만드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이어 “담배 구매 비용을 아껴 스스로를 보상해 주거나 함께 금연할 친구나 조력자를 만들어 금연 성공 선물을 서로 주는 등 주변인의 도움을 청하는 것도 좋다”고 덧붙였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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