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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충격적인 국정원 녹취록…개혁 반면교사로 삼아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지방선거와 총선, 대선 등 주요 선거에 개입한 정황을 짐작케하는 녹취록이 공개돼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녹취록은 국정원이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2009~2012년 부서장 회의서 나온 원 전 원장의 발언이 담겨 있다. 원 전 원장에 대한 무죄 취지 파기환송심을 진행하고 있는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는 이 녹취록을 증거로 채택했다. 판결에 영향을 줄 정도로 의미가 있다는 얘기다.

최종 판단은 재판부의 몫이지만 공개 녹취록에 드러난 국정원의 선거 개입 정도는 도를 넘은 듯하다. 우선 2010년 지방선거에 깊숙히 관여한 흔적이 역력하다. 2009년 6월 9일자에는 “지자체장이나 의원 후보들을 잘 검증해 도움되는 사람이 시ㆍ구의원에 나가게 해야 한다”는 대목이 있다. 지부 조직을 동원해 사실상 지역 후보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하라는 지시인 셈이다. 정치권과 정당이 할 일을 국정원이 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2012년 4월 총선 개입 정황은 더 정치하고 은밀하다. 전년도 11월 18일자 녹취록이 그런 예다. 여기에는 “12월부터 예비등록이 시작된다. 지부장들은 현장에서 교통정리가 잘 되도록 챙겨보라. 꼬리가 잡히지 않도록하는 게 정보기관이다”라고 돼 있다. 총선이 임박해진 시점에는 “대북 심리전도 중요하지만 우리 국민에 대한 심리전도 그에 못지 않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노골적인 선거 관여가 아닐 수 없다. 구시대적 공작정치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정치분야 뿐이 아니다. 언론을 직접 통제하겠다는 발상도 엿보인다. 4대강 사업 등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언론에 대해선 선제적 대응을 주문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 내용이 충격적이다. 관련 녹취록에는 “기사가 나가는 걸 미리 알고 못나가게 하든지, 보도 매체를 없애버릴 공작을 하든지…”라는 언급이 보인다. 언론쯤은 언제든 마음먹은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생각한 모양이다. 더욱이 “잘 못하면 쥐어패는 게 정보기관이 할 일”이라는 대목에선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원 전 원장은 “나라를 걱정하면서 나눈 대화”라고 하지만 누가 봐도 민주주의의 근간을 해치는 월권이다. 국정원 개혁의 당위성도 이제 확실해졌다. 녹취록 공개는 좋은 반면교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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