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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범 김구가 꿈꾸던 한국과 2017년 한국은
폴란드 미디어아티스트 크지슈토프 보디츠코
국립현대미술관, 국내 첫 개인전
1960년 후반부터 최근까지 주요작 80점 총망라

신작 ‘나의 소원’ 공개
김구 동상을 스크린 삼아
2017년의 한국인 13명 인터뷰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세월호로 아이를 잃은 엄마는 담담하게 말한다. “다시는 나같은 고통을 겪는 어머니가 전 세계 어디에도 없으면 좋겠어요”

매주 태극기 집회에 참가한 중년의 남자는 말한다. “더 나은 대한민국을 후대에 남겨주고 싶기에 나갑니다”

직업을 찾고있는 20대 청년, 수 년 전 한국에 정착했지만 피부색 때문에 여전히 차별받는 이민자 등 대한민국의 현재를 살아가는 13명이 인터뷰에 응했다. 그들은 제각기 자신이 처한 상황을 비롯, 아주 개인적이고 사적인 고민을 털어놓는다. 인터뷰의 말미엔 자신의 소원을 이야기하는데, 본인에게 이로운 것이 아닌 주변인과 사회에 혜택이 돌아오는 소원을 간절히 기원한다. 백범 김구의 동상을 스크린 삼아 상영되는 이 작품은 세계적 미디어아티스트 크지슈토프 보디츠코(74)의 신작 ‘나의 소원’이다.

폴란드 출신 세계적 미디어아티스트 크지슈토프 보디츠코의 개인전 `크지슈토프 보디츠코:기구, 기념비, 프로젝션`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7월 5일부터 10월 9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2016년과 2017년 한국의 사회상을 담은 신작 `나의 소원`을 공개한다. `나의 소원`, 2017, 작가소장 [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관장 바르토메우 마리)은 폴란드 출신의 세계적 미디어 아티스트 크지슈토프 보디츠코의 국내 첫 개인전 ‘크지슈토프 보디츠코: 기구, 기념비, 프로젝션’을 5일부터 10월 9일까지 서울관 제5전시실과 제7전시실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사회의 주요 담론을 선도해 온 보디츠코의 아시아 최초 대규모 회고전이며, 1960년대 후반부터 최근까지 주요 작품 80여 점이 선보인다.

전시 개막에 앞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보디츠코는 신작인 ‘나의 소원’에 대해 “이런 작품을 만들 수 있어서 행운”이라며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많은 사람의 목소리와 경험을 다른 곳으로 확장시키는 것인데, 이번 대상은 서울이다. 지난 겨울 만난 서울은 공공장소가 정치적 시위를 위한 무대로, 민주주의적 함의를 함축한 공간으로 확장됨을 보고 큰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뉴욕 유니언 스퀘어에서 열린 공공 프로젝션 에이브러햄 링컨 참전군인 프로젝트, 2012. [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나의 소원’은 기존 동상에 영상물을 프로젝션하는 방식으로 그의 2012년 작품 ‘참전군인 프로젝트’와도 유사하다. 당시 보디츠코는 한 달 간 뉴욕 유니온 스퀘어의 링컨 동상에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참전 군인의 이야기를 투사한 바 있다. 그의 작품은 개인의 상처를 사회적, 역사적 맥락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의 많은 동상(위인)중 백범 김구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그는 “나는 백범의 ‘통일 한국에 대한 비전’에 영감을 받았다. 내가 이해한 바로는 그가 생각하는 국가는 기쁨의 나라, 자유롭게 의사를 교류할 수 있는 민주적 나라를 그리고 있다. 강한 힘을 가진 강국, 제국주의적 국가가 아니라 국민의 건강, 문화에 초점을 맞춘 나라”라고 말했다.

백범이 꿈꾸던 대한민국과 현재 우리의 모습이 교차되는 지점엔 ‘공공’이라는 화두가 있다. 전시를 기획한 이수정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보디츠코는 사회적으로 개입된 예술의 선구자다. 한국은 지난 겨울 촛불 집회를 겪으며 공적영역에 대한 관심이 커져있는데, 이에대해 오래 고찰해온 작가가 보디츠코”라며 시의성 높은 전시를 준비했다고 했다. 보디츠코는 우리가 지향해야할공동체의 모습에 대해서 “우리는 결코 타인의 고통의 깊이에 닿을 수는 없지만 타인의 고통에 귀를 기울일 순 있으며, 기울여야하는 의무가 있다”고 했다. 

한 노숙인이 뉴욕 트럼프 타워 앞에서 노숙자 수레를 시연 중인 모습, 1988, 홍콩 개인소장.[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자율 방범차(Poliscar), 1991. [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바르샤바에서 수레를 시연하는 크지슈토프 보디츠코, 1973, 우치미술관 소장.[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보디츠코는 1943년 바르샤바에서 태어났으며,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했다. 1968년부터 유니트라(Unitra) 등에서 산업디자이너로 근무하면서, 실험적인 예술인과 지식인들이 운영하던 대안공간을 중심으로 작가로서 활동을 시작했다. 1977년 캐나다의 레지던시에 참여하면서 캐나다로 이주했고, 1980년대에 들어 미국의 뉴욕, 독일의 슈투트가르트와 카셀 등 여러 도시에서 사회 비판적, 정치적 메시지를 던지는 야외 프로젝션 작품을 잇달아 발표했다. 대표작으로는 뉴욕 노숙자들을 위한 이동식 차량인 ‘노숙자 수레(1988-1989) 프로젝트,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대한 영국 식민지배를 주제로 한 ’남아프리카공화국 대사관 프로젝션‘등이 있다.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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