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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 코릿-맛을 공유하다] 중식당 도원 스토리 ① “정통 중화요리의 맥을 잇는다”…셰프와 함께 한 ‘도원의 41년’
-코릿 랭킹50 든 도원의 음식史
-“도원은 곧 중화셰프” 자부심
-철저한 셰프 경쟁구도로 유명
-실력으로만 수석셰프 뽑는 곳
-상추쌈ㆍ해황소스ㆍ유림장어 개발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지난 1976년 10월1일. 더 플라자 호텔(당시 서울프라자호텔) 설립과 동시에 중식 레스토랑 ‘도원(桃園)’이 들어섰다. 당시 명동의 사보이호텔에 ‘호화대반점’이라는 중식 레스토랑이 있긴 했지만, 한국의 5성급 호텔에서는 최초였다. 더플라자 호텔 3층에 위치한 도원은 ‘복숭아 꽃이 만개하는 언덕’이라는 뜻으로, 삼국지의 유명한 고사성어 ‘도원결의(桃園結義)’에서 차용한 이름이다. 사람들이 뜻을 모아 중요한 일을 결의하는 장소를 상징한다.

올해로 41주년을 맞는 도원은 ‘중화 셰프의 보증수표’로 여겨지며 정통 중화요리의 뿌리와 자부심을 이어가고 있다. 도원은 한국판 미쉐린 가이드를 표방하는 제3회 코릿(KOREAT)에서 전국 미식 레스토랑 랭킹50에 뽑히는 등 그 명성을 확인했다. 도원의 4대 수석셰프인 츄셩뤄(Chu Sheng Loㆍ46) 셰프를 만나 도원과 셰프에 얽힌 역사 속으로 들어가 봤다. 
도원의 4대 수석셰프인 츄셩뤄 셰프. 튀김 요리에 인생을 ‘올인’해온 그의 팔에는 유난히 데인 자국이 많다. 그의 인내와 고통은 고객들이 느끼는 ‘감동의 맛’의 바탕이 됐을 것이다. 츄셩뤄 셰프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도원 수석셰프가 되기까지=츄성뤄 수석셰프는 대만 출생으로 여섯살이던 1976년 온 가족이 전라북도 정읍으로 이주해왔다. 그의 할아버지는 대만에서 큰 레스토랑을 했다. 한국에 아들과 손자까지 다 데리고 와서는 정읍과 익산에서 계속 레스토랑을 운영했다. 어릴 적부터 할아버지와 부모님을 이어 3대째 중화요리를 배운 그는 19살 때인 1991년 “서울로 가야겠다”고 결심했다.

서울 압구정동에 소재한 ‘만다린’이란 중화요리집에서 셰프로 취업을 했고 9년간 일했다. 당시 더플라자 호텔 중식당 도원의 수석 셰프였던 주업림 셰프는 우연히 만다린에서 음식을 먹다가 너무 맛있어서 2000년 그를 도원의 주방으로 스카우트했다.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바로 다음날 더플라자 호텔로 출근했어요. 처음엔 정식직원도 아니고 견습생으로 3개월을 보냈습니다. 이후 튀김만 3년을 했고, 식사 5년, 해산물 요리, 소고기 요리, 메인요리 등을 거쳐 2015년에 수석셰프가 됐습니다.”

츄 셰프는 만다린에서 튀김만 9년을 했다. 도원에서의 3년을 더하면 총 12년 간 튀김 요리만 한 셈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팔에는 유난히 데인 자국이 많았다.

초창기 도원에는 셰프가 24명이나 됐다. 요즘엔 18명으로 줄었지만 당시엔 주방기구, 서비스 등이 전부 인력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이라 셰프 비중이 더 높았다. 도원은 순전히 실력 만으로 수석셰프를 뽑는다. 셰프 경력이 길다고 올라가는 구도가 전혀 아니다. 상호간 경쟁을 통해 실력을 겨루고, 언제든 실력이 뒤지면 다시 내려가기도 한다. 중식 셰프의 최고난도인 ‘불판’을 쥘 수 있는 자격은 원래 딱 4명에게만 주어졌다. 24명 중 4명만 불판의 주인이 됐으니 경쟁률만 6대 1에 달한다.

