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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곽범국 예금보험공사 사장]게릴라성 집중호우…금융시장에도 가능하다
얼마전 게릴라성 집중호우의 위력을 새삼 확인했다. 수도권 식수를 책임지는 소양강댐과 충주댐의 저수율이 30%대로 떨어지는 극한 가뭄 상황에서 내린 장맛비로 등껍질처럼 갈라졌던 논과 밭이 빗물로 인해 생기를 되찾는 듯 했다.

그렇지만 반가운 장맛비가 예기치 못한 수준의 집중호우가 되면서 한순간에 모든 것이 바뀌었다.

양동이로 퍼붓듯 내린 폭우가 생명과 재산이 위협하면서 사람들은 망연자실했다.

그동안 대비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과거 경험으로 제방과 하천을 지속적으로 정비하고 상습침수지역에는 우수 저류시설을 만드는 등 제나름 열심히 대비해 왔다.

적지 않은 노력에도 왜 큰 피해를 피할 수 없었을까?

시간당 강수량이 100㎜에 육박하는 폭우가 아니고서는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 자체가 화근이었다.

심각한 게릴라성 집중호우가 발생할 확률은 0%에 가깝지만 분명 0%는 아니다. 그럼에도 확률을 0%라고 무의식적으로 가정해 이 수준에만 맞춰 대비책을 마련해왔다.

통계학에서 말하는 이같은 꼬리위험(Tail risk)은 금융시장에서도 나타난다. 평상시 금융시장은 자금이라는 혈액이 경제의 실핏줄 구석구석까지 원활하게 공급되는데 힘입어 활기차고 안정적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 예기치 않게 임계치를 넘어선 ‘시스템 위기’를 맞게 되면 일순간 큰 혼란에 빠져들게 된다. ‘돈맥경화’로 금융시스템 곳곳에서 이상신호가 발생하면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위기는 과거부터 항상 우리 곁에 있어 왔다. 발생 빈도가 그렇게 높은 편이 아니라는 이유로 일부에서는 위기 발생 가능성을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외면하려는 경향이 있다.

최근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내 생애 금융위기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했다가 입장을 번복했다. 위기 발생 가능성이 낮지만 분명 0%는 아니다.

설마했던 시간당 100㎜수준의 집중호우가 실제 발생하듯 위기가 오지 않는다고 누구도 예단하기 어렵다.

경제활성화에 필요한 생산적 금융 역할을 강화하고, 금융시장의 안정을 공고히 하기 위한 충분한 대비책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금융시장의 불안을 방지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과 함께 실제 위기가 발생했을 때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신속하게 원래의 안정상태를 회복할 수 있도록 선진 제도와 절차를 갖춰 나가야 한다.

특히 금융시장이 갈수록 글로벌화ㆍ고도화ㆍ복잡화돼가고 있는 점을 감안해 보면 국제적 차원의 당국간 협력도 강화돼야 한다.

금융안정위원회(FSB)와 같은 국제기구에서 중점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회사에 대한 회생ㆍ정리계획(RRP) 도입’ 등 이슈 대응에 차질이 없도록 노력해야 한다.

얼마전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언젠가 또다른 금융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어디서 어떤 형태로 나타나는지 얼마나 광범위한지 알수 없다”며 예측불가능한 금융위기에 충분히 대비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우리도 금융시장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어떤 형태의 위기상황이 오더라도 대비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야한다.

비 올 경우를 대비해서 맑은 날에 미리 우산을 준비해 두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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