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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 칼럼-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 과학문화융합포럼 공동대표]‘아티스트 피’ 형평성 고려돼야
요즘 미술계에서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뉴스는 작가의 창작 활동에 대한 보수제도인 ‘아티스트 피’(artist fee)가 이달부터 국공립 미술관 6곳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된다는 소식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아티스트 피‘ 의무화를 포함하는 ’미술 진흥에 관한 법률’제정 작업이 현재 진행 중으로, 임금 기준단가는 중견·원로 작가는 월 472만원, 신진작가는 월 236만원이다.

국내미술관들은 전시 참여작가에게 재료비나 설치비 이외에 별도로 창작 보수를 지급하지 않았던 미술관 위주의 전시계약관행을 바꿔야 할 처지가 됐다.

필자는 지난 20년 동안 많은 전시를 하면서 작가들에게 늘 빚을 지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 창작비 부족으로 창작활동을 중단하는 작가들이 많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미술관의 재정적자를 이유로 아티스트 피를 지급하지 못해 필자 스스로 부끄러웠다.

그런 의미에서 미술관계는 ’아티스트 피’ 법제화에 대해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다.

문제는 예산지원의 형평성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내년부터 별도예산을 배정해 전체 국공립미술관으로 ‘아티스트 피’ 제도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지만 지원 대상에 사립미술관과 대학미술관이 포함되지 않았다.

앞으로 사립, 대학미술관의 큐레이터들은 전시 진행에 따른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전시 참여 작가에게 ‘아티스트 피’ 지급 예산을 배정받지 못한 배경을 일일이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하는 부담스런 책임을 떠맡게 되었으니 말이다.

일부 작가로부터 비난과 항의를 받거나 심지어 전시참여 자체를 거부당하는 수모를 당할 수도 있다.

큐레이터의 사기는 떨어지고 직업에 대한 자긍심이 훼손되는 것은 물론 사립, 대학미술관의 전시 기능과 역할이 위축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미술관은 설립·운영 주체에 따라 국, 공, 사립, 대학미술관으로 구분될 뿐 그 기능과 역할은 같다. 국, 공립, 사립, 대학미술관은 모두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일명 박미법)’에 의한 미술관 소장품 규모와 가치, 학예사 보유, 시설 규모와 적정성 등에 대한 엄격한 심의를 거쳐 미술관으로 등록된다.

국공립과 사립, 대학을 차별하는 미술정책은 박미법 제33조에 명시된 미술관자료 정리, 정보처리, 시설 표준화 및 미술관 상호 협력을 도모하기 위한 협력 체제인 “미술관 협력망” 조항에도 위배된다. ‘아티스트 피’ 예산은 사립, 대학미술관을 지원하는 사업비가 아니다.

‘아티스트 피’ 수혜대상은 사립, 대학미술관이 아니라 작가이고, 이들의 창작 활동에 대한 보수로 사용된다. 정부는 사립, 대학미술관에서 전시하는 작가들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게 되는 문제점을 직시하고 하루빨리 개선방안을 마련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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