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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늘의 베스트셀러, 땅위와 별 차이없네~
-인천공항내 서점 8곳 판매서적 분석
-‘킬링타임 용’ 가벼운 읽을거리 아닌
경영·인문 서적이 베스트셀러…
-인천공항 면세점 4층 ‘스카이 북카페’
번잡함 벗어나 나만의 여유로움 선사

독서인구가 줄고 도서정가제로 책이 팔리지 않는다는 소리가 많지만 꾸준히 책이 소비되는 곳이 있다. 다름아닌 공항이다. 지난해 해외여행객 수가 2200만명에 달할 정도로 해외여행객이 크게 늘면서 독서인구의 감소를 상쇄시켜주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국제공항에는 현재 경인문고가 모두 8개의 서점, K북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는 모두 2만종의 책이 비치돼 있다.

흔히 ‘킬링 타임’용으로 불리는 여행용 책은 비행기안에서 보는 ‘가벼운 읽을 거리’ 정도로 여기지만 이는 오판이다. 독자들의 선택은 이와 다르다. 700쪽이 넘는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 500쪽이 넘는 윌리 톰슨의 ‘노동, 성 권력’ 과 같은 묵직한 책들이 베스트셀러를 장식한다. 클라우스 슈밥의 ‘4차산업혁명의 충격’, 지리라는 렌즈로 세계 분쟁지역의 문제를 짚은 ‘지리의 힘’도 그 연장선상이다.

먼 곳으로의 여행으로 설렘이 가득한 공항의 풍경은 어디나 크게 다르지 않다. 여행객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는 명품숍이 즐비하지만 또 다른 볼거리를 원하는 여행객들은 서점 앞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독서에 집중하기에 여행은 더 없이 좋기 때문이다.

‘구름 위 베스트셀러’ 절반이 같다=공항서점 8곳이 집계한 6월 현재 ‘구름 위 베스트셀러’를 보면, 놀랍게도 시중의 베스트셀러와 별반 다르지 않다.

교보문고 베스트셀러와 20위 안에 동일 저자의 책을 포함, 9개가 겹치고, 예스24와 8개가 겹친다.

현재 베스트셀러 1위는 ‘4차산업혁명’으로 잘 알려진 클라우스 슈밥의 다른 책 ‘4차산업혁명의 충격’이 차지하고 있다. 뒤 이어 ‘언어의 온도’의 작가 이기주의 신작 ‘말의 품격’이 2위를,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 3위를 차지했다. 유시민의 개정신판 ‘국가란 무엇인가’가 4위, 시중에서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달리고 있는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가 5위를 잇는다.

또 현재 가장 뜨거운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다투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잠’(1,2)과 김영하의 ‘오직 두사람’도 7, 8위에 나란히 올라있다. 영화화가 추진되면서 시중에서 베스트셀러 5위에 올라있는 조남주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은 11위에 랭크돼 있다.


분야별 책 황금분할, 이럴 수가!=공항과 시중 서점의 이런 동반현상은 몇년 전과 비교해보면 놀라운 변화다. 공항서점의 베스트셀러는 과거 시중 서점과 겹치는게 거의 없을 정도로 딴판이었다.

이는 여행과 일상이 크게 동떨어진 일이 아님을 보여준다. 일상 속 관심사가 여행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편으론 일상의 무거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반증일 수 있다. 일반의 관심사인 베스트셀러에 머물러야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강박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20위권 책의 성격을 보면, 각 분야별로 고른 분포를 보이고 있는 점도 흥미롭다. 경제경영서, 소설, 인문 분야가 각각 4권씩 올라있고, 자기계발, 시 에세이가 각각 3권씩 차지했다. 나머지는 정치사회와 역사문화가 각각 1권씩이다.

과거와 달리 교양이나 시사잡지를 찾는 여행객이 준 것도 공항서점의 큰 변화 중 하나. 반면 한류스타들이 나오는 잡지는 인기다.

K북스의 윤병수 점장은 “책을 찾는 이들은 주로 30~50대 비즈니스맨들로, 특히 미국, 유럽 등지를 여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여행 고수들만 아는 곳, ‘스카이 북카페’=외국 공항에는 없고 인천국제공항에만 있는 게 있다. 바로 북카페다. 탑승을 기다리는 시간 동안 아늑한 공간에서 커피 한 잔과 함께 책을 맘껏 읽을 수 있는 세계 유일의 공간이다. ‘스카이 북카페’가 자리잡은 면세점 공간 4층은 사실 그동안 비어 있었다. 중국관광객들이 늘어나면서 텍스리펀드를 해줄 별도의 공간이 필요해 함께 북카페를 열었다. 30여평 공간에 1만종의 책을 보유한 북카페는 공항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여유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장소다. 고급스런 원목 테이블과 편안한 의자, 앤틱한 분위기의 등까지 비싼 마일리지를 제공해야 이용할 수 있는 항공사 회원제 라운지가 부럽지 않다. 그럼에도 잘 알려지지 않아 오지랖이 넓은 여행 고수들만 찾는 숨겨진 곳이다. 심심찮게 책 판매가 이뤄지지만 이곳에선 K팝스타들의 앨범이 인기다. 그 중 요즘 가장 핫한 앨범은 방탄소년단의 ‘봄날’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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