츄 셰프처럼 도원에서만 17년 근무한 셰프는 많지 않다. 츄 셰프가 도원의 수석셰프 자리에 오른 건 순전히 그의 노력과 실력 덕분이라고 주변 셰프들은 평가한다. 츄 셰프는 셰프들 사이에서도 단연 성실한 셰프로 통한다. 그는 입맛이 바뀔까봐 술과 담배를 거의 하지 않는다. 어쩌다 술자리가 있으면, 다음날 출근하지 못할까봐 호텔에서 묵은 적도 다수 있을 정도다.

그는 해황소스와 유림장어, 수제 건전복 등을 직접 개발해 도원의 요리 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렸다.

임진강에서 공수한 민물참게로 맛을 낸 해황소스는 노란색의 소스로, 도원에만 있다. 한 숟가락에 참게 내장이 10마리가 들어갈 정도로 귀하며, 11월과 12월에만 맛볼 수 있다. 또 완도산 전복을 도원의 셰프들과 함께 건조해 합리적인 가격에 고품질의 건전복을 직접 만들기도 했다.

“전복을 죽염이나 소나무에도 붙여보고, 응달에도 말려보고 몇달간 했는데 다 실패했어요. 그러다 호텔 옥상에 하루짜리, 이틀짜리 등등 다양한 날짜로 다 말려보고 연구한 뒤에 노란색의 건전복이 탄생했죠. 고생은 했지만, 고객들에게 질좋은 전복을 합리적인 가격에 선보일 수 있어 뿌듯합니다.”

그는 유림장어를 만들어 대박을 친 주인공이기도 하다. 간장에 식초를 넣은 샐러드소스로 장어에 계절야채, 간장소스, 건전복 등을 섞어 장을 만들어 깊은 맛이 나 인기다. 
도원의 4대 수석셰프인 츄셩뤄 셰프. 튀김 요리에 인생을 ‘올인’해온 그의 팔에는 유난히 데인 자국이 많다. 그의 인내와 고통은 고객들이 느끼는 ‘감동의 맛’의 바탕이 됐을 것이다. 츄셩뤄 셰프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셰프와 함께 한 도원의 역사=츄 셰프는 2015년부터 도원의 4대 수석셰프를 맡고 있다. 그에 앞서 1~3대의 수석셰프는 도원의 역사를 만들어 온 산증인이다. 초창기부터 2007년까지 무려 30년 간이나 1대 수석셰프였던 주업림 셰프는 한국 중식의 ‘4대 문파’로 불리는 ‘아서원’, ‘홍보석’, ‘호화대반점’, ‘팔선’ 중 아서원의 전통을 잇고 있다. 아서원은 일제강점기에 서울 북창동 일대에서 제일 먼저 개점한 곳이다. 주업림 셰프는 상추쌈과 해삼요리, 홍소대배츠 등을 개발한 인물이다.

상추쌈은 양상추에 갖은 채소와 소고기를 다져 매콤하게 만든 굴소스가 압권이며, 국내에서는 도원에서 최초로 선보였다. 홍소대배츠는 붉에 조린 상어지느러미 요리이며, 도원에서는 기존 서해산 건해삼을 사용하지 않고 동해산 해삼을 수습 후 건좌는 방법을 전수해 보다 영양가 높은 해삼을 사용하게 됐다.

2대 수석셰프인 유방녕 셰프는 해산물 요리에 강점이 있었던 도원에 처음으로 제철 채소를 활용한 요리를 선보였다.

