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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송인부도 사태가 불과 얼마 전인데
일주일 전, 한 서점 관계자로부터 모 대형 서점이 책 공급을 못받아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소릴 들었다. 대금결제를 못해 주요 출판사들이 책 공급을 안한다는 얘기였다. 송인부도 사태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게 웬 날벼락인가 싶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주요 요지에 입점한 서점이 그럴리가 있겠냐 반신반의하며 사실 확인에 들어간 건 며칠 지난 뒤였다.

주요 출판사 몇 군데에 전화를 돌린 결과는 들은대로였다. 주요 출판사 몇은 책 공급을 중단한 상태였다. 해당 서점의 온라인 사이트에 들어가 책 주문을 해봤다. 베스트셀러에 올라있는 책인데 품절로 나오거나 열흘 뒤에나 받을 수 있는 상태였다. 책 공급이 끊겨 주문을 받을 수 없거나 재고로 버티고 있다는 증거였다.

또 다른 출판사는 그날 밀렸던 대금을 결재해줘 공급을 재개했다고 했다. 사정이 어렵다는 얘긴 들었지만 어음은 정상적으로 받고 있다는 곳도 있었다. 3개월짜리 어음이지만 그만하면 좋은 조건이라고 했다.

전화를 여기 저기 돌리다보니 금세 업계에 소문이 났던지 관계자들의 전화가 이어졌다.

얘기인즉슨, 지난 3개월 동안 자금사정이 어려웠던 건 사실이라는 것. 그런데 악화되기 직전, 금융권으로부터 수십억 원의 자금을 융통해 밀린 대금을 다 결제해줬다는 설명이었다.

송인부도 사태로 많게는 수 억원씩 물렸던 주요 출판사들로서는 신경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출판단체 관계자들은 더욱 전전긍긍했다.

자금 숨통이 틔여 일단락된 상황에서 사정이 안좋다라는게 뒤늦게 알려져 몰랐던 출판사들이 책 공급을 중단하는 사태가 벌어질까봐 걱정했다.

물밑에서 이뤄진 이번 사태는 일시적인 자금 경색일 수도 있지만 그냥 지나칠 일 만은 아닌 듯 싶다.

현재 출판유통은 풀어야 할 과제가 한 둘이 아니다. 관행으로 굳어져온 어음결제는 작은 출판사들의 자금압박을 더욱 옥죄는 요인이다. 이는 위탁거래와도 관련이 있다. 책을 받아 대금을 바로 결제하는 대신 팔리는 만큼 나중에 결제하기때문에 반품의 공포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 여기에 대형서점의 문어발 확장, 온라인서점의 중고서점 운영 등 파행이 이어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책이 어디에서 얼마나 팔리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다. 갑을관계는 여기에서 시작된다. 힘있는 출판사와 대형 서점은 더 좋은 조건으로 이익을 추구하고작고 힘없는 곳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불리한 조건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판매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투명한 유통정보관리 시스템구축이 필요한이유다. 한 두푼 들어가는 게 아닌 이런 인프라 문제는 정부가 나서서 풀어야 할 사안이다.

블랙리스트 사태와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만신창이가 된 문체부는 거의 10여개월을 손 놓고 지냈다. 더 늦기전에 출판 유통을 정상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도종환 문체부 장관의 어깨가 무거울 수 밖에 없다. 

meelee@heraldoc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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