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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병기 연예톡톡]‘황금빛내인생’ 작가는 왜 막장적 장치를 꺼냈을까?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KBS 2TV 주말극 ‘황금빛 내 인생’가 재벌가 출생의 비밀에 자식 바꿔치기까지 등장하면서 막장 논란이 일었다.

해성그룹 회장의 잃어버린 딸인 최은석은 서지수(서은수)였지만, 양미정(김혜옥)이 거짓말로 자신의 친딸 서지안(신혜선)을 해성그룹 회장집에 입성시켰다.

막장적 장치를 초반부터 다 던졌다. 알고 보니 “누구의 딸이었다”가 아니라 패를 미리 다 오픈하고 보여준 것이다. 그러니 이런 상황에 처했을때 어떻게 해나갈까가 주된 이야기가 될 것이다.


초반의 주된 줄거리는 매우 비상식적이다. 진짜 부모를 찾았다고 해도 20년 넘게 키워준 부모 집을 벗어나 곧바로 새로운 부모집으로 들어가는 것도 비상식적이고, 재벌회장의 잃어버린 딸을 찾아주지 않고 자신의 고생하던 딸로 하여금 그집 딸이 되게하는 엄마의 행동도 비상식적이다.

흙수저가 이런 식으로 금수저가 되는 게 말이 되냐는 것이다. 재벌회장이 20년간 잃어버린 딸을 찾았는데, 그 흔한 유전자 확인 한 번 없이 그 엄마 말한마디에 딸에게 집에 가자고 하고, 지안 엄마인 양미정도 그런 거짓말이 탄로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것 모두 정상이 아니다.

이처럼 비상식적인 일을 왜 했느냐에 이 드라마의 방점이 찍혀있다. 남편이 잘나가다가 파산한 양미정은 울부짖으며 말한다. “내가 잘못되는 건 받아들일 수 있지만 나때문에 자식 앞길 막는 것은 못하겠다”고. 조각가가 꿈이었던 양미정의 친딸 지안은 대기업의 인턴에서 정규직으로 되려는 순간, 금수저의 딸에게 그 기회를 뺏긴다. 양미정은 지안을 재벌 집에 보내며 “그 집 부모에게 유학보내달라고 해”라고 말한다.

비상식적인 일들이 벌어졌으니 앞으로 난관이 적지 않을 것이다. 들통난 바꿔치기, 남매의 러브스토리 등 사건과 좌충우돌이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막장적 상황을 설정했다고 해서 막장은 아니다.

소현경 작가는 이런 비상식을 설정해놓고, 이를 풀어가면서 우리 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절망감과 박탈감을 그려낼 것이다. “한번 흙수저면 계속 흙수저”의 자괴감에 빠져있는 이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할까?

소현경 작가는 ‘찬란한 유산‘과 ‘내딸 서영이’에서 알 수 있듯이, 한 주제를 뚝심있게 파고드는 스타일이다. ‘내딸 서영이’에서는 딸(이보영)이 무능한 아버지(천호진)를 부정하다 결국 부녀간에 화해하고 상처를 치유하며 소통을 이뤄내는 과정을 깊이있게 그려내 가족극의 한계를 돌파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딸이 아버지를 부정하고 결혼했다는 설정도 상호이해, 소통과 행복의 중요성을 알려주기 위한 장치에 불과하다.

‘황금빛 내 인생’는 전체 50회중 6회만에 막장적 장치를 거의 다 던졌다. 앞으로는 막장적 상황을 유발시킨 캐릭터들이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를 보는 게 이 드라마의 관전포인트다. 그래서 결국, 개인의 노력만으로 잘 되기 힘든 구조임에도 그들만의 방식으로 행복을 찾아나가길 기대하고, 그런 사람들에게 박수쳐주고 위안을 주는 드라마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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