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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신익철 한국학지식정보센터 소장]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이대로 묻히나?
전통적으로 우리나라는 백과사전의 나라다. 그래서 조선시대의 ‘증보문헌비고’를 비롯해 수많은 백과사전류를 편찬한 역사를 갖고 있다. 이후 그 전통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으로 인해 공백이 생기면서 단절되고 말았다. 그러다가 다행히 1991년 민족의 문화유산과 업적을 정리, 집대성한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이하 ‘민백’)이 출간되면서 그 전통을 잇게 되었다.

80년대 집집마다 자녀들을 위해 갖추어 놓은 사전이라곤 한국에 관한 내용이 끼여 있는 세계 대백과 사전류가 고작이던 시절, ‘민백’이 간행되자 대중의 반응은 뜨거웠다. 산업화시대를 살아오며 잊혀 지기 쉬운 한국 문화를 집대성하고 ‘한(恨)’, ‘방언(方言)’, ‘아리랑’처럼 우리 문화를 자세히 풀어낸 이 사전으로 그동안 한국문화의 전문 지식에 목말라 하던 갈증을 단박에 해소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민백’의 편찬은 국가가 주도한 장기 연구 프로젝트였다. 1979년 9월 25일에 ‘한국 민족문화 대백과사전 편찬사업 추진위원회 규정’이 선포되고, 이후 12년 동안 3800여 명의 학자가 참여해 6만5000 항목을 집필했다. 원고 매수만 42만매에 달했다. ‘민백’의 편찬을 ‘팔만대장경 이후 최대의 민족 대역사(大役事)’로 표현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특히 국가 주도의 연구 사업으로 이루어지면서 상업 출판에서는 다루기 힘든 콘텐츠를 충실히 담아낸 점도 성과로 꼽힌다. 이러한 노력은 한국 민족문화의 지식 체계화에 기여했으며, 편찬 당시에는 생소하고 낯선 분야지만 이후 폭넓게 활용돼 결과적으로 인문학 부흥을 주도하는 매개체가 됐다.

하지만 ‘민백’은 발간 이후부터 운영이 녹록치 않았다. 초판본 발간 이후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한 채 기업이나 교육부의 수탁 과제로 개정 증보가 진행돼왔다. 다행히 2007년 11월에 교육부 수탁 과제로 10년간 매년 5억 6400만원(임금 포함)씩 투입, 개정 증보 사업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수탁사업은 정해진 과업을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하기 어려운 구조다. 그렇기 때문에 지식 환경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가 어렵다. 이조차 올 11월 10일에 종료될 예정이어서 2018년 이후 편찬 사업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이것이 현재 사전을 편찬한 지 30년도 채 되지 않아서 맞이한 현실이다.

오늘날은 ‘민백’이 처음 발간될 때와 달리 지식 폭발의 시대다.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이용해 누구나 지식 생산자 대열에 손쉽게 합류할 수 있으며 각종 정보가 손끝에서 넘쳐나고 있다. 여기에 가짜 지식이나 정보까지 가세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 공신력을 갖는 신뢰할 수 있는 지식 정보가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민백’이 존재해야 하는 가치이며 지식의 공공성을 담보하는 사전으로 자리해야 하는 이유다. 또한 이것은 단순히 사전 편찬의 의미를 뛰어넘어 문화 국가의 저력을 높이는 데에 기여하는 인프라가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지금까지 쌓아온 성과가 물거품이 되지 않도록 정부와 국민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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