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사설]현대판 노예 ‘공관병’, 당사자 전역으로 끝날 일 아니다
4성 장군 아내의 공관병 갑질 의혹 논란이 일파만파다. 국방부는 이번 파문과 관련해 감사에 착수한다고 밝혔고, 갑질 의혹의 당사자인 박찬주 육군 2작전사령관은 곧바로 전역서를 제출했다. 앞서 군 인권센터는 기자 회견을 통해 박 대장의 아내가 지난해 3월부터 올해 초까지 공관병에게 가족들 빨래와 다림질, 텃밭가꾸기, 화장실 청소 등 사적인 업무를 시켰으며 신체적 위협과 폭언도 서슴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뿐만이 아니다. 안방 블라인드 치기와 발톱과 각질 치우기는 물론 심지어 공군 사병으로 근무하는 아들의 속옷 빨래까지 시켰다고 한다. 공관병을 마치 몸종이나 노예를 부리듯 했다는 것이다. 썩은 과일을 집어 던지는 등 인격 모독적인 일도 있었던 모양이다. 자세한 경위는 국방부 감사 결과가 나와야 알겠지만 박 대장이 전격 전역서를 제출한 것을 보면 상당부분 사실인 건 분명한 것같다.

병역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젊은이들은 금쪽같은 청춘의 일부를 기꺼이 국가에 맡긴다. 어떠한 대가도 보상도 없고, 바라지도 않는다. 그래서 ‘국방의 의무’라는 표현 앞에는 언제나 ‘신성한’’이란 말을 붙이는 것이다. 그런 병사들에게 군 지휘관 아내가 몸종과 노예 노릇을 시켰다니 분노를 넘어 부끄럽고 참담함을 금할 길이 없다. 나라를 지키러 간 제 자식이 장군집 머슴으로 허드렛일이나 하고 있다면 그 부모의 심경은 어떻겠는가. 아무리 군대이고 계급 위계가 엄격하다고 하지만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당사자인 박 대장은 책임을 통감하며 전역을 하겠다지만 그런 정도로 끝나선 안된다. 관련 법과 규정에 따라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경우에 따라 연금에 불이익을 받는 등 경제적 제재 방안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번에도 어물쩍 넘어간다면 공관병을 노예부리듯 하는 썩어빠진 관행은 결코 근절되지 않는다. 더욱이 문재인 정부가 내건 국방개혁의 핵심 과제중 하나가 병사들의 인권 개선이 아닌가. 그 처리 과정을 모든 국민들은 예의 주시할 것이다.

차제에 공관병 폐지 등 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공관 근무병을 민간인력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지만 그럴 것도 없다. 꼭 필요한 인원은 규정에 맞게 지휘관 공관 보좌를 하게 하고 사적인 일은 가정부를 고용하든 개인 차원에서 해결하는 게 맞다. 그렇지 않아도 현역 복무 기간이 18개월로 줄어들면 기본적인 전투병력도 모자란다. 공관 근무 등 비 전투 분야 인력을 최대한 줄이고 전투 조직의 힘을 키우는 것 역시 국방 개혁의 한 부분이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