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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덥고 입맛 없고, 맛집은 무슨…”구내식당·카페 북적북적
땀흘리며 음식점 줄서기 포기
열대야로 피곤한 직장인
구내식당서 해결뒤 쪽잠 자고
시원한 카페 앉아 망중한
샌드위치로 간단히 떼우기도


김모(50) 부장은 최근 폭염탓에 식성도 포기했다. 평소에는 좋아하는 음식을 먹으러 맛집을 찾아 다녔지만 무더워진 여름부터는 시원함을 택해 구내식당에 가는 횟수를 늘렸다. 땡볕아래 오가는 것도 힘들고 땀이 많이 나 사람들로 북적대거나 심지어 대기해야하는 식당에 갈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구내식당에 가면 메뉴 고민없고, 식사시간도 짧으니 잠깐 눈붙일 시간도 생긴다. 요즘은 구내식당에서 만나는 직장 동료들이 꽤 늘었다. 김 부장은 “한번 나갔다오면 옷이 땀 범벅이 되니 오후에 찝찝하다. 이러나 저러나 한끼라고 생각하고 구내식당가는게 마음도 몸도 편하다”면서 “입맛도 별로 없어 가끔은 빵 같은걸 싸와서 간단히 떼우기도 한다”고 말했다.

연일 낮 최고기온이 섭씨 35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직장인들의 점심시간도 변하고 있다. 숨막히는 더위에 밖으로 나가 밥을 먹느니 점심은 굶거나 식당에서 줄서기보단 남들이 오기 전 시원한 카페에 앉아 샌드위치로 가볍게 해결하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하루 중 가장 즐거운 시간이 점심 메뉴를 고민하는 시간이라는 직장인도 불볕더위에는 입맛이 없다. 

연일 계속 되는 무더위에 점심시간 바깥 식당보다 구내식당을 찾거나 카페에서 샌드위치 등으로 가볍게 한끼를 해결하는 직장인들이 늘었다. 지난 20일 점심시간 직장인들로 붐비는 서울 서대문구의 한 카페. 원호연 기자/why37@heraldcorp.com

20일 서울지역에는 올 들어 처음으로 폭염 경보가 내렸고 경남 함양군은 체감온도가 39도까지 올랐다. 직장인 양현우(36) 씨는 “원래 사무실 밖 맛집들을 돌아다니며 동료들과 식사한 뒤 주변 공원에서 산책을 하는 것이 낙이었는데 요즘은 너무 더워서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바로 사무실로 돌아와 쪽잠을 잔다”며 “열대야로 밤새 뒤척이는 경우가 많아 쪽잠이라도 자지 않으면 오후에 못 버틴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11시 50분 경 서울 서대문구의 한 카페에는 이미 꽤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있다. 여느 때라면 대부분 직장인들이 점심식사를 하러 식당으로 몰려 가 다소 한산할 시간이다. 시원한 카페에 앉아 망중한을 즐기는 이들 중 샐러드나 샌드위치, 베이글 등 요깃거리와 함께 커피를 즐기는 이들이 많았다. 바쁜 업무에 빨리 먹고 사무실로 돌아가기 위한 경우도 있지만 무더위를 피해 온 이들도 있었다. 샌드위치를 먹고 있던 직장인 이권정(28) 씨는 “날씨가 너무 더워서 땀흘리며 식당 앞에 줄을 서 있느니 다른 사람들이 몰려들기 전에 시원한 카페서 점심을 해결하면 여유있고 좋다”면서 “종종 사무실 직원들이 샌드위치를 대신 사다 달라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몸이 덥다 보니 찬 음식을 찾는 경우가 많다. 직장인 윤모(26) 씨는 “점심시간에 밥을 먹으러 잠깐만 나와도 땀이 줄줄 흘러서 최대한 가까운 곳에서 시원한 메뉴로 점심을 해결한다”며 “물냉면이나 콩국수가 땡겨서 사무실에서 10분 일찍 나오지만 벌써 줄이 길어서 허탕을 칠 때가 많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당연히 커피도 아이스 커피”라며 “밥 먹은 뒤엔 아이스커피 한잔을 들고 회사에 들어가 한번에 들이켜야 살만하다”고 했다.

사무실 사람들이 단체로 한 식당에 들어가려면 길게 땡볕에 줄을 서야 하다보니 근처 쇼핑몰이나 대형건물의 푸드코트를 찾아 각자 먹고 싶은 음식을 먹는 경우도 많아졌다. 송은주(31)씨는 “날씨가 너무 더워서 주변 쇼핑몰에서 식사를 한다”며 “식사를 빨리 마치면 잽싸게 아이쇼핑도 할 수 있는게 장점”이라고 했다. 더위에 아예 굶는 경우도 있다. 이송진(30)씨는 “상사들과 밥을 먹으러 가면 가뜩이나 더운데 잔소리로 짜증을 돋워서 차라리 칼로리 바 등으로 대충 때운 뒤 사무실에서 자는 편”이라고 했다. 

원호연 기자/why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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