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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지하철 불쾌지수 유발자, 젖은 우산
장마철이 되면 지하철 승객들의 불편은 더 커진다. 전동차 내 높은 습도와 온도 때문에 모두가 예민한 시기기도 하지만 필수품인 ‘우산’이 불쾌지수를 높이기 때문이다. 뚝뚝 떨어지는 빗물에 신발과 바지가 젖기도 하고 긴 우산은 ‘흉기’로 변해 허벅지나 발등을 찍는 등 짜증나는 일을 당할 수도 있다.

중학교 교사 윤희연(30) 씨 역시 장마가 시작된 후 지하철 출퇴근길이 고역이다. 다른 승객이 들고 있는 우산에 종아리와 발이 젖기 일쑤다. 더운 날씨 탓에 원피스와 샌들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은데 짜증은 두배가 된다. 우산에서 떨어진 빗물이 샌들 안으로 들어오기도 하고 원피스를 적시기도 하기 때문이다.

윤 씨는 “마른 우산도 아니고 젖은 우산을 비닐에 넣거나 묶지도 않고 지하철을 타는 승객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그 쪽은 피하게 된다”며 “제발 승객들이 ‘우산 에티켓’을 지키면서 지하철을 사용해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우산 매너가 실종됐다. 본격적인 장마철이 시작되면서 지하철 내 ‘우산 민폐족’에 대한 불만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젖은 우산을 비닐에 넣기는 커녕 털거나 묶지도 않고 열차에 가지고 들어오는 승객들 때문이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하철의 하루 평균 이용객은 700만명을 넘는다. 비오는 날이면 우산 수백만개가 지하철을 오가는 것이다.

일부 시민들은 큰 장우산을 가지고 다니는 승객들 때문에 위협을 느끼기도 한다.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주신영(33) 씨는 얼마전 지하철 계단을 올라가다 앞서 가던 할아버지 때문에 봉변을 당할 뻔 했다. 할아버지가 장우산을 앞뒤로 크게 흔들면서 올라가다가 주 씨의 허벅지를 찌를 뻔한 것. 주 씨는 이후 장우산을 들고 계단을 이용하는 승객이 있으면 일정 거리를 두고 걷는 습관이 생겼다.

주 씨는 “계단을 올라가고 있는데 갑자기 장우산 끝 부분이 내 허벅지를 찌를 뻔해서 깜짝 놀랐다”며 “앞에 계시는 분이 나이가 있으신 어르신이어서 뭐라 말할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비오는 날이면 우중충한 날씨에 기분마저 우울해지기 쉽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출퇴근하는 옆사람의 기분을 우산 하나로 망칠 수도, 고마움을 느끼게 할 수도 있다. 비오는 날 우산을 비닐에 넣거나, 물기를 털고 묶는 우산 매너가 서로의 출퇴근길을 지켜주는 최소한의 매너일 것이다. r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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