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에 앞서 1945년 9월 발간된 시집이 있었다. 바로 이태환의 시집 ‘조선미’이다.
이태환 시인의 첫 시집이자 마지막인 이 시집은 책 표지에 저자명은 물론 출판사명, 판권도 없어 수수께끼 시집으로 알려졌다. 이 수수께끼 시집은 1971년 국립중앙도서관이 마련한 한국현대시집전시회에서 나온 뒤 1978년 허만하 시인에 의해 정체가 밝혀졌다. 시인은 광복 전 한 때 대구 계성학교에서 영어교사로 재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1944년 체포돼 옥고를 치르다 해방이 된 뒤 풀려났으며 대부분의 원고는 소실됐지만 출소후 얼마되지 않은 1945년 9월 ‘조선미’원고를 맡고 있던 지인이 시집을 인쇄해 시인에게 전한 것으로알려졌다.
‘조선미’에는 석굴암, 백호도, 고려자기, 경회루, 비원 등 우리 민족이 낳은 조형미를 주제로 한 시 46편과 옥중 경험을 담은 시 5편, 총 51편의 작품이 담겨 있다. 이 밖에 자연과 일상을 담은 시도 들어있다.
‘작가의 말’격에 해당하는 시집의 ‘뒷말’에는 “과거에 있어서 왜정을 가장 싫어했던 한 학생의 소리”라며, “그 지배와 협력을 피하고 더 좀 조선의 자연을 사랑하고 조선혼을 유지하여 보려는 뜻”에서 썼다고 밝혔다.
세상에서 잊혀졌던 이 시집이 샘터사에서 복간됐다. 이번 시집은 ‘조선미’의 원 시집의 시들의 한자를 우리말로 바꿔 가독성을 높였고 원래 시집도 빛바랜 종이 그대로 옛 정취를 살려 함께 실었다.
/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