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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문학동네)=명탐정과 범인, 주인공과 조연, 특정 장소는 추리소설의 특징적인 구도다. 이런 뻔한 설정을 뛰어넘어 실제 삶과 비슷한, 모든 게 긴밀하게 연결돼 영향을 주고받는 추리소설에 도전한 작가가 스티그 라르손이다. 그의 야심작, 밀레니엄 시리즈의 1권인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은 한 소녀의 실종 미스터리로 이야기의 문을 연다. 스웨덴 기업의 총수 헨리크 방에르 가문이 살고 있는 헤데뷔섬, 섬과 육지를 잇는 유일한 다리 위에서 대형 교통사고가 일어난 날, 가문의 소녀가 흔적없이 사라진다. 그리고 매년 11월1일 발신자를 알 수 없는 압화 액자가 헨리크에게 배달된다. 압화액자는 조카손녀 하리에트가 그의 생일때 마다 주던 선물. 그녀를 아꼈던 헨리크는 실종의 수수께끼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다. 헨리크는 유명 경제인 고발기사를 썼다가 명예훼손죄로 유죄판결을 받고 잡지에서도 쫒겨난 벼랑 끝에 몰린 미카엘을 찾아가 거액의 조건으로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한다. 실종미스터리에서 시작한 사건이 진실에 다가갈수록 거대한 실체를 드러내며 숨가쁘게 전개돼 읽는 이를 압도한다.

커피인문학(박영순 지음, 유사랑 그림, 인물과사상사)=매일 3개의 커피전문점이 생겨나고, 성인1인당 연간 커피소비량은 377잔이다. 세계 1, 2위를 다투는 커피공화국이다. 얼마전까지 커피의 고향은 예멘으로 알려졌으나 DNA분석 결과 에티오피아 고원이 ‘에덴 동산’으로 밝혀졌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이 곳에선 재래종 커피나무가 속속 발견된다. 그러나 인류의 역사에서 커피나무를 처음으로 경작한 나라는 예멘으로 이곳에서 네덜란드와 프랑스를 거쳐 아시아와 아메리카로 퍼져나갔다. 유럽으로 건너간 커피는 카페문화를 만들어낸다. 유럽 최초의 커피하우스는 1645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문을 연 것으로 알려졌으며 1652년에는 런던 최초의 카페 ‘파스카 로제’가 문을 열었다. 커피는 노예 참혹사를 불러오기도 했다. 17세기 유럽국가들은 소금, 향신료, 설탕, 담배, 면화 등에 이어 새로운 상품을 찾고 있다가 커피의 등장으로 커피 재배 및 수확을 위해 식민지의 인력을 노예로 동원했다. 한국인 최초로 커피를 마신 인물은 윤치호. 1886년 중국 상하이에서 쓴 일기에 가배관에서 두 잔을 마셨다고 썼다. 커피의 향과 맛, 탄생과 유혹의 역사를 맛깔스럽게 엮어낸 책은 한 잔의 진한 에스프레소의 깊이를 선사한다.

장마당과 선군정치(헤이즐 스미스 지음, 김재오 옮김, 창비)=북한이 연일 미사일을 쏘대고 국제사회는 제재를 쏟아내며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북한은 왜 핵과 미사일에 열을 올리며 고립을 자초하는 걸까? 지난 25년간 북한사회를 철저하게 연구, 조사하고 체류경험까지 한국학 연구자인 저자의 답변은 “북한은 유별나지 않다”는 것이다. 북한사회는 ‘괴물’이 아니라 여느 나라처럼 과학적이고 학문적인 방식으로 분석 가능한 나라라는 것이다. 특히 저자는 1990년대 100만명의 사망자를 낳은 대기근 이후 북한에서 중요한 정치 경제 사회적 발전이 상당히 많이 이뤄졌으며 이런 변화는 정권에서 행하는 위로부터의 군사통치와 대비되는 민간 중심의 아래로부터의 시장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본다. 범죄국가로 보는 국제사회의 시각도 국제기구가 제시하는 데이터를 보면 사실과 다르다. 저자는 국제사회의 가십성 시각이 북한핵을 키웠다고 본다. 저자는 북한을 특수성이나 보편성 어느 한쪽을 강조해 심정적으로 이해하는 대신, 여느 나라를 분석하는 방식과 똑같이 바라볼 것을 권한다. 파편적, 추측성 정보 대신 실증적 자료와 사회과학적 틀로 북한을 새롭게 조명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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