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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지국총 여행
‘지국총’이라는 말을 만든 윤선도의 상상력과 표현력은 대단하다. 어부가 노 저을 때 나는, 물 밀어내는 소리에다 노와 고리의 마찰 소음 등을 담아 조어(造語)했다. 느린 듯 하면서도 바지런하고, 마디마디 맺음이 있으며, 선명한 느낌도 준다.

그가 해옹(海翁)이라는 별명을 얻은 해남 보길도에서 ‘어민동락(漁民同樂)’할 때, 이 어부사시사를 지었다.


윤선도는 조선 중기 문학가, 관료, 내부 고발자, 정치 전략가, 풍수지리가이다. 불의와 타협을 못해 저항하지만, 그리 모질지도 못해 늘 밀려나 자의반 타의반 안빈낙도(安貧樂道)를 택했다.

‘유배 여행자’인 윤선도는 서울사람이다. 그의 호 고산(孤山)은 정치적 상징인 것 같지만, 사실은 그가 살던 곳의 지명이다.

서울 동쪽 미시대교와 강동대교 사이 강북 강변, 남양주시 수석동에 나홀로 불쑥 솟아오른 구릉이다. 덕소천, 홍릉천, 왕숙천이 합류해 한강 유역에서 강폭이 가장 넓어 호수같다는 뜻의 미호(渼湖)가 내려다 보인다. 미사리는 미호 동편 백사장이었다.

윤선도는 부산 기장에도 있다. 평안도에서 이배(移配)된 후 두호마을 황학대에서 주민들과 인문학을 즐겼다. 황학대 정자에서 보는 죽성 영화세트장과 바다는 한폭의 그림이다.

영암에 간 윤선도는 월출산에 올랐다가 ‘미운 것이 안개로다. 두어라, 해 퍼진 후면 안개 아니 걷히랴”라며 간신 박멸의 정치시를 읊었다.

영덕으로도 유배됐다. 에메랄드색 바다와 동행하는 블루로드 B코스 해맞이공원의 남쪽 고불봉 앞에서는, ‘어디에 쓰이려고 그렇게 구름 위 뜬 달을 쫓아 홀로 솟았나’라며 희망을 노래한다.

변화를 꿈꾸던 윤선도(1587~1671)는 7월에 태어나 7월에 죽었다. 변화의 도상에 휴가철을 맞은 7월, 윤선도의 자취를 더듬는 것도 흥미롭다. 이 여름, 어디든, 마음을 키우는 힐링여행 꼭 가자.

함영훈 선임기자/a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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