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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돌아온 ‘마타하리’ 스토리는 살렸지만…
무희·스파이’보다 ‘여자·인간’방점
화려한 무대 기대땐 아쉬움 남을듯

1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마타하리’는 예전의 ‘마타하리’가 아니었다. 창작 뮤지컬의 수정 작업이야 끊임없이 이뤄지는 것이지만, 전혀 새로운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외연과 내연이 크게 바뀌었다. 지난해 초연 이후 각종 시상식에서 상을 휩쓸고 평균 객석점유율 90%를 기록하는 등 작품성과 흥행성을 인정받았지만, ‘마타하리’는 안정보다는 변화를 택했다.

지난해 초연된 ‘마타하리’는 EMK뮤지컬컴퍼니의 첫 창작극이자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 작가 아이반 멘첼 등 세계적인 창작진의 작품, 공연계 여제로 불리는 옥주현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뮤지컬 등으로 주목받았다. 이번에 재연을 준비하면서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스티븐 레인 연출가를 새롭게 투입했는데, 스티븐이 극의 흐름을 조율하는 드라마터그로서 인정을 받아온 만큼, 스토리의 짜임새에 방점을 찍었다.


작품은 네덜란드 출신 무희로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와 독일을 오가며 이중 스파이 노릇을 한 혐의로 총살당한 실존 인물 ‘마타하리’의 이야기를 그린다. 아름다운 외모와 관능적인 춤사위로 유럽의 고위층 남성들을 유혹한 뒤 정보를 캐내는 것이 그의 방식이었다. 초연 당시 마타하리의 ‘무희’나 ‘스파이’로서의 면모가 두드려졌다면, 이번 공연에서는 ‘여자’ 혹은 ‘인간’으로서의 모습이 강조됐다.

무엇보다 앞서 무희의 ‘쇼’를 그려낸 화려하고 웅장한 무대 연출이 많이 가벼워졌다. 극의 해설자이자 쇼를 이끌던 MC 역할은 아예 없어졌고, 마타하리가 여러 겹의 옷을 하나씩 벗으며 추는 관능적인 안무 역시 대폭 축소됐다. 때문에 마타하리가 극 중 세계적인 사랑을 받는 ‘무희’라는 것은 직접적인 춤 씬보다는 가사나 대사 속에 녹여내 간접적으로 표현된다.

마타하리가 ‘스파이’로 활약하는 장면 역시 다소 힘이 빠진 모양새다. 마타하리 본인은 원하지 않는데 라두의 강요에 의해 억지로 첩보 활동을 하는 것처럼 보이며, 스파이로서의 행동 또한 수동적, 소극적으로 그려진다. 대신 아르망을 향한 한 여자로서의 마음이나 전쟁 속에서 평범한 일상을 꿈꾸는 인간으로서의 바람 등이 드러나면서 인물의 상황과 감정에 공감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마타하리라는 여인을 더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무희, 스파이’라는 두 가지 요소가 약화하면서 캐릭터의 매력 또한 반감됐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때문에 제작사가 “이번 공연에서 마타하리가 생존을 위해 스파이가 되어 치열하게 살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설득력 있게 표현했다”는 설명에 물음표가 남을 수밖에 없다.

스토리 보강을 위해 작품을 대폭 수정한 ‘마타하리’가 초연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공연으로 탈바꿈했다는 점은 확실하다. 드라마에 힘을 줬음에도 여전히 몇 장면은 수정이 필요해 보이며, 앞서 화려했던 ‘마타하리’를 기억하는 관객에게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을 수 있겠다.

물론 이번에 새로운 마타하리로 합류한 배우 차지연 덕분에 인물이 색다르게 다가온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8월 뮤지컬 ‘위키드’ 이후 출산한 뒤 오랜만에 무대로 복귀한 차지연은 변함없는 가창력과 무대장악력을 보여주며 힘찬 박수를 이끌어냈다. 오는 8월 6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뉴스컬처=양승희 기자/yang@newsculture.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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