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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 KOREAT 맛을 공유하다]참숯향 머금은 흑돼지 육즙, 그 위에 멜젓…이 맛 아세요?
 제주도지사 인증 흑돼지집 ‘흑돈가’
저온 숙성육·8가지 비밀양념…
임종윤 대표의 남다른 흑돼지 열정
“제주도민의 자부심, 해외도 알릴터”

전세계에서 가장 신비로운 섬, 제주. 제주를 대표하는 단어가 삼다(三多)다. 바람, 돌, 여자가 많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제주 청정지역이 품은 신선한 생선이나 회, 자연물은 당연시됐음을 ‘삼다’라는 단어에서 엿볼수 있다. 제주의 신선한 식재료는 어차피 밑바탕에 깔고 간다는 뜻이다. 제주 성질은 ‘삼다’지만, 제주 맛집의 특징은 ‘사다(四多)다. 일단 제주는 흑돼지 고기의 고향이고, 고기를 활용한 다양한 국수가 넘쳐나고, 제주 특유의 식재료를 가미한 김밥의 천국이다. 여기에다가 음식과 와인 카페를 뜻하는 비스트로가 제주민은 물론 외지인의 혀를 설레게 한다. 제주 생선 등 천연자연물인 식재료를 제외하고, 고기와 국수, 김밥, 그리고 비스트로는 그래서 제주의 사다(三多) 음식인 셈이다. 음식의 천국, 제주를 둘러봤다.

‘배지근하다’는 제주말이 있다. 대체 뭔말인고 하니 ‘적당히 기름지고 감칠맛이 난다’는 뜻이란다. 흑돼지가 딱 그렇다. 바다로 에워싸인 제주는 옛부터 육지보다 돼지고기를 더 즐겼다. 잔칫날엔 돔베고기부터 순대, 몸국을 해먹었다. 남다른 흑돼지 사랑 덕일까. 제주는 국내 유일 돼지열병 비백신 청정지역이다. 제주 흑돼지를 맛보러 ‘흑돈가’를 직접 찾았다. 흑돈가는 2017 코릿(KOREAT) 선정 제주 맛집 톱30에 오른 곳이다.

코릿 제주 톱30 맛집에 오른 제주 흑돈가의 흑돼지생구이. 참숯에 구워 육즙이 그대로 살아있다.

▶흑돈가, 제주 흑돼지의 자부심=맛집으로 소문난 노포(老鋪) 중에는 더러 당황스러운 곳들이 있다. ‘서민’과 ‘전통’이라는 키워드에 가려져 제대로 된 서비스나 시스템조차 기대하지 못하는 경우 말이다.

‘흑돈가’ 임종윤(60) 대표의 생각도 여기서 시작했다. “제주 흑돼지가 유명한데, 왜 어엿하게 상품화되지 못할까? 왜 이 좋은 고기를 쾌적한 식당에서 즐기지 못하나?”. 이런 의문이 들었다. 제주에는 흑돼지 전문점이 많았지만 소규모 생계형 식당이 주류였다.

관조적 시선은 육지 사람이었기에 가능했다. 직접 흑돼지집을 해보자 싶었다. 그는 철칙 세 가지를 세웠다. 첫째 참숯에 구울 것. 둘째 회식장소가 될 것. 셋째, 중요 모임이나 접대에도 손색없는 자리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지난 2006년 제주 노형동에 ‘흑돈가’를 냈다. 땅만 1100평(3636㎡), 건평은 280평(926㎡)이었다. 제주에 전례없던 ‘공룡’ 규모의 흑돼지집이었다. “첨엔 미친놈 소리도 들었지요. 흑돼지 식당을 누가 이렇게 크게 짓냐고…. 다들 망한다고 한마디씩 했지요.”

염려 반, 조소 반이었던 제주 사람들의 훈수는 보기좋게 빗나갔다. 문을 열자 손님이 모여들었다. 토박이들이 가족과 외식으로 찾다 친척들을 대동했다. 서너번째는 회사 사람들과 오더니 나중엔 아예 단골 회식집이 됐다.

“오픈하고 얼마 안돼 한 손님이 다가오더라고요. ‘이런 가게를 만들어줘서 너무 고맙대요. 관광객도 많이 찾지만 제주분들도 이런 곳을 원했던 거죠.” 흑돈가는 육지 관광객을 위한 맛집이기도 하지만, 제주도민의 흑돼지 자부심을 지켜가는 곳이기도 하다.

▶은은한 참숯향 밴 흑돼지, 화룡점정 멜젓=앞뒤로 칼집을 낸 두툼한 흑돼지가 등장했다. 선도 좋은 붉은빛이 대번에 신선함을 말해준다. 참숯에 고기를 올렸다. 육즙이 갇힌 채로 빠르게 익는다. 한입 먹으니 산해진미, 만한전석이 부럽지않다. 역시 ‘고기는 숯불’이란 말이 절로 나온다. 고기에 밴 은은한 참숯향, 쫀득한 비계에서 나오는 지방 특유의 고소함이 감칠맛을 더한다.

흑돈가의 화룡점정은 ‘멜젓’(멸치젓)이다. 흑돈가 멜젓은 제주도 인근 추자도에서 잡은 멸치로 담궈 8가지 비밀양념을 섞는다. 돼지의 잡냄새, 느끼함을 기특하게 잡는다. 잘 졸여진 멜젓은 소주를 조금 붓고 청량고추와 마늘을 가위로 잘라 넣으면 더욱 진한 멜젓 엑기스로 태어난다.

“고기는 도에서 인증한 흑돼지 전문 농장에서 공급받습니다. 저온에서 흑돈가만의 노하우로 숙성시키지요. 우리집 멜젓은 전국 넘버원이라고 자부합니다.” 임 대표는 “앞으로도 최고의 흑돼지맛을 선보일 것”이라며 “나아가 해외서 우리음식을 알리는 데도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제주=김지윤 기자/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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