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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계란 파동과 저출산 대책
살충제 계란 유통의 진원지인 네덜란드와 벨기에는 농장 문을 즉시 닫고 닭 살처분을 결정했다. 영국에서는 살충제 계란에 대한 정보를 계속 업데이트해 공개하고 있다. 독일 정부는 살충제 달걀이 담긴 계란판의 일련번호를 신문에 게재해 소비자들이 확인하고 살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한다. 정부 당국의 신속한 대응으로 계란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고 있는 유럽의 모습이다.

이와 달리 한국에서는 부적합 판정을 받은 계란 살충제 농가가 52곳으로 또 늘었다. 정부는 살충제 계란을 매일 2.6개 먹어도 괜찮다고 뒤늦게 발표했다. 하지만 금방 사그라들 것 같았던 계란 파동은 ‘에그포비아(eggphobia)’로 번지면서 불안감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그 원인은 분명하다. 부적합 판정을 받은 농가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다 ‘친환경 인증농장’이 대거 포함됐기때문이다. 이번에 발표된 살충제 농가 52곳 중 59.6%에 달하는 31곳은 친환경 인증농장으로 밝혀졌다. 여기에다 허용기준치를 넘지 않았지만, 살충제가 조금이라도 검출돼 인증 기준에 미달한 친환경 인증농가는 37곳에 달했다. 이쯤이면 한국에서 ‘친환경’이라는 인증마크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생각마저 든다. 괜히 비싼 돈 주고 속았다는 배신감만 든다.

계란은 단백질이 풍부하고 비타민, 무기질 등 몸에 필요한 필수 아미노산을 골고루 갖춰 완전식품으로 불린다. 수십년 간 완전식품으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계란이 한순간 외면을 받은 데에는 무엇보다 정부의 책임이 크다.

정부의 헛발질은 무엇보다 저출산 대책에서도 드러난다. 정부는 지난 10년 간 저출산 대책에 100조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출산율은 계속 감소하고 있다. 결국 100조원을 헛돈을 썼다는 의미다. 그런데 최근 또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아동수당과 육아휴직급여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내년 7월부터 만0~5세 아동 1인당 월 10만원을 지급하고, 다음 달부터는 육아휴직 급여 첫 3개월을 2배로 인상한다는 것이다.

워킹맘 입장에서 이번 대책은 참 답답하다는 생각이 든다. 애를 낳아 키워보면 안다. 한달에 10만원이 더 생긴다고 해서 절대 둘째를 낳지는 않는다. 석달 간 육아휴직 급여를 2배로 높인다고 해도 절대 둘째 낳을 생각은 없다. 한국에서 일하면서 애 키우고 사는 것은 지금도 너무 힘든 일이기때문이다. 애를 낳으면 당장 키워 줄 사람이 없다. 순번을 기다려야 하는 어린이집은 다자녀가 아니면 어렵다. 워킹맘이나 전업맘이나 모두 일하는 엄마로 등록해도 아무런 단속 하나 이뤄지지 않는다. 어렵게 어린이집에 보낸다고 해도 등ㆍ하원 시간에 맞추려면 일을 병행하기 어렵다. 아이돌보미는 수요 대비 공급이 모자라 저소득층이 아니면 이용이 사실상 어려운 경우가 많다. 출산율을 높이려면, 애 낳고 키우기 수월한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당장 야근부터 없애고 유연근무제 실시, 아이돌보미 대폭 확대, 어린이집 순번 시스템 정비 등이 이뤄져야 한다.

살충제가 검출된 농가가 버젓이 친환경 인증농가로 둔갑해 고가에 유통되는 황당한 상황. 이런 황당한 일이 벌어지지 않는 한국을 언제쯤 기대해볼 수 있을까. 

yeonjoo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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