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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증폭되는 생필품 안전 공포…더 불안한 식약처
생활필수품 안전문제가 불안감을 넘어 공포 수준으로 확산되고 있다. 살충제 계란 파동이 여전한 가운데 이번에는 일회용 생리대 유해성 논란이 불거졌다. 시장점유율이 20%인 ‘릴리안’ 생리대에서 인체에 유해한 휘발성유기화합물(VOC)이 나왔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생산 업체는 유통 중단과 환불을 약속했지만 소비자들은 집단 소송도 불사할 태세여서 일이 쉽게 수그러들 것같지 않다.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번질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이번 사태 역시 계란 파동과 마찬가지로 정부 당국의 안이와 뒷 북 조치가 판을 키웠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문제를 제기한 여성환경연대는 지난 3월 10종의 일회용 생리대에서 22종의 유해물질이 검출됐다고 공개했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시판중인 모든 생리대에 대한 전수조사를 해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소비자 피해사례가 없다며 일축했다. 그러다 이번 사태가 표면화되자 부랴부랴 53개 품목을 수거해 뒤늦게 검사를 시작했다. 더 당혹스러운 것은 이 제품이 2015년과 지난해 품질검사에서 합격판정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이번에 검사를 해도 문제가 된 VOC는 규제항목에 아예 빠져있어 유해성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는 얘기다. 한국의 위생 관리 시스템이 이렇게 허술하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생리대를 만드는 회사에서 아기 기저귀와 휴지, 물티슈 등도 생산하고 있어 이에 대한 안전성을 걱정하는 주부들이 늘고 있다. 그 뿐이 아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우리가 하루종일 손에 쥐고 있다시피하는 휴대폰 케이스 일부 부착물에서 카드늄과 납 등 중금속 성분이 국제기준 허용치의 최대 9000배가 넘게 검출됐다. 생활화학 제품 사용을 기피하는 ‘케미포비아’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식품과 위생에 직결된 사안은 국민들이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문제가 생기면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관련 전문가들의 협조를 얻어 최대한 신속하게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게 정부의 역할, 특히 식품 위생을 책임지고 있는 식약처가 할 일이다.

그러데도 지금 식약처는 한 쪽에서는 계란을 폐기하는데, 그 수장은 “하루에 2.6개씩 평생 먹어도 괜찮다”고 늘어놓는다. 적어도 폐기하는 계란과 먹어도 되는 계란의 기준을 제시하며 이런 말도 해야하는 것이다. 이런 걸 따져 묻는 총리의 질책을 짜증이라고 투덜대는 인사가 식품 의약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는 것이 살충제 계란이나 화학물질 생리대보다 우리를 더 불안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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