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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더스 카페]200자 다이제스트
동물의 생각에 관한 생각(프란스 드 발 지음, 이충호 옮김, 세종서적)=인간과 동물을 구분하는 종래의 기준은 동물연구가 진척되면서 모호해지고 있다. 인간과 유전자가 98.8% 일치한다는 침팬치가 도구를 사용하고 정치행위를 하며, 돌고래의 경우 인간과 동등한 수준의 지능을 갖고 있다는게 과학자들에 의해 밝혀진 상태다. 세계적인 영장류학자 프란스 드 발은 여기서 한 발 더 나간다. 그는 수십년 동안 동물 연구를 통해 동물이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똑똑할 뿐 더러 심지어 인간이 동물보다 더 우월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발견헀다. 더욱이 그는 모든 동물의 마음과 생각은 각각 생존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발달됐기 때문에 우열이 없다고 말한다. 드 발은 흥미로운 연구를 통해 인간적이라고 말하는 가치, 즉 유머와 정의, 이타심, 합리성, 의도, 감정 등이 동물에게서도 발견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자기 결정을 후회하는 쥐, 인간의 얼굴을 알아보는 문어, 뛰어난 기억력으로 인간의 코를 납작하게 만든 침팬치 등 영장류 뿐 아니라 광범위한 종의 일상을 재치있는 필치로 담아냈다. 우리는 동물이 얼마나 똑똑한지 알 만큼 충분히 똑똑한가에 대한 드 발의 질문은 인간 중심주의 사고에 경종을 울린다.


대탈주, 우리는 국가와 소비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가(사회비판과대안 편저, 사월의책)=도시를 떠난 귀농, 귀촌, 대안학교를 찾는 청소년들, 대안공동체로 모여드는 사람들, 기존의 결혼제도를 거부하는 사람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들이다. 경쟁과 각자도생의 현실 속에서 피로를 느끼면서 기성 제도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의 양식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프랑크푸르트학파 공식저널 베스텐트(한국판 5호)는 이런 ’대탈주‘에 주목, 전 지구적 탈출에 대해, 진단과 대안을 내놓았다. 사회학자 다니엘 로이크에 따르면, 탈주는 자본주의 내에 탈자본주의 공간을 만들어 엑소더스를 실천하는 것이다. 이는 기존의 사회관습과 정치로부터의 탈출이지만 탈정치적인게 아니라 새로운 삶, 정치적 시도로 해석된다. 문화연구자 마르가리타 초모우는 경제위기 상황의 그리스에서 나타난 연대경제 운동이 실업률 증가 속에서 생존 차원에서 진행됐음을 주목한다. 이 운동은 생계 보장에만 그치지 않고 참여자들의 삶의 방식을 바꿔 공유 경제로 나아가고 있다. 정치철학자 율리아네 레벤티슈는 탈주를 다소 회의적으로 본다. 탈정치화될 가능성을 안고 있어 다시 체제로 흡수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책은 탈주 개념이 오늘날 운동을 설명하는데 유효한지 원론적 문제부터 대안적 실천이 기존 정치와 갖는 관계까지 다양한 논의를 담아냈다.


들소에게 노래를 불러준 소녀(켄트 너번 지음, 서정아 옮김, 글항아리)=켄트 너번은 ’황혼의 늑대‘’늑대도 개도 아닌‘을 통해 북미 원주민의 세계, 그들의 영적인 삶의 방식을 알린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북미 원주민의 신앙과 한 때 그들의 땅이었던 곳에 백인 문화가 유입되면서 원주민들이 겪었던 갈등, 그들이 어떻게 살고 웃고 조물주를 경배하며, 서로를 돌보는지를 라코타족 원로 댄을 통해 알게 된 것을 담아낸 것이다. ‘들소에게~’는 지난 500년동안 그들을 절멸하려는 숱한 정책과 음모에 맞서 제 문화의 고유한 명맥을 꿋꿋하게 이어온 이들의 얘기를 들려준다. 책은 미스터리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너번은 언제부턴가 늘 같은 꿈을 꾸면서 깨어난다. 어린시절 실종된 댄의 여동생 세라(노랑새)가 붉은 벽돌 건물 앞에 서 있고, 그 곁에 노랑새의 행방을 수소문하던 시절 찾아갔던 메리라는 나이든 여인이 웃음지으며 서 있는 모습이다. 그러다 노랑새는 뒤돌아 밤하늘 속으로 스며들고 두려움에 나는 소리쳐 불러보지만 아무런 대답도 들리지 않는다, 소녀는 몸을 돌려 따라오라고 손짓하며 들판 속으로 사라지는 꿈이다. 너번은 이상한 꿈이 마음에 걸려 메리의 집을 찾아가지만 그가 이상한 천둥소리를 들었던 날, 메리가 세상을 떴다는 얘기를 듣게 된다. 노랑새와 같은 인디언 기숙학교에서 지냈던 메리는 노랑새가 그곳에서 겪은 일들, 차마 털어놓을 수 없었던 얘기들이 적혀있다. 책은 낭만적 제목과 달리 영적인 능력을 지녔던 인디언 소녀가 어떻게 감옥에 수감됐는지, 또 그런 일이 여전히 벌어지고 있는 끔찍한 현실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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