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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김은경 환경부 장관]비우고 바르게 채우는 여름휴가로
무더운 여름, 단비 같은 여름휴가는 쉼표 있는 삶에 이르는 생활양식의 하나로 자리잡았다. 여름휴가를 뜻하는 바캉스(vacance)는 본래 ‘텅 비어 있다(vacatio)’는 라틴어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도시가 비워진다는 언어적 배경을 지니지만, 한편으로는 나를 비우고 다시 채우는 재충전의 시간을 의미한다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우리가 보내고 있는 여름휴가는 ‘버려지고 있다’로 재해석되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휴가철만 되면 쓰레기 문제로 전국이 몸살을 앓기 때문이다. 해양수산부가 지난해 조사한 통계는 여름휴가철인 7~9월에 해양쓰레기의 약 39%가 발생함을 보여주고 있다.

피서지에 쌓여있는 쓰레기는 위생과 미관의 문제를 넘어 전 지구적 차원에서 환경과 생태계를 위협한다. 얼마 전 면담한 유엔환경계획(UNEP) 솔하임 사무총장이 청청해양 프로그램을 소개하며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언급한 적이 있다. 매년 바다새 100만 마리, 고래나 바다표범 등 해양포유류 10만 마리가 해양쓰레기로 인해 사망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무심코 버리는 쓰레기가 바다의 지속가능성을 해치는 것이다.

환경부는 지자체, 도로공사 등과 손잡고 피서지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1회용품 사용 자제, 적당량의 음식물 준비 등 발생을 줄이기 위한 홍보와 함께, 정체 도로변이나 관광객이 몰리는 장소에는 임시수거함을 설치하고 있다. 피서지에서는 1일 2회 이상 쓰레기를 수거하는 비상체계를 운영하고, 무단투기 단속도 강화한다.

그러나, 정부의 노력만이 충분한 답일 수는 없다. 우리 모두의 환경의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휴양지는 오늘만 즐기고 가는 한철 휴식장소가 아니라 우리 아이들과 동식물이 함께 공유해야 할 건강한 자연 충전소여야 한다. 쓰레기를 제대로 버리거나 되가져가는 것은 미래세대를 위한 배려이고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일이다.

‘입양한 자식처럼 해수욕장을 소중히 한다’는 시민참여관리제도(Beach Adopt Program)가 있다. 해변, 공원, 하천 등의 관리에 기업은 청소비용을 지원하거나 자사광고가 포함된 쓰레기통을 설치하고, 시민(단체)은 청소하는 등의 방법으로 관리에 직접 참여하는 제도이다.

1985년 미국 텍사스주에서 쓰레기로 몸살을 앓자 새로운 환경관리방법으로 탄생하여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 중반부터 일부 해수욕장에서 시도되었으나 아직은 미미한 실정인데,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쓰레기 문제를 정부와 국민이 함께 해결한다는 점은 배우고 발전시켜 나갈 만한 방법이다.

‘나 하나쯤이야’, 혹은 ‘불편하니까’라는 생각 때문에 휴식과 재충전의 기회를 제공한 바닷가가 오염되어 생태서비스의 가치를 저해시킬 수는 없는 일이다. 올해 여름휴가는 조금 불편하더라도 쓰레기 줄이기ㆍ되가져가기ㆍ분리해서 버리기를 실천하여 ‘버려지는’ 휴가가 아니라 ‘바르게 비우고 다시채우는’ 휴가로 보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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