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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와이드인터뷰-매크로그래프 조성호 VR본부장]"VR게임 대중화와 매출 두 마리 토끼 모두 잡을 터"


- 자체 개발 상용 VR콘텐츠 연내 출시 목표

매크로그래프는 이미 한국을 넘어, 세계 시장에서도 실력으로 손꼽히는 CG(컴퓨터 그래픽)전문 기업이다. 한국 역대관객 1위를 기록한 영화 '명량'CG작업과 중국 역대 1위 흥행을 기록했던 '미인어'CG까지 모두 이 회사의 손에서 탄생했다. 때문에 매크로그래프가 VR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고 밝혔을 때 시장의 이목이 집중됐다. VR(가상현실) 영상 콘텐츠 시장 활성화에 큰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하지만 업계 예상과 달리 매크로그래프는 자신들이 잘 할 수 있는 영상이 아닌 게임을 택했다. 게임 분야 전문가인 조성호 본부장을 영입하면서 VR본부를 신설했다. 회사의 판단은 철저히 계산된 전략이었다. VR콘텐츠 개발은 영상 CG 제작공정 보다는 게임 개발 환경에 가깝다는 분석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 결과, 매크로그래프는 VR본부를 신설한 지 2년 만에 무려 12개의 VR콘텐츠를 생산해냈다. 총괄 지휘자인 조 본부장은 게임 쪽에서 쌓았던 콘텐츠 개발 능력을 결합해 국내는 물론, 중국 시장까지 영역을 넓혀 자사의 VR 경쟁력을 인정받겠다는 각오다.
무엇보다 1세대 CG기업인 매크로그래프의 시장 파워를 앞세워 국내 VR콘텐츠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다짐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는 일용직 노동자로 일했어요. 자존감은 이미 바닥이었죠."
1997년, 어린 나이에 애니메이터로 입문한 조 본부장은 배우고자 하는 욕심이 많았다. 그 욕심을 채우고자 닥치는 대로 업무를 배워갔던 그는 어느새 기획, 퍼블리싱, CG, 모델러, 사업 까지 섭렵한 전문가로 성장해 있었다.
그렇게 쌓은 능력은 사업적인 부분에서 빛을 발하기 시작했고, 30억 원이 넘는 펀딩을 이끌어내는 성과를 이뤄내기도 했다. 하지만 승승장구 하던 그의 행보에도 제동이 걸린다. 조 본부장은 자신이 수십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음에도 회사가 게임을 출시도 못하고 폐업하는 과정을 경험해야만 했다. 그런 상황을 겪고 나니 그에게는 더 이상 갈 회사가 없었고, 잘 해낼 자신도 사라져버렸다. 자존감이 바닥까지 떨어진 조 본부장은 게임업계를 떠나 1년 동안 막노동 생활을 하며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했다. 그렇게 업계를 떠나 은둔생활을 이어가던 그에게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는데, 그곳이 바로 매크로그래프의 VR본부였다.
"한국을 대표하는 CG 1세대 기업인 매크로그래프에서 VR을 함께 하자는 제안이 왔던 겁니다. 욕심이 생겼죠. 마치 1997년 첫 출근을 하던 그 때의 감정이었어요."

한국은 가혹한 시장
조성호 본부장은 용기와 돈이 없다면, VR시장에 뛰어들지 않기를 권유한다. 용기가 필요한 이유는 VR이라는 새로운 시장에 뛰어들면서 기존의 경력의 단절을 감수해야 함이고, 돈이 필요한 이유는 VR콘텐츠는 아직 시장에서 제값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조 본부장은 의뢰를 받아 제작한 VR콘텐츠를 통해 수익을 올리기는 커녕, 회사의 투자금으로 겨우 콘텐츠의 퀄리티를 높인 경험이 있을 정도다. 여기에 더욱더 무서운 점은 국내 유저들의 가혹한 평가에 있다고 그는 말한다. 일본이나 중국시장에 비해 한국 유저들의 콘텐츠 눈높이는 매우 높은 것으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한국에서 인정받은 콘텐츠라면 해외 시장에서도 중간 이상을 간다고 그는 말한다.
"한국 시장은 완벽한 테스트 베드예요. 돈을 벌기도 어려운데 평가는 잔인합니다. 그래도 그만큼 객관적으로 콘텐츠의 가치를 평가 받을 수 있는 시장이기도 하죠."
   

