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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갑작스러운 비에 당황된다면…‘착한 우산’ 빌릴 곳은 여기!
홈플러스, 고객에 연중 우산 대여 실시
종로ㆍ강북ㆍ동대문구 등 서울 동별 지원
부천시ㆍ지방도 우산 빌릴 곳 많아
병원ㆍ학교ㆍ카페도 대여 서비스 적극
착한 서비스 지속하려면 시민의식 키워야


[헤럴드경제=조현아 기자] 장마철뿐 아니라 평소에도 비가 올 때 우산이 없으면 참 난감하다. 예전에는 우산이 없으면 “방향이 같다면 함께 쓰고 가자”고 우산 ‘한켠’을 내주는 사람들이 간혹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갈 길이 바쁘고 세상이 험해서일까? 아이가 비를 맞고 가도, 어르신이 비에 젖어도 훈훈한 ‘우산 나눔’은 찾아볼 수 없다. 우산을 사자니 한 번 쓰고 버릴 건데 좀 비싸다는 생각이 들면 혹 남는 우산 없나 두리번거리게 마련. 관공서, 지하철 등에서 시행되던 그 많던 ‘우산 대여 서비스’가 회수율 ‘0%’로 사라진 요즘, 다시금 ‘양심우산’이 살아나는 곳이 있다고 해 직접 알아봤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쇼핑하고 우산 빌리고=이젠 마트에서 장을 본 후 갑작스레 비가 올 때 우산이 없어 비 그치기를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고객이라면 이달부터 잠시 빌릴 수 있는 ‘빨간우산 대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이 서비스는 슈퍼마켓업계로는 처음이며, 전국 275개 직영점에서 시행돼 가까운 홈플러스 슈퍼마켓 방문 시 이용할 수 있다. 또 장마철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소나기를 피하거나 양산이 필요할 때 연중 언제나 약간의 보증금을 맡기고 빌릴 수 있으며 다음 방문 때 우산을 반납하면 보증금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

오명균 홈플러스 영업지원팀장은 “집 근처에 간단히 장을 보러 나왔다가 폭우에 발길이 묶여 어쩔 수 없이 우산을 구매하는 고객이 많았다”며 “고객의 장바구니 부담을 덜어주고 안심 귀가를 돕고자 이번 서비스를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사진제공=홈플러스]



▶주민센터에서도 빌릴 수 있어요=자치단체들도 비 오는 날 우산 대여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서울시의 경우 종로구 창신3동 주민들은 여름철 주민센터 방문 후 비가 와도 당황하지 않는다. 또 3년째 우산을 빌려주는 강북구 대부분의 주민자치센터 방문자도 우산 대여 서비스에 매우 만족해했다. 동대문구 일부 주민센터에서도 우산을 무료로 빌릴 수 있다.

수도권에서는 부천시청과 시내 10개 주민센터 방문 중 급작스런 우천으로 우산이 필요할 때 ‘SOS’를 청하면 언제든 해결 가능하다. 부천시 관계자는 “시의 양심우산 대여 서비스는 ‘회수율 90%’로,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 덕에 10년째 이어오고 있다”며 “시민들의 만족도 또한 매우 높아 향후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제공=부천시]

지방의 경우, 울산시 울주군 범서읍행복지원센터에서도 ‘양심우산 대여서비스’를 만나볼 수 있으며 경남 창녕군과 전남 고흥군, 충북 홍성군 등의 군청과 읍ㆍ면사무소, 청소년문화의집에서도 우산을 빌릴 수 있다. 대여 우산들은 자치구에서 구입하거나 주민들이 수리센터에 맡긴 후 자발적으로 기증한 것들로 충당한다. 


[사진출처=범서읍행복지원센터]


[사진출처=고흥청소년문화의집]


▶병원에서도 우산 빌려드려요=부산지역 병원 중 양산부산대병원과 대동병원에서도 ‘양심 우산 대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투명우산 나눔’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는 양산부산대병원 김해경 홍보팀장은 “우산 대여는 작년여름 ‘환자 공감’의 일환으로 시작하게 됐다”며 “장마 기간에 갑작스런 비로 인해 불편함을 겪는 내원객들을 대상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제공=양산부산대병원]

대동병원 안내데스크에도 환자들의 편의를 위해 ‘양심우산’ 100여개가 항상 있는데, 간단한 인적 사항만 적으며 빌릴 수 있고, 10일 이내에 자율 반납하면 된다.

그러나 환자가 많고 다시 내원해 반납하기까지 시간이 긴 때문인지 서울지역 대형 병원에서는 환자를 위한 ‘우산 대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곳이 단 한곳도 없었다.

▶곳곳 우산 빌려주는 곳 많아요=이 밖에도 ‘커피빈’ 멤버십 웹회원이라면 음료 구매 시 우산을 빌릴 수 있는지 물어보는 것도 좋겠다. 지점에 따라 대여 우산이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사회적기업 활성화전국네트워크도 ‘너도나도 우산’ 함께쓰기 캠페인을 펼치고 있으며 ‘중탑초교’ ‘명천초교’ ‘신라중’ 등 학교별로도 학생들에게 우산을 빌려주고 있다.

▶일본도 포기한 우산 대여서비스, 시민의식으로 되살렸으면=일본 홋카이도 하코다테역에서도 작년 3월 관광객들을 위해 무료 우산대여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빌려간 우산이 거의 회수되지 않아 1년 만에 폐지한다고 최근 밝힌 바 있다. 

[사진=홋카이도신문 캡처]

‘양심우산’이라 불리는 우산 무료 대여 서비스는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1990년대 중반부터 지역 교회나 자선단체에서 기증한 우산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불과 3~4년 전까지만 해도 400여개 지하철역과 관공서, 은행 등 많은 곳에서 우산을 무료로 빌릴 수 있었지만 빌려간 사람들의 ‘양심 실종’과 함께 ‘양심우산’ 서비스도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양심우산’ 서비스를 했던 한 기관의 관계자는 “돌아오지 않는 우산을 메우려고 예산을 계속 투입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생각이 들어 서비스를 중단했다”고 말했다. “우산, 그거 얼마나 한다고 사면 되지 않느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확장적 시각에서 보면 ‘양심우산’은 고침과 나눔을 통해 ‘지구 살리기’와 ‘공유경제’를 실천하는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내가 그랬듯 다른 사람을 위해 급할 때 빌려쓸 수 있도록 빌린 우산을 제자리에 가져다 두는 작은 행동 하나가 일본도 못해낸 ‘의식 있는’ 시민으로의 발판이 되지 않을까. 돌아오지 않는 우산들이 다시금 돌아오기를 비 오는 출근길 바라본다.

jo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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