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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 코릿-맛을 공유하다(서민의 맛 ②)] ‘순대실록’에 빠진 육경희 대표 “나는 전세계 순대 찾아 떠나는 순대 여행자”
-세계 순대 찾아 떠난 여행…“순대가 가장 보편적 음식”
-‘시의전서’ 등 옛순대 문화 복원…현대 입맛에 맞게 발전
-“소시지를 순대로 부르는 그날까지 연구개발할 것”


[헤럴드경제=구민정 기자] 전세계 20개국 40개가 넘는 도시. 단순여행이 아닌 ‘순대’ 여행을 위해서만 방문한 곳들이다. ‘순대실록’의 저자인 육경희 대표는 평범한 순대를 만들고 싶지 않아 지구 여섯바퀴를 돌며 전세계 순대를 만났다. 그는 ‘비어있는 창자를 맛있는 속으로 채우는 소울푸드(soul food)’로서 순대의 보편성을 전세계 곳곳에서 확인했고 여행 이후 전통순대에 대한 자신감이 더 생겼다. 젊은 이들 사이에서 소시지가 순대로 불리는 그날까지 순대에 대한 연구를 놓치지 않을 것이라는 육 대표를 만나봤다. 그는 ‘맛있는 기행을 떠나다’는 부제로 ‘순대실록’ 책도 펴냈다.

우연히 시작한 순대 사업을 제대로 하기 위해 고서를 연구하고 세계 순대기행을 떠난 대학로 ‘순대실록’ 육경희 대표.
육경희 대표가 쓴 ‘순대실록’ 책.

육 대표가 운영하는 ‘순대실록’은 지난 2011년 서울 대학로에 터를 잡았다. ‘냄새나고 지저분한’ 순대의 이미지와는 달리 특유의 깔끔함과 젊은 감성으로 근처 성균관대학생들과 대학로를 찾는 사람들에게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실제로 순대실록이 처음 생겼을땐 대학로 일대에 순댓집은 순대실록 한 군데였다. 하지만 이후 순대요리를 찾는 젊은 사람들이 늘면서 6년새 현재의 7곳으로 늘어나기도 했다. 순대실록은 지난해부터 제15, 16회 대학로축제 후원업체로도 나서 대학로 대표맛집으로 다시 한번 명성을 증명했다. “전통성을 살리되 현대인을 위한 순대를 만들고 싶었다”는 육 대표에게 그만큼 젊은 사람들의 발길은 간절했다.

기존 젊은 사람들이 순대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지우는 게 중요했다. 육 대표 본인도 순대를 즐겨먹는 편이 아니었다. 돼지 특유의 냄새가 심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에 육 대표는 “내가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순대를 만들자”고 다짐했고 이후 순대의 역사부터 파기 시작했다. 현재 순대실록에서 판매하는 전통순대 조리법의 근간이 된 18세기 말에 쓰인 ‘시의전서’를 비롯해 ‘시경’의 갹,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의 염소 순대 등 다양한 고대 문헌에서 순대의 근원을 찾아 순대의 역사적 맥을 잡았다.

실제 순대실록의 전통순대는 ‘시의전서’의 ‘도야지슌대’의 조리법을 바탕으로 새우젓과 과거엔 없던 현재의 채소 등을 추가해 요즘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재현한 것이다. 매일 공수되는 질 좋고 신선한 재료로 만들어 돼지 특유의 누린 내를 잡았다. 함께 나오는 광천토굴새우젓도 섭씨 15도로 맞춰진 굴속에 장시간 숙성한 새우젓이어서 감칠맛과 향이 뛰어나다. 재료 준비에만 2~3일이 걸릴 만큼 손이 많이 가고 재료비가 많이 들어가지만 “순대가 이렇게 맛있는 줄 몰랐다”는 손님들의 반응을 보며 육 대표는 뿌듯함을 느낀다고 한다.

육 대표는 정작 프랜차이즈엔 관심이 없다. 쉽게 큰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지만 가맹점을 운영하면 이익에 집중하기 때문에 그만큼 육 대표가 추구하는 순대의 다양성, 전통성 등의 본질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에게 순대는 단순히 돈벌이 수단이 아닌 하나의 예술문화다.

“푸드컬처리스트로 남고 싶습니다. 예전에 있었던 순대 문화를 치열한 연구를 통해 잘 복원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의 순대를 개발하는 일이 내가 할 일입니다.”

육 대표의 다음 작품을 미식가들은 고대하고 있다.

korean.gu@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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