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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단오(端午) 뒷 얘기
‘5월 5일, 단오날 아침에 먹는 약은 천년을 오래 살게 할 약’(고려가요 동동)

‘아녀자들아 청홍 치마에 창포, 비녀 하고 가절(佳節)을 허송하지 마라’(농가월령가 5월령)

단오(端午)는 음력 5월의 첫(端) 닷새째 날, 2017년엔 5월30일이다. 양력 5월말~6월중순인 음력 5월초는 놀기 좋으면서도 할 일이 가장 많은 때이다.

실학자 정약용의 차남 정학유는 ‘앵두 익어 붉은 빛이 아침 볕에 눈부신 음력 5월에는 단오를 맘껏 즐기고 싱싱한 푸성귀로 건강 챙기며 격앙가를 부르자’는 뜻을 전한다. 그러면서도, 보리 수확, 소(牛) 건강관리, 그루갈이, 모심기, 장마 대비 땔감 준비, 누에치기, 약쑥 베기 등 할일도 많다고 했다.


단오는 앞으로 쏟아질 일들을 잘 해내자고 다짐하는 심신에너지 보충의 날이다.

양기(陽氣) 충만한 날이라고 고전은 전한다. 저마다의 끼, 예능감을 발산하며, 최대한 멋 부리고 흥겹게 놀도록 허락되는 날이어서 ‘과부 시집가는날’, ’소녀의 날(女兒節)‘이라는 별칭이 붙은 축제이다.

‘세시풍요’라는 책은 단오날 여인들의 드레스코드를 묘사하면서 ‘잇빛 홑치마’라 적고 있다. 남정네 마음을 흔드는 적홍색 시스루이다.

여인들이 가장 아름다운 날이기에 그녀들의 놀거리를 만드는데 남정네들은 주저하지 않았다. 기분좋게 해주면 환심이라도 얻을지 모르니까. 단오의 상징 그네는 남정네들이 집집마다 짚을 갹출해 앞다투어 꼬아 만들었다.

남정네들은 격구나 석전(石戰) 처럼 센 놀이로 ‘짐승돌’ 같은 이미지를 풍기려 안간힘을 썼다.

멋과 끼를 부려도 다짐과 기원을 담았다. 흔히 알려진 창포물 머리 감기가 있다. 머리 감고 난 뒤엔 궁궁이 꽃을 머리에 꽂는데, 독특한 향기가 있어 액(厄)을 물리친다고 믿었다.

단오는 놀 땐 대차게 놀고, 일할 땐 제대로 일하자는 메시지를 준다.

함영훈 선임기자/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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