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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다시 나온 ‘증세없는 복지’ 차라리 증세를 공론화하라
문재인 정부가 공개한 ‘100대 국정과제’가 실제 정책으로 연결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는 지적이 줄을 잇고 있다. 국정기획자문회의에 발표에 따르면 앞으로 현 정부 임기 5년 동안의 핵심 정책이 될 이들 과제를 수행하려면 178조원의 돈이 필요하다. 한데 그 산정 방식과 재원 조달 방안이 너무 허술하고 안이하다는 것이다.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돈이 들고, 그 돈을 마련하려면 세금을 더 걷거나 다른 지출을 줄이는 방법 뿐이다. 그렇지 않으면 고스란히 빚으로 메울 수밖에 없다.

여기서 문재인 정부가 택한 방식은 박근혜 정부처럼 ‘증세없는 복지’다. 새로운 세금 항목을 추가하거나 세율을 올리지 않고 세수 자연증가분과 씀씀이를 줄이면 그만한 돈은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일단 정부는 세입 확충으로 82조6000억원을 만들고, 세출 절감을 통해 95조4000억원을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물론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증세없이 세수가 늘어나려면 충족돼야 할 전제가 있다. 가령 경기가 좋아져 기업 법인세나 소득세, 부가세 등이 더 걷혀야 한다. 통상교역도 확대돼 관세 수입도 늘어야 한다. 부수적으로 탈세 및 탈루 세금에 대한 추징도 계획한 결과를 가져와야 한다. 갑자기 경기가 꼬꾸라지거나 통상마찰이라도 발생하면 연쇄적으로 세수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95조원이 넘는 세출을 줄이겠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계획대로라면 5년동안 매년 19조원 이상을 절감해야 한다. 올해 예산 400조7000억원으로 기준으로 하면 4.8% 가량 해마다 아껴써야 한다는 계산이다. 그런데 정부 지출 가운데 함부로 손을 대기 어려운 인건비 등 경직성 경비가 절반 가량 된다고 한다. 그러니 실제로는 10% 가까이 줄여야 이 돈을 확보할 수 있다. 그만큼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이번에 제시한 국정과제 중 상당부분이 복지와 고용, 중소기업 지원 정책들이다. 특히 복지 관련 제도는 한번 시행되면 사실상 되돌리기가 불가능하다. 대선 당시 공약한 사항들이라 부담스럽겠지만 정부 재정 운용 상황도 감안해야 한다. 정책의 우선 순위를 정해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조정 방안을 이제라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복지를 늘려 양극화를 조금이라도 해소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재정의 건전성을 해칠 정도라면 곤란하다. 차라리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고 증세를 모색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때가 됐다. 정권의 임기는 5년이지만 국가는 지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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