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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혼밥ㆍ혼술, 건강하게…②] 자꾸 ‘혼술’…습관 되면 알코올 중독ㆍ고독사까지
- 최근 ‘혼술족’ 증가…알코올 중독ㆍ고독사 야기 지적
- 1인 가구 51% “외로워서 혼술”…“술, 유일한 친구 돼”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등 술 없이 외로움 극복해야”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주부 주모(34) 씨는 올해 초 남편이 지방으로 발령받아 함께 이사했다. 연고가 없어 아는 사람이 드물어 집에서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그러던 어느 날 주 씨는 남편이 선물로 받아 보관해 왔던 와인을 한잔 마신 뒤 한층 편안함을 느꼈다. 이후 와인은 그의 습관이 됐다. 올 여름에는 거의 매일 한 병씩 마셨다. 결국 주 씨는 와인이 없으면 불안해져 아무 일도 하지 못 하는 상태가 됐다. 걱정스러워 병원을 찾은 그는 ‘알코올의존증(알코올 중독)’ 진단을 받았다.

지난해 ‘혼술남녀’라는 제목의 드라마가 방영됐을 정도로, 얼마 전부터 ‘혼술(혼자 마시는 술)’을 즐기는 사람이 늘고 있다. 그러나 ’혼술‘은 외로움을 배가시켜 알코올 중독으로 이어지고 고독사까지 야기할 수 있다고 전문의들은 지적한다. 
혼자 술을 마시는 ‘혼술’은 알코올 중독을 야기하고 자칫 고독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주의해야 한다고 전문의들은 지적한다. 사진은 관련 이미지. [제공=다사랑중앙병원]

우보라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은 “홀로 쓸쓸히 죽음을 맞는 고독사는 사회와 인간관계 단절에서 비롯된다”며 “알코올은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주범 중 하나다. 알코올 중독이 고독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어 “외로움, 쓸쓸함, 우울함 같은 감정을 해소하기 위한 방편으로 혼자 술을 마시는 사람을 종종 볼 수 있다”며 “이 같은 습관을 문제로 여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최근 다사랑중앙병원에서 혼자 사는 1인 가구 1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혼자 술을 마시는 이유로 ‘외로워서’라고 답한 응답자가 무려 51%나 됐다.

적당량의 술은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는 세로토닌 분비를 일시적으로 촉진시키고 도파민과 엔도르핀의 수치를 높여 기분을 좋게 만든다. 하지만 오랜 기간 과음과 폭음을 지속하면 알코올이 장기적으로 세로토닌 분비 체계를 교란시켜 우울증을 발생, 악화시킬 수 있다.

우 원장은 “술은 잠시 감정을 마비시킬 수는 있지만 치유해 줄 수는 없다”며 “오히려 술에서 깨어나 마주한 현실에 더 허무함을 느끼거나 자책만 남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 감정이 괴로워 다시 술을 마시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뇌가 알코올에 중독되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악순환은 알코올에 대한 의존도를 더욱 높인다. 우 원장은 “경제적 또는 술 문제로 사회적으로 고립되면 자신의 외로움, 슬픔, 고달픔을 달래 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여기게 된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술만이 자신을 이해하고 위로해주는 유일한 친구처럼 느껴지게 되고 더욱 알코올에 빠져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술을 마시기 위한 노력 외에는 다른 활동에 대한 관심과 의욕이 떨어지고 오로지 술이 주는 즐거움에 빠지게 된다”며 “실제 알코올 중독 환자 중에는 끼니도 거르고 안주도 없이 술에 빠져 지내다 영양결핍 상태가 돼 병원에 실려 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8월 부산에서 고독사한 이모(당시 65세) 씨의 사례가 이를 방증한다. 현관문을 별도로 사용하는 단독주택에서 각 방을 사용하던 가족들은 평소 술버릇이 안 좋았던 이 씨와 접촉을 꺼렸다고 한다. 결국 그의 시신은 숨진 지 한 달 만에 이웃 주민에게 발견돼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안겼다.

우 원장은 “외로움과 소외감은 사람들과 접촉하고 지지와 격려를 주고받을 때 이겨 낼 수 있다”며 “사람들과 어울리는 등 술 없이도 외롭고 쓸쓸한 감정을 극복하는 방법을 찾아야 알코올 중독, 고독사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변에 혼자 살며 술 문제를 지닌 사람이 있다면 더욱 세심하게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며 “전문 알코올 중독 치료를 통해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관리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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