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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별기고-이상헌 고려대 안암병원 연구부원장]인류 생명연장 이룬 항생제, 그리고 인공지능
인류 역사를 바꾼 세기의 발명품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것이 바로 항생제다. 1900년대 초만 해도 인류의 평균수명은 기껏 20~30대에 머물렀다. 항생제는 지금처럼 평균수명이 82.4세(2014년 기준ㆍWHO 발표)까지 늘어나는데 가장 큰 역할을 담당했다. 과거 인류의 건강에 가장 큰 적(敵)은 폐렴, 성홍열, 매독, 파상풍, 괴저 등 감염성 질환과 합병증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류의 첫 항생제인 페니실린이 등장한 이후 전세는 역전됐다. 감염성 질환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작은 발명은 인류의 평균수명을 늘렸다. 감염성 질환을 치료할 수 있게 되면서 영아 사망률이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이는 인구 증가에 결정적 역할을 하며 사회적 변화를 이끌었다.

이후에도 의학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 인류의 생명을 살리는 학문을 넘어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필수적 요소로 자리잡아 왔다. 하지만 최근들어 항생제 오남용과 슈퍼박테리아의 출현으로 새로운 위협에 직면했다. 이에 대한 해결책의 하나로 고려대의료원이 세계 최초로 IBM ‘왓슨’ 기반 항생제 선택 AI(인공지능) 닥터를 개발하는 등 각종 노력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우리 의학은 어떤 변화를 겪고 있을까. 그것은 4차 산업혁명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그간 의학이 질병을 치료하고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발달된 기술을 바탕으로 치료를 넘어 예방하고 예측하는 것을 목표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IoT(사물인터넷), 빅데이터, AI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의 주요 기술의 혁신을 통해 이뤄질 전망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의료 빅데이터와 환자 맞춤형 정밀 의료가 될 것이다.

유전자 데이터, 과거 병력, 가족력 등 각종 의료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정밀 의료는 인간에게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최선의 치료를 제공해 의료가 실현할 수 있는 최고의 성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도 지난 7월 고려대의료원을 중심으로 한 사업단을 ‘정밀의료사업단’에 선정, 정밀 의료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국내 정밀 의료 사업은 암 치료에 초점을 맞춰 유전자 분석을 통한 정밀 의료를 실현하고, 국민건강보험 체계를 기반으로 하는 빅데이터를 수집해 활용함으로써 의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하고 궁극적으로 인류 건강 증진에 기여하기 위한 목적을 갖고 있다.

정밀 의료 사업 중 플랫폼으로 사용될 예정인 ‘정밀의료병원정보시스템(P-HIS)’은 국가 표준 병원 정보 시스템이다.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해 언제 어디서든 의료정보의 접근성을 향상시키고 각 병원 간 프로토콜을 표준화함으로써 쉽고 빠르게 의료 정보 빅데이터를 취합해 의료 서비스에 적용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국가경쟁력을 끌어올리면서 동시에 국민이 받을 수 있는 의료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평균수명은 물론 건강수명까지 연장시킬 수 있는 의료 패러다임의 전환을 의미한다.

의료는 역사적으로 언제나 인류의 생명을 위해 존재해 왔다. 정밀 의료 사업과 ‘P-HIS’ 사업을 통해 그동안 미뤄왔던 미래 의학을 향한 새 도약을 시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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