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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남자(황정은 외 지금, 은행나무)=올해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수상작 황정은의 ‘웃는 남자’외 김숨의 ‘이혼’,김언수의 ‘존엄의 탄생’, 윤고은의 ‘평범해진 처제’ 등 7편이 실려있다. 수상작 ‘웃는 남자’는 370매의 경장편으로, 삶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을 잃은 뒤, 세계와의 단절, 상실에 빠진 20대 청년 d가 겨우 밖으로 나와 세상과 다시 접점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세운상가 노동자로 하루 열시간씩 짐을 나르는 d는 그곳에서 40년이 넘도록 앰프와 스피커를 고치고 있는 60대 중반의 남자 여소녀를 만난다. 누군가의 하찮고 버려진 물건들을 재생하는게 그의 업. 그는 산업화의 상징으로 세운상가가 태어난 시점부터 사람들이 떠나 텅 비어 버린 지금의 그곳을 죽 지켜본 증인이기도 하다. 창문없는 집과 노동의 현장을 오가지만 여전히 자신 안에 갇혀있는 d는 그를 통해 진공관의 세계를 알려준다. 잡음과 소음이 아름다운 음악으로 바뀌는 비밀을 알게되면서 그는 생의 의지를 반짝이게 된다. 죽은 아이를 업고 피난길을 마냥 걸어갔다는 할머니들의 전쟁과 피난살이, 산업화의 어두운 그늘과 헬조선, 세월호의 시간까지 한국 근현대사가 d의 유폐된 시간을 통해 흘러간다.

조선미(이태환 지음, 샘터)=종래 해방 이후 처음 발간된 시집으로 알려진 건 1945년 12월 정인보, 홍명희 등이 참여한 ‘해방기념시집’이었다. 그러나 이에 앞서 1945년 9월 발간된 시집이 있었다. 바로 이태환의 시집 ‘조선미’로, 출간 당시 시집은 책 표지에 저자명은 물론 출판사명, 판권도 없어 수수께끼 시집으로 불렸다. 1944년 체포돼 옥고를 치르다 해방이 된 뒤 풀려난 시인의 대부분의 원고는 소실됐지만 이 원고는 지인이 맡았다가 1945년 9월 발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집은 말 그대로 조선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시편들이 중심을 이룬다. 석굴암, 백호도, 고려자기, 경회루, 비원 등 우리 민족이 낳은 조형미를 주제로 한 시가 46편이며, 옥중 경험을 담은 시 5편 등 총 51편의 작품이 담겨 있다. 이 가운데엔 자연과 일상을 담은 시도 들어있다. ‘작가의 말’격에 해당하는 시집의 ‘뒷말’에는 “과거에 있어서 왜정을 가장 싫어했던 한 학생의 소리”라며, “그 지배와 협력을 피하고 더 좀 조선의 자연을 사랑하고 조선혼을 유지하여 보려는 뜻”에서 썼다고 밝혔다. 개정복원된 이번 시집은 ‘조선미’의 원 시집의 시들의 한자를 우리말로 바꿔 가독성을 높였고 원래 시집도 빛바랜 종이 그대로 옛 정취를 살려 함께 실었다. 

조선반역실록(박영규 지음, 김영사)=왕권이나 새 나라를 꿈꾸는 반역은 어느 역사에나 존재한다. 반역이 성공하면 혁명이 되고, 실패하면 역적으로 불린다.조선은 바로 그런 반역으로 세워진 나라였다. 이성계의 세 번의 반역과 아들 이방원의 왕위 찬탈, 이괄의 난, 이인좌의 난 등 조선 반역자들의 연대기를 다룬 책은 교과서적으로 알려진 사실과 조금 다른 이면을 담고 있다. 가령 이괄의 난의 경우 ‘인조실록’에서는 이괄이 인조반정에 대한 논공행상 때문에 난을 일으켰다고 하지만 이는 결과론적 시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이괄과 인조는 서로 신뢰하는 관계였으나, 문희 등 북인세력이 이괄과 그의 아들 등 서인 세력을 제거하기 위해 역모를 일으킨 것으로 고변, 상황이 꼬이면서 이괄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다고 말한다. 이인좌의 난도 경종 독살설에 분노, 선왕의 복수를 위해 일어난 반란으로 작은 규모의 변란이 아닌 전국 규모의 거병이었다는 주장이다. 당시 영조가 정미환국을 통해 소론 온건파를 중용하지 않았더라면 소론 세력 전체가 반란에 가담해 더욱 상황이 악화됐을 것이란 설명이다. 소론이 조정을 장악한 덕에 영조는 왕위를 유지했지만 소론은 이 일로 세력이 약화됐다. 조선의 역사에서 금기시된 이름들을 새로운 시선으로 볼 수 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oc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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