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출 축소 숨은稅 발굴 등
공약실행 재정 마련작업 착수
비과세·감면 축소 등 효과 한계
재정적자 年 20조~30조 만성화
‘증세없는 복지’ 실현 첫 가늠자
문재인 정부가 공약 이행과 일자리 창출 등 핵심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재원마련 방안으로 재정절감과 비과세ㆍ감면 축소 등을 통한 실효세율 인상을 우선적으로 추진하되, 법인세 등 증세는 마지막 수단으로 신중히 검토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를 통해 조달할 수 있는 재원엔 한계가 있어 증세 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30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와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새정부는 재정계획수립 태스크포스(TF)를 중심으로 문 대통령의 공약 이행과 핵심 국정과제 추진에 필요한 재정소요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재원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당초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 공약 이행에 필요한 소요 예산 규모를 연평균 35조6000억원, 5년간 총 178조원으로 추산했다. 이는 올해 예산(400조7000억원)의 10%에 육박(8.9%)하는 막대한 규모이며, 구체적인 정책수립 과정에서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이를 정부지출의 구조조정과 대기업ㆍ고소득자 중심의 비과세ㆍ감면 정비, 탈루세금의 과세 강화 등으로 조달해 재정건전성의 추가적인 악화를 방지한다는 방침이다. 그래도 재원이 부족할 경우에는 법인세율 인상 등 증세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에 후보다도 “조세감면 혜택을 다시 들여다보고 분리과세를 종합과세로 한다든지 세정 측면에서 실효세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먼저”라며 “법인세 증세 문제는 (이를 검토한 후에) 아주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통해 조달할 수 있는 재원엔 한계가 있다. 재정 구조조정의 경우 더불어민주당은 공약집을 통해 연평균 18조4000억원, 5년간 92조원을 조달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렇게 할 경우 지금까지 수행해온 사업들을 중단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기재부는 새정부 출범 이후 각 부처에 통보한 내년 예산편성 추가지침을 통해 모든 재정사업을 ‘원점(zero-base)’에서 재검토해 재량지출을 10% 감축할 것을 요구했지만, 해당 부처들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불요불급한 예산이나 효과가 떨어지는 사업을 축소할 수 있지만, 대통령 공약이행을 위한 예산을 늘리고 기존 예산을 줄일 경우 역효과가 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비과세ㆍ감면 축소를 통한 재원확충도 만만치 않다. 기재부의 ‘2017년 조세지출 기본계획’에 따르면 올해 국세 감면액은 37조원이지만, 대부분이 서민ㆍ중산층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개인 대상 국세 감면액은 24조9000억원인데, 이중 서민ㆍ중산층 대상이 16조7000억원(67.2%)이며, 고소득층 대상은 8조2000억원(32.8%)이다.
기업에 대한 감면액은 11조5000억원으로 이 가운데 중소기업에 돌아가는 것이 6조7000억원으로 58.1%인 반면, 상호출자제한기업 대상은 2조8000억원(24.4%)이다. 일반기업은 1조4000억원(12.7%), 중견기업은 6000억원(4.8%)이다.
재정절감과 비과세ㆍ감면 축소, 지하경제 양성화 등은 박근혜 정부에서도 추진했으나 별 효과를 보지 못한 정책들이다. 박근혜 정부는 ‘증세 없는 복지’를 표방하며 증세 등 근본적인 재정확충 방안을 마련하지 않아 결국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만 늘렸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재정상태가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복지를 더 늘이지 않고 현재 수준을 유지하더라도 매년 20조~30조원대 적자가 불가피하며, 2030년대 중반엔 중대한 재정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경고하고 있다. 때문에 지난 정부에서 치열한 논란을 벌였던 증세를 포함한 근본적인 재정확충 방안을 마련하지 않는 한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해준 기자/hjlee@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