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혼자라서 맛있다”…‘혼밥남녀’의 푸드톡 ①] 알제리서 온 페리엘 씨의 ‘할머니표 렌틸콩 수프’
1인 가구가 늘면서 덩달아 배달음식, 간편식 산업이 성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성이 듬뿍 담긴 집밥과 견주면 여러 가지로 턱없이 빈약한 게 사실입니다. 그저 한 끼를 때우는 셈이지요. 혼자 살지만 늘 건강한 한 끼를 고민하는 젊은이들이 있습니다. 편리한 패스트푸드보다는 조금은 수고로워도 프레시푸드를 추구하는 이들입니다. 리얼푸드가 이들의 몸과 마음을 달래주는 레시피를 그들의 삶의 스토리와 함께 ‘혼밥남녀 푸드톡’을 통해 전해드립니다.

한국에서 이슬람교를 믿는 외국인으로, 게다가 채식주의자로 산다는 건 어떨까요. 알제리에서 태어나 지금은 한국에 사는 페리엘(28)은 이 세 가지 조건을 다 갖추고 있습니다. 그녀는 씩씩하게 “한국생활은 아주 즐겁다”고 말합니다. 다만 “웬만한 음식에는 다 고기가 들어가서 조금 힘들었다”면서 웃습니다.

완성된 렌틸콩 수프와 통곡물 빵. 소박한 식사지만 단백질, 식이섬유는 풍부한 건강식단입니다.


페리엘은 17살에 고향을 떠나 프랑스로 날아갔습니다. 그곳에서 공부하며 전 세계에서 온 다양한 친구들을 사귀었는데, 한국 친구들과 유난히 친해졌다고 합니다. 사람에 대한 호감은 자연스럽게 그들의 나라로까지 번졌습니다.

페리엘의 집은 서울 용산 해방촌에 있습니다. 오래된 주택들 사이로 난 ‘미로’ 같은 골목길을 10분쯤 헤쳐나가야 만날 수 있는 다세대 주택입니다. 그는 영국인 룸메이트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페리엘의 주방을 둘러보니 여느 한국 가정집에선 찾아보기 힘든 식재료가 가득합니다. 마치 이태원에 있는 외국인 식료품점이 떠오르더군요.

페리엘에게 알제리에서 즐겨먹었던 음식을 소개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는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라고 말하면서 몇 가지를 제안했습니다. 기자가 렌틸콩 수프에 관심을 보였더니, 페리엘은 “겨울에 할머니가 자주 해주시던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러면서 “한국 날씨는 더운데 괜찮겠어요?”라고 되묻습니다. 괜찮아요, 한국은 이열치열(以熱治熱)의 나라니까요.

페리엘은 정성껏 만든 수프를 통곡물 빵과 함께 냈습니다. 수프 위엔 월계수잎으로 가벼운 장식을 했고요. 소박하지만, 영양가만큼은 나무랄데 없는 알제리 스타일 밥상이 차려졌죠.

렌틸콩 수프는 단팥죽과 비슷한 맛이 납니다. 렌틸콩의 담백한 맛을 온전히 느낄 수 있습니다. 페리엘은 “토마토소스를 더 넣으면 달콤한 맛을 낼 수 있고, 채식주의자가 아니면 고기를 넣어도 된다”고 합니다. 특히 라마단(이슬람교 금식기간)에는 이 수프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고 합니다.

▶ 재료: 렌틸콩, 양파ㆍ당근ㆍ샐러리ㆍ토마토(또는 토마토 소스) 약간, 올리브유, 소금, 후추, 월계수잎

▶만드는 법

① 렌틸콩은 씻어서 30분 이상 뜨거운 물에 불린다. 콩 불린 물은 버리지 않는다.
② 냄비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잘게 썬 양파를 볶은 후 렌틸콩을 넣고 5분가량 볶아준다.
③ 렌틸콩 불린 물에 당근, 양파의 남는 부위와 월계수잎을 넣고 끓인다.
④ 렌틸콩이 든 냄비에 ③을 2~3번에 나눠 넣으면서 약한 불에서 잘 저어준다.
⑤ 잘게 썬 당근과 샐러리를 넣는다. 후추와 소금으로 간을 한다.
⑥ 렌틸콩 껍질이 벗겨지면 갈은 토마토나 토마토소스를 넣고 10분간 더 끓인다.

▶한줄 코멘트

렌틸콩에는 채식주의자들에게 부족하기 쉬운 단백질을 비롯해 엽산, 철분, 아연, 비타민 B1, 비타민 B6 등 필수 미량영양소가 풍부하게 들었습니다. 또 수프에 들어간 샐러리, 통곡물 빵을 통해 식이섬유소를 보충할 수 있어 건강 유지에도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단, 20대 후반부터 뼈의 질량이 감소한다는 사실을 감안해 한 잔의 우유 또는 치즈 같은 유제품을 곁들인다면 더욱 균형잡힌 식사가 되겠습니다. (이송미 신촌세브란스병원 영양팀장)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