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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충제 계란 쇼크 ①] “친환경이라더니 이럴수가”…소비자는 그래서 더 분통
-“친환경 농가 믿었는데” 배신감
-정부 불신ㆍ먹거리 불신 시대로
-소비자 “인증제도 실효성 의문”


[헤럴드경제=최원혁 기자] “친환경이라고 해서 믿었는데, 어떻게 이럴 수 있나.”

‘햄버거병’, ‘용가리 과자’ 등 최근 먹거리들이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가운데 ‘살충제 계란’까지 등장하면서 먹거리의 신뢰도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특히 친환경 농장에서 ‘살충제 계란’이 무더기로 검출되자, 시민들은 안전의 잣대로여겨져온 친환경 먹거리조차 믿지 못하게 된 상황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가히 ‘먹거리 불신시대’다.

울주군청 공무원들이 지난 17일 살충제 비펜트린 성분이 검출된 울산시 울주군 산란계 농가의 계란을 폐기하고 있다. [제공=연합뉴스]

서울 온수동에 사는 20대 주부 김모 씨는 “친환경 마크가 붙어 있으면 당연히 농약을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했는데 친환경 농장으로 선정된 곳에서 ‘살충제 계란’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충격적이었다”며 “결국 국내 식품안전에 구멍이 뚫린게 아니냐”며 분노했다.

30대주부 서모 씨는 “아이를 가졌을때, 친환경 계란만 먹었는데 정말 불안하고 아찔하고 답답하다”며 “도대체 앞으로 뭘 먹고 살란 것인가”라고 했다.

18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산란계 사육 농가는 1450여곳으로 이중 780곳이 친환경 인증을 받았다. 친환경 인증제도란 축산과정에서 항생제나 살충제 같은 약품을 사용하지 않은 축산농가에 대해 인증을 하는 제도다. 친환경 인증을 받으면 판매 가격을 2배 가량 비싸게 책정할 수 있어 대부분의 농가들이 인증을 받는 것이다.

이에 김 씨는 “그동안 정부의 인증을 믿고 돈을 더 내면서 비싼 친환경 농축산물을 구입했지만 이젠 인증제도의 실효성이 있는지 마저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실제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나와 있는 친환경농축산물 인증제도는 ‘소비자에게 보다 안전한 친환경농축산물을 전문인증기관이 엄격한 기준으로 선별ㆍ검사해 정부가 그 안전성을 인증해주는 제도’라고 표기돼 있다. 

청주시 서원구의 한 계란 판매점에서 업주가 달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제공=연합뉴스]

하지만 인증을 받았다고 품질이 좋거나 안전성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현행 기준에 따르면 농가가 수의사의 처방에 따라 호르몬제 등 동물용의약품을 사용한 기간으로부터 휴약기간이 2배가 지나면 무항생제 인증마크를 받을 수 있다.

‘친환경 인증’을 받은 농가들은 피프로닐 뿐 아니라 닭에게 사용이 가능한 살충제인 ‘비펜트린’도 사용이 금지돼 있다. 하지만 이번 조사 결과에서 비펜트린도 기준치 이하로 나왔다. 즉, 나와서는 안되는 성분이 검출된 셈이다.

농림축산식품부 따르면 지난 17일 오전까지 전수조사를 마친 876개 농가 중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농가는 67곳이며 이중 63곳이 친환경 농가였다. 또 이 가운데 살충제 기준치가 넘게 검출된 곳은 32곳으로 친환경 농가는 28곳이나 나왔다.

이 때문에 정부의 친환경 인증 제도를 믿을 수 없다는 소비자들의 불신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는 것이다. 정부는 농축산물 관련 친환경 인증 제도를 민간단체에 맡겨 운영하고 있다. 친환경 인증은 농림축산식품부의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전담했지만 모든 신청자에 대한 현장 점검을 직접 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민간 인증기관의 손을 빌려왔다. 그러다 올해부터는 법이 개정돼 관리원은 아예 인증은 민간에 맡기고 이에 대한 관리ㆍ감독만 하고 있다. 관리원의 감독 하에 축산물 농가를 대상으로 친환경성을 평가하는 민간인증기관은 현재 60여개에 달한다.

경기도 일산에서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원장 박모 씨는 “사실상 이번 살충제 계란 사태로 인해 피프로닐에 대한 제대로 된 검사가 이뤄진 셈이다”며 “결국 많은 농가에서 살충제 약품을 오래전부터 사용해 왔을 가능성이 많다”고 지적했다.

결국 민간단체에서 남발한 친환경 인증 제도를 정부에서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살충제 계란 사태’가 벌어졌다는 점에서 정부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고조되고 있다.

cho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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