산둥지역의 채소요리를 적극 선보였고, 수타요리와 해삼주스가 대표적이다. 해삼주스는 한국 만의 독특한 중식요리를 개발하기 위해 한국인이 좋아하는 식재료 삼겹살에 해삼을 더해 국물이 있는 조림형태로 개발한 것이다. 주스는 삼겹살을 뜻하는 단어다. 해삼주스는 많은 미식가와 정재계 유명인들에게 당시 큰 사랑을 받았다. 그는 2007년부터 2011년까지 도원의 수석셰프를 역임했다.

3대 수석셰프인 유원인 셰프는 도원의 육수 비법인 ‘상탕육수’를 개발한 주인공이다. 도원은 2011년부터 모든 육수의 베이스로 상탕육수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는 상탕육수 개발로 불도장을 개편해 보다 고급스럽고 도원 만의 맛있는 불도장을 선보였다. 아울러 기존 돼지등심을 사용하던 탕수육에서 항정살과 같은 과일을 넣은 소를 얹어 개발한 탕수육을 선보였다. 일명 ‘도원 항정살 탕수육’이다. 유원인 셰프는 탕수육을 광동, 북경, 사천, 항새, 한국식(도원 항정살 탕수육) 등 총 5가지로 선보여 다양한 맛을 선보였다.

현재는 4대 수석셰프인 츄셩뤄 셰프가 호텔 ‘도원’을, 3대 수석셰프였던 유원인 셰프는 ‘도원스타일’이란 레스토랑을 각각 지휘하고 있다. 이들 두 셰프는 경쟁 및 협력 구도를 통해 전통과 현대의 조화와 균형을 이루며 정통 중화요리의 맥을 잇고 있다.

▶약식동원 콘셉트…‘그때 그 도원요리’ 선보여=도원은 올초에는 메뉴 콘셉트를 처음 바꿨다. ‘컨템포러리 차이니즈 다이닝’에서 ‘어센틱&모던 차이니즈 퀴진’으로 한단계 업그레이드됐다.

도원의 신규 메뉴는 기름지고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이라는 인식이 강한 기존 중식과 달리 약과 음식은 그 근원이 같다는 의미의 ‘약식동원(藥食同源)’ 콘셉트로 차별화된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계절성, 특수성, 고급성, 지역성, 브랜드 등 총 5가지를 고려해 기름으로 튀기고 볶는 조리법 대신 냉채, 구이, 찜, 조림 등 건강한 오일-프리 조리법에 현대적인 터치가 가미된 메뉴를 내놓고 있다.

특히 2015년부터는 ‘셰프 헌터 프로젝트’를 통해 셰프가 식재료의 사냥꾼으로 적극 나섰다. 음식은 더 이상 기술만 부리는 시대는 지났다는 판단에서다. 요리사의 창의성을 입히는 것은 기본이고 식재료가 바탕이 돼야 한다는 믿음이 그 바탕에 자리한다.

도원에서는 조만간 옛 도원요리들을 다시 판매할 계획이다. 상추쌈과 전복땅콩소스, 사천식관자, 난자완스, 옛날식 라조기 등 약 20년 전 ‘그때 그 도원 요리’를 다시 선보여 정통 중화요리의 맥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츄성뤄 수석셰프는 “대를 이어오는 도원 만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기존 도원에서 사랑받은 요리를 샥스핀을 제외하고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라며 “도원 셰프라는 자부심을 갖고 도원이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중식 레스토랑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도원의 수석셰프 계보 및 주요 요리=①주업림(1대 수석셰프ㆍ1976~2007) ▷홍소대배츠 ▷해삼요리 ▷상추쌈 ②유방녕(2대 수석셰프ㆍ2007년~2011년) ▷수타 요리 ▷채소요리 ▷해삼주스 ③유원인(3대 수석셰프ㆍ2011년~2015년) ▷상탕육수 개발 ▷불도장 개편 ▷도원 항정살 탕수육 ④츄셩뤄(4대 수석셰프ㆍ2015년~현재) ▷해황소스 ▷유림장어 ▷수제 건전복

yeonjoo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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