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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반포주공1차 재건축 설명회] 혈전…승부 예측불허
CEO 출동...공격일변도 '설전'
GS "원가절감 혜택 나누겠다"
현대 "1600억원 혜택 보증한다"
GS '설계' vs.현대 '실속'...팽팽
26일 사전투표ㆍ27일 총회 확정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2조6000억원에 달하는 공사다. 원가를 절감해 일부를 합법적으로 안전하게 돌려드리겠다. 사업지연의 빌미가 될 수 있어 확정해 말씀 못드리지만 기대해도 좋다" (GS건설 임병용 사장)

"(정부에서) 이사비 7000만원은 안된다고 한다. (이사비) 전체금액 1600억원 이행보증증권 드리겠다. 대표이사로서 구두 약속한다. 선택되면 바로 드린다" (현대건설 정수현 사장)

대형건설사 최고경영자(CEO)는 보통 재건축 현장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하지만 21일 열린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ㆍ2ㆍ4주구 재건축 시공사 선정 1차 설명회에는 국내 굴지 건설사 CEO들이 출동했다. '사장'이지만 체면을 차린 덕담 보다는 상대의 약점을 파고드는 날카로운 공격에 집중했다.


▶보기드문 대형사 CEO 간 '설전'...공격 일변도=등장부터 치열했다. 제비뽑기를 통해 GS건설이 먼저 단상에 올랐다.

임 대표는 "조금이라도 논란에 휘말리지 않고 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하기 위한 배려가 있었다"고 포문을 열었다. 현대 측의 이사비 논란과 이에따른 사업시행 지연으로 초과이익을 환수당할 위험이 있다는 점을 파고든 수(手)다. 뒤이어 원가절감 혜택배분 공약을 내놓았다.

임 대표는 "현대건설은 특화공사 금액이 5026억원이라고 하면서 무슨 공사인지 공개를 안하고 있다"며 "물건값은 잔뜩 올려놓고 물건은 보여주지도 않으면서 할인해주는 척 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경쟁사가 재무구조 논란을 일으켰다는 점을 지적하면서도 공세로 방어를 대신했다. 일시적으로 부채비율이 높아졌지만 업계에서 가장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동시에 올해 입주물량이 2위의 배가 넘는 압도적인 1위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획기적인 재무구조 개선'을 자신했다. 덧붙여 "GS그룹은 물론 범 LG그룹 전체가 인화와 단합으로 GS건설을 성원하고 있다"고 쐐기를 박았다.

뒤 이어 현대건설 정 대표는 '큰절'로 단번에 좌중을 집중시켰다. 이어 결정적 변수인 한강조망권이 GS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세라는 주장에 대한 맞대응으로 포문을 열었다.

정 대표는 "조합원과 함께 어떻게 하면 한강 조망권 확보할지 협의해서 설계변경도 가능하며, 그 경우에도 전체 사업계획과 시기적으로 차이가 없이 입주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중 전세시장이 만만치 않다. 서초, 강남구 지역 전세가 매매가 차이가 70%다. 법적 담보인정비율(LTV) 40%와 회사가 고지해준 20%의 무이자 대여비를 가지고 가도 전세 얻기가 쉽지 않다. 개별적으로 차이 있겠지만, 자금 동원하기 만만치 않다. 이사할 때 비용 많이 든다. 자금 많이 있으면 부담 없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부담된다"며 1600억원의 혜택 약속의 효과를 거듭 강조했다.

현대건설은 GS건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현대건설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면제를 책임지겠다고 공언했으나 GS건설은 '지원'이란 모호한 표현으로 빠져나갔다고 강조했다. 또 GS건설은 열악한 자금사정과 사업비 조달의 어려움으로 조합원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합원들..."설계는 GS" vs "현실적 지원은 현대"=이날 설명회는 평일 오후임에도 준비된 800여 석은 물론 뒷공간까지 빽빽히 들어차 조합원들의 높은 기대치를 보여줬다. 일부는 메모장을 준비해 양사의 설명 내용을 꼼꼼하게 적어가며 비교하기도 했다.

40대의 한 여성 조합원은 "미세먼지가 걱정이라 GS건설이 제시한 공기정화시스템에 눈이 갔다"며 "청소 먼지를 바로 외부로 배출할 수 있게한 것은 사소할 수 있지만 그만큼 신경 썼다는 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년 조합원은 "이대로 지어진다면 GS건설이 더 좋을 것 같다"면서 "현대건설은 한강 앞동만 커튼월이고 다른 뒷동은 외관이 일반 페인트라 못마땅하다"고 지적했다. GS건설이 비판한 현대건설의 좁은 동간거리를 마음에 걸려하는 조합원도 목격됐다.

현대건설은 '7000만원 이사비'로 대표되는 조합원 무상 특화제공 부문에서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설명회 직전 국토교통부가 이사비 7000만원 지원이 위법 소지가 있다며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조합원들은 예상보다 차분했다. 현대건설이 약속한 7000만원을 어떤 다른 방식으로든 내놓을 것이란 기대감이 컸다. 70대로 보이는 한 남성은 "정 안되면 5억원의 무상 대여비를 선택하면 된다"고 말했다. 특히 정수현 대표가 이행보증증권을 제시하겠다고 말하자 박수가 터져나왔다.

2시간을 훌쩍 넘겨 설명회가 끝나자 조합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기 바빴다. 일부는 각 건설사가 서로에 대한 비방이 지나쳤다며 씁쓸해하기도 했으며 별도의 질의응답 시간이 없어 양측의 공방전 속에 궁금증을 해소할 기회를 갖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는 조합원도 있었다. 반포주공1단지 1ㆍ2ㆍ4주구 시공사 선정은 오는 26일 사전투표와 27일 총회를 거쳐 확정된다.

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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