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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둔촌주공 이주비 3조원 풀린다
6개월간 5930가구 본격 대이동
지분별 호당 1억4000만~3억7000만
주변 전세 급등 확산 추세
분양권·갭투자 늘어날듯

“벌써 이빨 빠진 것처럼 빈 집들이 많아요. 앞으로 쓰레기도 늘어나고 관리도 잘 안 될텐데, 우리는 연말에나 이사할 계획인데 걱정이에요.”

국내 최대 재건축 단지인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5930가구가 20일 본격적인 이주에 들어갔다. 3조원에 달하는 이주비가 시중에 풀릴 전망이다.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이 주목되고 있다.

20일 둔촌주공 아파트 5930가구 주민들이 이주를 시작했다. 이 아파트는 이주가 완료되면 내년 착공에 들어가 1만1106 가구의 초대형 단지로 변신할 예정이다.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21일 “이주개시일 이전에 전세계약 만료 등으로 먼저 이주한 500여 가구를 더하면 20일까지 10% 이상 이주를 완료했다”고 말했다.

조합 목표는 내년 1월19일까지 이주 완료다. 매달 1000여 가구 꼴이다. 가을 이사철과 수학능력시험 이후에 이주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주비도 이날부터 순차적으로 지급되기 시작했다. 조합원들에게는 대지지분에 따라 1억4000만~3억7000만원의 무상이주비가 주어진다. 조합원들이 부담하는 추가이주비까지 더하면 전체 이주비는 3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주비 상당 부분은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될 전망이다.

인근 K공인중개사는 “집이 없어진 대신 돈이 생긴 것”이라고 정리했다.

최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는 공급 부족과 유동자금 과잉이라는 데 일반적인 진단이다. 둔촌주공 대규모 이주가 이를 심화시킬 수 있는 셈이다.

당장 인근 전세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상반기 서울 전세시장은 전반적으로 안정세를 보였지만 유독 둔촌주공 주변만은 달랐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강동구의 아파트 전세가는 최근 두 달(5.12~7.14) 사이 6.61%나 올랐다.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는 전용면적 84㎡는 4억9000만원에서 6억1500만원으로 25%, 고덕동의 ‘배재현대’ 59㎡도 3억2000만원에서 3억7500만원으로 17% 급등했다.

Y공인중개사는 “아파트며 빌라며 할 것 없이 죄다 연초에 비해 15~20% 뛰었고, 이제는 그나마 물건도 없다”며 “여력 안되는 이들은 위례나 미사로 밀려난다”고 전했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파급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둔촌주공은 세입자 비율이 70% 가량으로 알려져 있다. 달리 말하면 조합원 중에 70%는 이미 다른 곳에 살고 있는 ‘비거주 조합원’이다. 이들은 굳이 새 둥지를 찾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고 남은 금액은 투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

H공인중개사는 “이주비만으로 통째로 집을 사기엔 서울의 아파트값이 너무 많이 올랐다”며 “상대적으로 적은 자금으로도 노릴 수 있는 분양권이나 갭투자 쪽으로 자금이 흐를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김성훈 기자/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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