   

강도 높은 R&D 바탕 자체 개발 시작
조성호 본부장의 과도한 업무량은 이미 업계에 소문이 자자하다. VR본부가 1년에 6편 이상의 VR콘텐츠를 생산해내고 있다는 점만 보더라도 그 업무량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는데, 이 수치는 그 만큼 VR콘텐츠에 대해 다양한 시도를 이어져왔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개발은 정부과제나 대기업에게 의뢰를 받아 제작하는 외주 형태로 이어지고 있어요. 아직까지 자체콘텐츠로 수익을 내기에는 쉽지 않은 시장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해야 할 역할은 외주작업을 통해 우리 팀이 얼마큼의 기술성장을 거둘 수 있느냐는 것 뿐 이었죠."
외주를 통해 수익을 보다는 자체기술력을 높이는데 집중한 조 본부장의 VR본부는 의뢰금을 초과하면서까지 콘텐츠의 퀄리티를 높이는데 집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처럼 오랜 시간동안 VR 기술개발에 도전해온 조 본부장은 이제 자체콘텐츠를 만들어야할 시기가 다가왔다는 판단이다.
"아직까지 VR콘텐츠를 위한 거대한 플랫폼이 등장하지 않아 시장이 열리지 않았다고 판단할 수 있는데, 사실 매우 다양한 회사들이 VR플랫폼 선점에 뛰어드는 상황입니다. 이제 더 이상 기다릴 수는 없는 것이죠. 저희도 자체콘텐츠를 통해 시장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생각입니다."
   

   

오프라인 VR시장 선점 목표
조 본부장이 생각하는 VR콘텐츠의 해법은 바로 오프라인 시장 즉, VR방을 타게팅 한 VR게임이다. 현재 한국의 VR방은 이미 가격경쟁이 시작될 만큼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조 본부장이 바라보는 현재의 VR방 모델은 지속성 부분에서 크게 부족한 모습이라는 판단이다.
일단 VR방을 오픈하기 위해서는 고가의 VR장비를 들여서 매장을 꾸며야만 하는데, 그렇게 오픈한 매장이 손익분기점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대략 1인당 5시간 이상을 플레이 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판단했을 때 현재 VR방 재방문률은 그리 높지 못하다. 낮은 재방문률의 가장 큰 이유는 혼자서 VR기기를 장착해서 즐기는 현재의 VR방 형태가 가진 한계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고객의 재방문률을 높이는 것에 집중한 조 본부장은 현재 여러 유저들이 함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VR게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직 자세하게 공개할 단계는 아니지만, 예시를 들자면 술집에서 함께 다트를 던지며 노는 것과 같은 캐주얼함을 강조한 게임이 될 것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동안 VR방이 가지고 있던 이미지를 뒤바꿀 수 있는 VR게임을 만들어내기 위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VR게임으로도 돈을 벌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사진 김은진 기자 ejui77@khplus.kr


Side Story-'마블' 명예 회장과의 만남
 

   

조성호 본부장이 처음 VR을 접했던 때는 바로 1997년이다. VR의 원년이라고 불린 해가 2016년이었으니, 원년보다 무려 20년이 앞선 시기였다.
조성호 본부장은 당시 CG회사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 당시에 미국에서 만났던 인물이 바로 마블 코믹스의 명예회장인 '스탠 리'였다. 당시 마블의 IㆍP를 활용해 가상현실표준화 작업을 진행하려 했던 스탠 리는 조성호 본부장에게 협업을 요청했지만, 당시 VR의 미래에 확신이 없던 조 본부장은 스탠 리의 제안을 거절했다.
"지금이야 스탠 리가 어마어마한 위치에 있지만 당시는 이 정도 까지의 입지가 아니었어요. 그리고 VR기술에 도전하기에는 너무 척박한 상황이었죠. 사실 그 때부터 VR을 시작했다면 어땠을까 궁금하기도 하지만, 후회한 적은 없습니다."

프로필

● 1973년생
● 1999년 ~ 2003년 디지털선일 아트디렉터
● 2004년 ~ 2009년 와이즈온 부사장
● 2010년 ~ 2012년 넥스트플레이 부사장
● 2015년 ~ 매크로그래프 VR본부장
 
임홍석 기자 ga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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