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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총 균 쇠 보다 술 마약 담배가 인간문명의 원동력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술 취한 원숭이 가설’이란 게 있다. 잘 익은 과일이 발효하면 생기는 알코올 냄새를 맡는 유인원들의 능력이 생존에 결정적이었으며, 결국 알코올에 취한 유인원이 인간으로 진화했다는 가설이다.

과일이 발효하기 시작했다는 건 당분포화상태로 칼로리가 상당하다는 의미이다. 이는 곧 유인원이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음을 의미한다. 취한 냄새를 잘 맡는 원숭이들만이 많은 짝짓기를 하고 후세에 유전자를 물려줄 수 있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이는 바이로이트대 동물생리학자 프랭크 빈스와 아네트 지츠먼에 의해 뒷받침된다. 이들은 2008년 붓꼬리나무두더지들이 다른 어떤 것보다 발효된 과일즙으로 칼로리를 얻는 것을 선호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붓꼬리나무두더쥐는 우리 초기 영장류 조상과 매우 가까운 존재로 여겨지고 있다. 




‘알아두면 재미있는 세상의 모든 이야기’를 다루는 괴짜 작가 로버트 에반스는 ‘나쁜 짓들의 역사’(영인미디어)에서 술, 담배, 매춘, 마약 등 인류가 금기시했던 나쁜 것들, 즉 악덕이 어떻게 인간의 문명을 발전시켜 왔는지 위트있게 펼쳐낸다.

이 책이 흥미로운 점은 저자가 이런 ‘악덕’을 스스로 체험하고 실험을 통해 재현해 놓은데 있다.

가령 영장류가 접하고 마신 알코올 음료를 재현하기 위해 그는 야자나무 시럽을 양조 들통에 붓고 이스트를 넣는다. 하룻밤 발효를거친 술의 맛은 어땠을까. 그는 “ 마치 녹아서 미지근해진 스키톨즈 같았다”며, “반 파인트 마시자 마치 내 치아가 알루미늄 호일 조각들이 섞여 있는 오렌지주스를 단숨에 1/2갤런 들이마신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썼다. 술의 원형을 마시는데 엄청난 의지력을 발휘해야 했다는 것이다.

음악도 ‘나쁜 짓’에 속할까.

2011년 바롤리 샐림푸어와 미첼 비노보이는 과학 학술지 ‘내추럴 뉴로사이언스’에 자기공명영상장치를 이용해 음악이 인간의 뇌에 도파민 분비를 촉진한다는 연구논문을 실었다.

이들의 실험에 따르면, 대부분의 피실험자들은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때 도파민이 6~9% 정도 증가했다. 한 참여자는 도파민 수치가 무려 21%까지 증가했다. 이는 대략 코카인을 흡입했을 때와 비슷한 수준이다.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건 한마디로 약물주사를 맞는 것과 같다는 얘기다. 음악은 초창기 인류가 얻은 최초의 환각 수단의 하나라고 볼 만하다. 인간이 발견한 가장 오래된 악기는 대략 4만년전. 인간이 최초로 사용한 확각제인 산페드로 선인장 혹은 실로시빈 버섯이 발견된 건 B.C.8000~9000년이었다.

에반스는 B.C.3000~2200년 경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스톤헨지의 비밀에도 도전한다. 고대인의 희생 제단부터 천문학적 달력, 외계인의 착륙장까지 분분하지만 저자는 ‘거대한 음향 시스템’, 공연장이었다는데 한 표를 던진다.

스톤헨지의 작은 암석은 모두 청석 혹은 조립현무암으로, 고고학자들은 거의 이백마일 떨어진 곳으로부터 왜 이런 돌을 끌고 왔는지 추적했다. 런던 왕립예술학교 연구자들은 웨일즈 프레셀리 언덕의 청석 중 많은 것이 두드리면 울리는 특성이 있음을 발견했다. 타악기 연주자들이 실제 테스트한 결과, 철금처럼 사용이 가능했다.

실제로 샐포드 대의 파젠다 박사는 스톤헨지를 실물 크기대로 재현해 놓은 워싱턴 메리힐 박물관에서 음향연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무아지경의 상태를 얻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단순하고 리드믹하고 반복적인 음악을 연주하고 들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파젠다 박사는 스톤헨지의 공명 주파수를 10Hz, 즉 분당 150비트 정도로 추정했다. 10Hz는 알파파의 영역이다.

종종 사회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대마초는 오랫동안 불법 물질로 취급돼왔지만 고대인들은 약물에 취하거나 환각 체험을 하는 것을 집단활동과 통과의례로 여겼다.스키타이인들은 장례식에서 대마를 태워 향을 통해 일종의 정화의식을 행했다. 유해물질이 되기 전 수천년간 사회적 질서와 화합의 도구로 이용된 것이다. 약물은 종종 세뇌를 위해 쓰였다. 12세기 무슬림 종교지도자인 하산 사바는 자신을 위한 암살단을 조직, 젊은 신병에게 대마를 마시게 하고 정신을 잃을 때까지 취하게 한 뒤 영원한 충성을 얻엇다고 전한다. 또 18세기 아이티 부두교 주술사는 약물을 먹여 마치 좀비처럼 만들기도 했다. 1980년대 한 연구자가 주술사들이 사용한 백색가루를 분석한 결과, 부포테닌과 테트로도톡신으로 밝혀졌는데, 부포테닌은 바로 수수두꺼비에서 추출한 환각제이며, 테트로도톡신은 복어에서 발견되는 치명적인 화학물질이다.

약물은 문화권마다 다르게 사용되는데, 인도의 경우 대마초는 힌두신들의 지지를 받았다. 대마초를 삶아서 우려내 우유와 섞은 방은 종교적 엑스터시와 두려움을 없애주는 효과를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방은 싸움에 나가는 전사들에게도 지급됐다..

저자는 이밖에 인류의 조상들이 어떤 식으로 다양한 것들에 취했는지 체험에 나선다. 여기에는 고대 에디오피아 스타일로 커피와 버터를 버무려 볼을 만들어 먹거나 고대 철학자의 환각 체험을 확인하기 위해 나흘간 굶은 후 보리와 치즈를 섞은 와인을 만들어 마시고 도룡룡을 산 채로 알코올에 넣어 만든다는 신비한 환각 음료를 추적하기도 한다.

이와 함께 욕하고 거짓말하고 자신을 과신하며 내세우는 것들에 숨겨진 인간 진화적 측면, 우리 뇌가 왜 종교와 유명인에 똑같이 반응하는지 등 흥미로운 연구와 실험들이 들어있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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