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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충제 계란 쇼크] 부실인증이 부른 예고된 먹거리 공포…10중 9가 친환경 농장이라니

[헤럴드경제=황해창 기자]“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비싸지만 애써 친환경인증마크가 붙은 계란을 사서 먹였는데…”

‘먹거리 공포’가 우리 사회를 짓누르고 있다. 전국 산란계 농장 전수조사 결과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산란계 농장 중 90%에 가까운 곳이 친환경농장인 것으로 확인되자 소비자들은 불신과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다시말해, 친환경 인증을 불시에 제대로 심사하면 10곳 중 9곳이 탈락대상이라는 얘기다. 

[사진=연합뉴스]

친환경 인증제도란 축산과정에서 항생제나 살충제 같은 인위적인 약품을 사용하지 않은 축산농가에 대해 인증을 하는 제도다. ‘무항생제’ 인증은 항생제 성분이 없는 사료를 먹고 자란 닭이 낳은 계란에 부여된다. ‘친환경 농가는 살충제를 쓰지 않는 조건으로 정부로부터 직불금을 받고 계란에 친환경 마크를 붙여 일반 계란보다 더 비싸게 팔수 있는 특권을 누린다. 문제의 농가들이 정부와 소비자들을 철저히 배신하고 농락한 셈이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심각해지자 농림축산식품부가 제도개선에 부랴부랴 나섰다.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17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현안보고에서 “친환경 농가에서 문제가 돼 더 죄송하다. 민간 인증기관 64곳이 있는데 가능하면 통폐합하겠다. 이번 기회에 친환경 축산물 문제를 전반적으로 손보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을 소비자들이 과연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다. 문제는 인증 남발이다. 계란마다 한두개 이상의 인증 딱지가 붙어 있다. 해당되지 않는 농가도 자가발전 식으로 개별 마크를 부탁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우선 인증과정을 보면 허점 투성이다. 현장 발품 팔기에 한계가 있다 보니 대부분 서류제출을 요구하고 서류 심사도 예고제로 하는게 관행처럼 돼 있다. 심사의 핵심인 실물에 대한 실사는 거의 생략되는 게 현실이다. 더구나 심사때만 관심을 쏟고 이후에는 무작위 실사 수준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불시 점검을 포함해 상시 모니터링제도를 하루빨리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현재 친환경 인증은 정부로부터 64개 민간기관이 하고 있다. 이들 민간기관이 경쟁적으로 인증을 남발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주관부처인 농식품부는 지난 3월 일부 양계농장에서 독성이 강한 살충제를 무분별하게 살포하는 사례를 파악하고 관할 인증기관에 조사와 처리 보고를 지시했다. 하지만 이후 별다른 후속조치는 하지 않았다.

민간 인증기관과 닭농장들이 공생관계인 것을 뻔히 알면서도 관리감독에 소홀했다는 비난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실제로 인증기관들은 양계농장을 대상으로 거둬들인 인증 수수료로 운영된다. 인증 남발이이뤄질 수 밖에 없는 구도다.

허술한 인증은 이번 ‘독극물 계란’을 양산한 일등공신이다. 농장주들은 눈속임의 유혹을 받아 항생제에서 그치지 않고 대범하게 금지 살충제에까지 손을 댔다. 

hchw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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